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 외면하는 학생생활규정
교육부는 2002년 7월 학교급별로 학교생활규정 예시안을 제시하고 학교별로 학교생활규정을 제정 또는 재정비를 권장해왔음. 교육부는 학생의 인권침해 가능성이 있거나 학생 및 학부모들의 거부감을 유발하는 내용을 수정하고, 학교생활규정 제·개정시 반드시 학생·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각급 학교에 시달함.
그럼에도 교육부의 학교생활규정안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비판적인 의견을 전달받게 됨. 국가인권위원회는 체벌조항 삭제, 학생 징계시 학생의 인간적 존엄성 존중, 금지보다는 ‘...을 할 수 있다’ ‘...을 보장받는다’는 등의 권리중심으로 개정 등을 강조함.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육부의 학교생활규정 예시안 중 학생들의 용의복장, 학생회, 사회활동 금지 등 문제가 되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지적함.(자료집 참조)
본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2002년 UN 아동권리협약의 권고와 국가인권위원회의 교육부 예시안에 대한 의견 제시 후 학교현장의 학교생활규정이 얼마나 변화했고 아직까지 남아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전국 165개 학교의 학교생활규정 사본을 제출받아 내용을 분석하고, 학생과 교사들로부터 1,140개의 설문지를 취합해 연구를 진행함.
분석결과 교육환경과 사회는 급속도로 변해가는데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있어 약속인 학교생활규정은 거의 개선되지 않은 채 여전히 문제점을 많이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남.
상당수의 학교에서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나 어울릴만한 조항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으며, 교육부가 생활규정을 통합하면서 내세웠던 학생인권 개선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보임.
교육부를 통해 학생 7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학생들중 학생생활규정에 대해 아는 학생은 28.7%에 불과했으며, 학생생활규정이 필요하긴 해도 학생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 인권침해 소지가 큰 조항은 삭제되어야 한다고 절반이상의 학생(50.3%)이 응답했음. 또한 학생들은 학생생활규정 중 용의복장 규제가 가장 심각한 인권 침해조항(58.7%)이라고 꼽았으며, 학생회 대표들의 의견만 듣거나 학생들에게 의견을 묻는 과정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55.7%나 되는 것으로 조사됨.
한편, 교사 4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44.9%가 학생생활규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교육부의 학생생활규정 개선 권고를 계기로 학생 및 학부모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개정했다는 교사는 12.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됨.
그러면, 실제로 학생생활규정이 얼마나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기보다 제약하는지 제가 예를 몇가지 들어보겠음.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아이들은 용의복장을 규제하는 것에 대해 매우 싫어하고 때론 마음의 상처를 받음.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12조에서도 “아동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 하물며 용의 복장마저도 심각하게 제약을 받는다면 이건 정말 진정한 교육발전을 꾀하는 교육위 소속 의원들과 교육당국이 국제사회 앞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음.
본 의원이 조사한 고등학교 중 두발을 규제하는 학교는 85.16%나 됐으며 완전히 두발을 허용하는 학교는 1개교(0.65%)밖에 되지 않음.
장신구를 규제하는 학교는 조사대상 학교중 54.84%나 됐으며, 규제조항이 없는 학교는 41.94%에 이름. 심지어 학생생활규정에 신발이나 가방까지 규제하는 학교는 각각 69.98%와 37.42%로 나타났음.
규제 내용을 한번 살펴보면 더 기가 막힘. 두발 규제의 경우 △남학생은 가르마 타는 것을 금지 △여학생의 단발머리는 어깨를 덮지 않도록 하여 끝을 가지런히 정리 △여학생의 긴 머리는 반드시 뒷머리 중앙에서 묶어서 어깨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가지런히 정리(묶은 머리 길이는 18센티미터 이하로) △사회에 유행하는 머리형은 금지 △무스나 젤의 사용은 금지 등의 규제 조항들이 발견됐음.
장신구의 경우 △반지, 목걸이, 귀걸이, 팔찌(묵주까지 포함) 착용을 일체 금지 △종교적인 믿음으로 묵주나 염주를 지닐 경우 신앙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제출 △헤어밴드, 규빅핀, 곱창끈 사용 금지 △너비가 넓은 머리핀은 사용 금지 등의 규제 조항이 주를 이루었음.
신발은 △구두는 허용 안됨. △목이 긴 운동화(복숭아뼈 기준) 착용 금지 △검은색과 흰색의 운동화를 기본으로 함 △신발은 학생답고 저렴한 것(만원 이내)으로 함 △자신의 발보다 큰 신발은 신지 않는다(벌점 5점) 등의 규제조항이 눈에 띄었고, 가방의 경우 △학쪽 어깨에 메는 가방은 금지 △캐릭터 가방 금지 △색상은 단순한 것으로 △천으로 제작된 가방이어야 하며, 가죽으로 된 것은 금지 등 지극히 평범한 것까지 규제하고 있었음. 심지어 기숙사 내에서 반바지 착용을 금지하거나 속옷 색깔은 흰색이나 분홍색으로 입어야 한다며,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까지 학생생활규정의 미명하에 간섭하는 학교도 있었음.
