정부의 스크린쿼터 흔들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월초로 점쳐지고 있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협상을 앞두고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1월초, 스크린쿼터 문제와 관련한 한미양국이 국산영화 의무상영일수에 대해 상당부분 조율을 끝냈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새어 나오더니, 오늘은 재경부 차관이 스크린쿼터는 집단이기주의로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권태신 재경부차관은 “전 국민은 4800만인데 비해 영화인은 1-2만이고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2800억 달러 선인데 비해 영화수입은 1억 달러 규모”라고 영화인들이 경제적인 기여도도 적으면서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고 하는 집단이기주의자인 것처럼 몰아세웠다.
그의 논리가 단견일 뿐 아니라 무지몽매한 지배층의 집단 이기주의라는 증거는 다각도에서 증명된다. 우선 정부는 한미FTA만 성사되면 대미 수출증가, 미국의 대한투자증가를 통해 국민에게 새로운 먹고 살 길이 열리기라도 하는 듯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평균관세는 2.5%에 불과하여 FTA를 통해 수출이익은 미약한 반면, 우리는 8%에 달하는 평균관세를 철폐해야 하므로 내수중소기업은 그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또한 외국인투자가 주로 내수시장을 겨냥하여 진출하기 때문에 미국인투자증가는 내수서비스업 및 영세업자에게 피해를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FTA는 위태로운 우리 농업에 막대한 타격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며, 의료·교육·환경 등 공공서비스의 시장화, 금융주권 상실,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심화 등 다양한 문제를 ? 澁喧쳔?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선전하는 바와 달리, 양극화된 사회의 희생양인 수많은 시민들은 오히려 스크린쿼터가 이번에도 한미FTA의 굳건한 방패막이로서의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지난 10월 유네스코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통과된 “문화다양성협약”이다.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이 전 인류적 합의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자본의 힘에 이끌려온 자본을 위한 잔치였던 현존하는 세계적 문화산업 지형을 거부하고, 생태적이고도 문화적인 삶, 독점과 소유가 아닌 교류와 공유에 기반한 삶, 소수자의 문화가 차별받지 않는 삶의 질서를 창출하고 이러한 대안적인 삶의 질서를 택하였다는 얘기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기꺼이 이에 찬성의 한 표를 던지지 않았던가?
국내 영화인은 1-2만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한국영화산업이 생산해 낸 한국 영화를 보는 관객의 숫자는 수억을 헤아린다. 한국인들이 우리의 현재적 삶과 지난 역사를 영화를 통해 재조명해낼 수 있고 이를 통해 삶을 반추해 볼 수 있는 통로를 가지고 있는 점은 국민전체의 문화적, 지적인 성숙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점이다. 또한 양적인 성장을 지렛대 삼아 이제 점점 뚜렷해지는 질적 성장의 가속도를 밟아가고 있으며, 미국영화의 일방적인 지배 속에 종속되어 있는 전세계 영화시장에, 새로운 다양성의 진원지로 발군의 역량을 확장해 가고 있는 한국영화가 저돌적인 미국식 자본의 폭격에 피해를 입게 되면, 그 피해자는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전세계 시민이 될 것이다.
새해의 화두를 양극화 극복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부가 양극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불씨를 제거하지는 않고, 오히려 그 영역을 본격화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면서 교묘한 물밑작업을 벌이는 오늘의 양태에서 양극화 극복 운운했던 대통령의 약속이 공염불에 지나지 않음을 이렇게도 빨리 확인하게 되어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재경부는 그들이 짓밟으려 하는 스크린쿼터가 단순히 1-2만에 불과한 한국 영화집단의 소유물이라는 근시안적 착각을 떨치고, 한미 FTA가 우리를 구할꺼라는 헛된 망령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 바란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웹사이트: http://www.kdlp.org
연락처
[중앙당]
* 대변인 박용진 (017-259-5491)
* 부대변인 김배곤 (011-9472-9920)
* 언론국장 이지안 (010-7128-9796)
[국회]
* 부대변인 김성희 (019-254-4354)
* 언론부장 손준혁 (016-593-27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