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료보험 활성화, 국민에게 약인가 독인가?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발전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21일 강기정(열린우리당, 광주북갑)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공청회에서, 상반된 입장의 양측은 그 방안을 놓고 뚜렷한 시각 차이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그 동안 제기되어온 소비자 보호, 실손형 보험, 정보공유, 의료산업화 등 첨예한 사안들의 문제점들에 대한 해석도 접근방향이 상이하기만 했다.
특히, ▲실손형 보험의 법정본인부담금 보상여부, ▲민간의료보험 관리운영 주체의 복지부 이관, ▲민간의료보험사의 사회적 책임성 강화 등이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그리고 찬반 양측이 최초로 진지한 공론의 장을 마련,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올바른 역할정립에 공론화의 불을 당기는 등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이다.
민간의료보험 시장규모 확대일로, 유럽 평균의 2~3배
주제발표를 맡은 충북대의대 이진석 교수는 “생명보험사 등의 민간의료보험(의료비 비용을 보장하는 보험)의 가구당 가입율이 2003년 88.5%로 평균 10가구 중 9가구가 가입해 있으며, 2005년 현재 월평균 보험료는 10만1천원으로 나타났다. 또한, ’01년 이후 보험업계의 전체 보험료수입이 연평균 2% 증가율인데 반해 민간의료보험은 매년 15%의 증가율을 보여 ’05년 보험료 수입이 7조6천억원1)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를 국민건강보험으로 흡수할 경우 암이나 심장질환 등 중증환자와 백혈병 등 희귀난치병환자를 모두 무상으로 진료하고도 남는 규모이다. 국내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04년 국내 GDP의 0.9~1.4%를 차지하여 ’99년 유럽평균인 0.5%의 2~3배로 나타났다.
민간의료보험의 낮은 지급율과 과다한 보험료
하지만 지급율, 보장범위, 표준화 등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매우 취약하여 가입자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급율(보험료수입대비 보험금지급비율)을 보면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평균 80%이지만 우리나라 생보사 민간의료보험 상품은 60%선에 불과했는데, 이는 ‘03년 사망보험 사업비가 38.9%에 이르는 등 과다한 사업비 비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 사업비 비율은 유럽국가들의 10~15%에 비해 3배 가량이나 높은 것이다.
이것은 보험료에 그대로 반영되어 전체 보험료 중 관리운영비라고 할 수 있는 부가보험료가 40% 수준으로 추정되었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 중 절반 가량이 주주이익배당, 인건비 등 보험사 몫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2003년 국내 23개 생명보험회사의 사망보험 사업비를 보면 실제사업비는 3조5,28,1억원인데, 예정사업비를 2~3배가 넘는 8조9,207억원으로 책정, 초과사업비가 무려 5조3,925억원이나 되었다. 이렇게 과다한 부풀린 사업비는 고스란히 가입자의 보험료로 전가된다.
가입자에게 정보제공 미흡…15%만이 비교공시 알고 있어
민간의료보험 상품의 정보제공도 부재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민간의료보험 가입자의 45.9%만이 타 상품과 비교 후 민간의료보험 상품을 구매했다고 응답했으며, 이들 중의 70% 가량이 보험 설계사나 주위 사람을 통해 정보를 확보했다고 응답해 합리적 구매 결정이 극히 미미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민간의료보험 가입자의 15.4%만이 보험협회의 비교공시를 알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들 중에서 비교공시정보를 이해하기 쉬웠다고 응답한 비율은 36.1%에 불과했다.
자신이 가입한 민간의료보험 상품의 보장내역에 대해서는 52.3%가 잘 알고 있는 편이라고 응답했으나, 실제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비율은 25.0%에 불과했다. 이러한 원인은 보험상품의 보장내용과 가격의 천차만별, 약관과 상품설명서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전문용어로 되어있어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결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되었다.