한편, 조사한 학생생활규정 중 41.81%에서 학교의 허가없이 외부단체에 가입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었으며, 98.18%에서는 허가없이 외부에 출품하거나 출연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있었음. 학생이 징계를 당할 경우 학생이 직접 재심을 요구할 권리가 주어지는 학교는 8.48%밖에 되지 않았으며, 대부분 학교당국에게 재심요구 권리가 묶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음. 징계를 당할 경우 학생과 학부모에게 모두 진술기회가 주어지는 학교도 32.73%에 불과했음.
또한 조사한 대부분의 학교가 교육부 예시안대로 학생회칙을 학생생활규정 안에 포함시켜 오히려 학생들의 자치권을 무시하는 경향이 짙게 나타났음. 심지어 학생회칙의 제·개정 권한이 학교당국에 있거나 권한 조항 자체가 없는 학교가 49.49%에 달했음. 그리고 학생들이 학생대표를 뽑아도 학교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곳이 48.48%나 된 것으로 조사됨.
<문제 제기>
교육부는 2002년 이후 각급 학교가 학생생활규정을 제·개정할 수 있도록 예시안을 내려보내고 학생·학부모의 적극적인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권고했음.
그 결과 전국 초중고등학교 중 2003년 6월까지 제·개정한 현황만 살펴보더라도 새로 제정한 학교가 1,460개교, 개정한 학교가 5,720개교로서 추진 실적상으로는 큰 성과(68.9% 제·개정)가 있었음. 고등학교도 학생생활규정을 제·개정한 학교가 72.5%(1,486개교)나 됐음. 그러나 본 의원이 전체 고등학교의 10%에 가까운 고등학교의 학생생활규정을 직접 조사, 분석한 결과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매우 실망스러움.
교육부의 학생생활지도 기본계획 실시 이후 학생생활규정의 비인권적 조항은 일부 수정된 것으로 보이나 실제 교육현장의 변화는 거의 감지할 수 없음. 군사독재시절부터 내려오는 문제조항들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학생생활규정 중 목적 조항 자체가 교육부 예시안과 똑같은 학교가 조사 학교의 56.88%나 될 정도로 형식적이고 무성의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음.
한편, 교육부는 예시안에 체벌규정을 만들어 체벌을 합리화하고, 학생생활규정이 학생들의 인권이나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있음에도 이를 지적한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 제시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고 있음.
이는 학생들의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에 대한 교육부의 시각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고, 결국 학교현장에까지 충분한 교육과 행정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해 학생들의 참여는 배제된 형식적인 제·개정에 그치고 만 것으로 생각됨.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존엄성과 가치 배양을 교육의 목표로 삼고 정부 어느 부처보다도 적극적인 실천을 아끼지 말아야할 교육부가 이에 대해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음.
<질의요지>
☞ 두 교육감께 질의 드리겠음.
○ 저는 방대한 양의 165개 학교의 학생생활규정 분석을 진행하면서 그 어느 곳보다 인권이 강조되고 구성원간 존중하는 마음이 가득해야할 학교에 통제와 강요, 복종의 잔재가 깊이 배어있는 현실을 접하면서 안타까움을 느꼈음. 학교내 질서를 유지하고 선생님을 존경하게끔 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임. 하지만 이를 확보하는 방안은 통제와 강요, 복종보다는 학생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가능하다고 생각되는데 교육감의 견해는 어떤지 답변 바람.
○ 학생생활규정에 대한 UN 아동권리협약의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 제출은 우리나라의 학교 학생들의 인권 존중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였다고 생각함. 하지만 강원도의 경우 별로 달라지지 않았음. 대전 H고의 경우 하복에는 반드시 흰메리야스를 착용토록 했으며, G고의 경우 학생회장 선거시 동수일때는 학교장이 회장을 지명토록 하고 있으며, S고의 경우 선거 출마시 정부회장의 성별을 달리 하도록 규정하고 있음. 또한 충남의 S고의 경우도 현장 실승 사고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으며, O고, H고의 경우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항목을 만들어 일일이 학생들의 활동 금지 조항을 만들어 놓는 등 학생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었음.
두 교육감께 여쭙겠음. 저는 교육당국의 학생인권에 대한 적극적인 보장을 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가장 커다란 요소라 생각하는데 교육감께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밝혀주시기 바람.
○ 제가 앞서 지적한 몇가지 실례에서 보았듯이 학생들의 인권이나 자율이 보장되지 않는 학생생활규칙은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밖과 학교안의 생활에 괴리감을 느끼게 하고 학교는 고루하고, 답답한 곳 생각하는 등 부정적인 인식을 불러일으킬까 우려됨. 적어도 고등학생 정도면 통제에만 따를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위에 책임질 줄 알고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함. 학교에서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사고와 포용력, 연대의식을 키우기에 제가 살펴본 학생생활규정은 오히려 장애로 작용할 우려마저 듬.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학교를 경영하는 것도 좋지만 학생들의 자율과 인권이 학교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교육감께서 설득하고 권장하는 모습도 필요하다고 생각됨. 학생생활규정을 국가인권위원회 의견이나 UN 아동권리협약의 권고의 정신을 적극 받아들여 제·개정할 용의가 있는지 가능하다면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포함해 밝혀주시기 바람.
<대전 충남교육청 국정감사 자료>
웹사이트: http://www.nh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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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16일 1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