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대책위, “문화주권 몰락에 세계가 분노한다”

서울--(뉴스와이어)--재정경제부의 73일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우리 영화인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자주적 외교와 대등한 한미관계를 주창하고 이를 기반으로 출범한 참여정부가, 국민과 문화예술 관계자, 문화전문가, 영화인의 믿음을 배신하고 결국 미국의 오만불손한 통상압력에 굴복하여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발표한 오늘 이 일은 실로 반문화적인 쿠데타 그 자체이다.

9년 전,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한덕수씨는 “스크린쿼터 제도는 보호 제도이기 때문에 경쟁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축소 주장을 하더니, 이제 경제 부총리가 되어 “스크린 쿼터 제도 덕분에 경쟁력이 생겼으니, 이제 줄여도 된다”는 발표를 하였다. 이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수많은 회한에 잠기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오늘의 자화상이란 말인가! 참여정부의 현주소란 말인가!

최소한의 상식과 이성을 가지고 생각해 보라.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국제법이 보장하는 스크린쿼터 제도를 협상시작의 전제조건이라며 146일을 73일로 줄이라는, 저 후안무치한 미국의 주장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미국은 지난 89년 캐나다와 FTA를 체결하면서 일반상품과는 다른 문화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문화분야를 예외로 인정한 사실이 있을 뿐만 아니라, 93년 멕시코, 캐나다, 미국이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도 캐나다 정부의 요구에 의해 문화분야를 제외시켰다. 그리고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들은 문화를 제외하고 FTA를 맺어왔다. 캐나다-이스라엘, 캐나다-칠레, 캐나다-코스타리카, EU-칠레, EU-멕시코, 호주-싱가포르 등 수없는 사례들도 이러한 사실을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유독 한국에 대해서만 식민지 국가에서나 가능한 오만방자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에, 분노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으로 이땅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에 자괴감마저 든다.

우리는 작년 10월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 채택이라는 세계 문화사의 쾌거를 목격한 바 있다. ‘문화다양성 협약’은 주권국의 문화정책 수립, 집행의 자주권을 국제법으로 보장함으로써 WTO나 FTA 등 국제통상협정에서 문화분야가 협상 의제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다. 한국의 스크린쿼터 제도와 이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투쟁사례는, ‘문화다양성 협약’에 힘을 싣는 대표적 사례가 되었고, 한국 영화인들은 세계 문화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협약 채택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 참여 정부는 협약 채택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편에 확실하게 줄을 섬으로써, 전 세계 147개 국가에게 등을 돌리고 스스로 미국의 식민지를 표방,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를 자처하게 되었다.

우리는 지난한 스크린쿼터 사수투쟁의 과정에서 스크린쿼터 축소를 주장하는 집단의 실체를 이해하게 되었다. 국내에서의 축소주장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주요 멤버에는 타임워너라는 굴지의 할리우드 영화사가 속해 있다. 그리고 암참은 한국 경제 정책의 막후 역할을 하고 있는 정경련과 한미제개 회의를 구성하고 경제 통상 정책을 좌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경련의 국제 자문단 그룹에는 MGM의 대표고문을 맡았던 헨리 키신저와 같이 할리우드의 이해를 대변하는 인사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어, 밀실에서 한국 주력 기업들과 은밀한 거래를 하고 있다. 결국 이들이 누구의 이해를 대변할 것인지는 너무도 뻔 한 일이다.

참여정부는 스크린쿼터를 73일로 축소하는 대신 예산지원을 통해 한국영화 발전을 꾀하겠다고 국민을 우롱할 것이다. 문화패권을 움켜 쥔 할리우드의 유통, 배급 독점을 견제할 장치가 풀린 상태에서 엄청난 예산지원으로 수십 편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치자. 어떻게 극장을 확보하여 한국영화를 상영할 수 있겠는가? 결국 경쟁력 있는 영화가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극장에서 상영될 수 없고, 관객과 만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93년 멕시코의 사례와 70년도 브라질의 사례, 그리고 대만, 뉴질랜드 등 수많은 나라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확인되듯이 헐리우드의 독과점 견제 장치를 풀어버린 한국 영화는 이제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채, 59%의 시장점유율을 운운하며 무책임한 스크린쿼터 축소 주장은 추악한 음모를 정당화하려는 국민 기만에 불과한 것이다. 스크린쿼터를 축소해도 괜찮다면 미국은 왜 저렇게 무리한 억지주장을 펴가면서까지 이토록 집요하게 지난 9년 동안 스크린쿼터 축소를 요구하고 있겠는가? 참여정부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기만을 당장 걷어 치워라.

우리는 묻고 싶다. 한국영화가 몰락했을 때, 누가 그 책임을 질 것인가? 한덕수 부총리, 권태신, 박병원 재경부 차관이 질 것인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질 것인가? 정동채 문화부 장관이 질 것인가? 아니면 권좌에서 물러난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누가 어떤 권리로 우리말과 글, 생각이 담긴 우리의 표현수단, 한국영화를 말살할 수 있는가? 진정 참여정부는 한국영화에 비수를 꽂는 문화사적 비극의 주인공임을 자처하려 하는 것인가?

스크린쿼터제를 기반으로 한 오늘의 한국영화 발전이 진정 집단이기주의란 말인가? 영화를 포함한 문화산업의 발전이 국가신인도 제고, 한국 수출상품에 대한 이미지 개선 등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들을 창출하는 것이 집단이기주의인가? 동북아시아는 물론, 동남아시아, 유럽, 나아가 남미까지 뻗어나가고 있는 ‘한류’는 월드컵 4강에 버금가는 자긍심을 갖게 하지 않았는가?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고, 문화산업이 미래 성장엔진임을 주장할 때는 언제였는가? 이제 이 모든 것들이 정권차원의 화려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것인가? 참여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발표와 그 시점을 생각해 볼 때 간교하기까지 하다. 국회가 공전되고 있는 상황, 그리고 민족의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를 하루 남겨놓고 기습적으로 축소발표를 하는 모습을 볼 때 참담할 따름이다. 당신들은 과연 대한민국 사람들인가?

스크린쿼터는 세계 문화계의 자부심이고, 전 세계 문화인이 공감하는 문화주권의 살아있는 상징이며, 세계의 인정하는 문화여론이다. 우리 영화인들은 국익과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오만불손한 통상압력과 친미집단의 추악한 음모에 맞서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을 엄숙히 선언하며 오늘 우리의 주장과 요구를 밝힌다.

우리의 주장

ㅡ, 미국은 오만불손한 통상압력을 즉시 중단하라 !

ㅡ, 정부는 스크린쿼터 축소방침을 즉각 철회하라 !

ㅡ, 재경부, 외통부, 문화부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 !

우리의 요구

ㅡ, 스크린쿼터 축소방침을 철회하기 위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한다.

ㅡ, 스크린쿼터가 FTA의 걸림돌인지 정부와의 대국민 토론회를 제안한다.

우리는 우리의 주장과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기꺼이 정권퇴진 운동의 험난한 길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2006년 1월 26일 문화국치일에 영화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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