실손형 상품, 혁신·고급서비스를 충족시키는 기능 극히 미비
보험업법의 개정으로 출시될 예정인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상품에 대한 문제점도 심각하게 제기되었다. 실손형이란 진단이나 입원시 사전 약정금액을 지급하는 기존의 정액형과는 달리, 가입자 본인이 부담한 진료비를 실비로 보장해주는 민간의료보험상품이다. 재정경제부는 이를 핵심상품으로 내세워 의료산업화의 일환으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며, 시민사회단체는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은 법정본인부담금,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차액의 상당 부분을 실비로 보장하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어 국민건강보험과의 갈등관계를 형성시키는 한편, 공보험의 공백을 보완하거나 혁신·고급서비스를 충족시키는 기능이 미비한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진석 교수는 “2005년 현재, 민간의료보험의 보험료 수입이 8~10조원에 이르지만, 이 재원이 신의료기술 개발과 고급의료 소비 촉진에는 별 기여를 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며, 이 같은 경향은 향후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된 이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의 보장 영역이 법정본인부담과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차액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상품의 표준화, 최소지급율 의무화 등 보호장치 시급
민간의료보험 상품의 합리성을 제고하는 방안으로 외국의 경우와 같은 획기적인 표준화를 통한 소비자의 실질적 선택권 강화가 제기되었다. 사례로는 미국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공보험인 메디케어에 대한 보충형 민간의료보험의 표준화, 뉴질랜드, 독일 네덜란드의 고위험군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 보험상품 표준화와 호주와 미국 등 민간의료보험의 최소급여기준 설정 등이 꼽혔다. 상품의 표준화가 되면 자동차보험과 같이 상품간 비교정보를 제공함으로서 합리적인 구매결정과 가격경쟁으로 소비자의 편익증대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민간의료보험의 사회적 책임성 제고를 위해서는 지금처럼 고위험군을 배제하고 건강한 사람들을 선택적으로 가입시키는 위험선택과 정당한 근거 없이 다수의 질병을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여 보험의 본질적인 목적을 근본적으로 훼손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외국과 같이 최소지급율 의무화, 의무급여의 규정, 선택적 탈퇴 방지 등을 사례로 들었다. 그리고 민간의료보험의 주무부처를 미국, 아일랜드, 호주, 자동차손해배상법의 관리감독부처인 건설교통부 등과 같이 현재의 재정경재부에서 복지부로 이관하거나 공동 관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이 영역 분담해야”
보험개발원의 오영수 보험연구소 소장은 “지금과 같이 갑자기 민간의료보험의 발전방향이 논의되는 것은 단지 최근 생명보험사에 대해 실손형 건강보험이 허용되는데 따른 위기감에 대한 대응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충분한 이해를 전제로 발전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전방향으로는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이 일정범위 내에서 영역을 분담하는 등 상호협약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민간의료보험의 관리감독체계와 관련해서는 “의료행위와 관련된 부분에 한정하여 보건복지부가 금감위 등과 협의권을 갖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건강보험이 우선 발전해야”
경북대학교 감신 교수는 “건강보험의 급여가 취약한 현 상황에서는 우리나라의 민간의료보험의 역할은 건강보험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희생’시킬 가능성이 크다”면서, “민간의료보험은 부유한 사람들이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는 2층제 의료시스템을 만들게 된다”는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의 Hsiao 교수의 경제학적 관점을 소개했다. 또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는 상황에서 민간의료보험회사가 가입자의 대리인 역할을 충실히 하지 않을 때에는 민간보험회사의 이윤창출은 오히려 가입자의 편익을 감소시키는 대가일 수 있어 국민과 소비자측면에서의 거시적 효율과 미시적 효율과는 거리가 멀게 된다.”고 주장했다.
“공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정보공유체제 구축해야”
재정경재부의 조원동 경제정책국장은 우리나라 민간의료보험이 80년대 초에 도입된 이후로 아직까지 정액형 상품에 국한되어 본격적인 보충형 민간의료보험으로 볼 수 있는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은 그 가능성에 비해 극히 초보단계라며, 보험사가 수익저하에 허덕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의료보험은 정액형에서 실손형으로 진화, 확대되어 많은 국가들이 보험사와 의료기관간 계약 등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의료공급량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민간보험 역할을 신기술, 고급진료 위주로 설정하면 공보험과 다른 독자영역 개척이 가능하므로 반드시 경쟁관계로 인한 공보험 위축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민간의료보험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의 기본방향으로는 공보험의 보충적 성격의 실손 민간의료보험시장 활성화를 통해 의료서비스 질 개선과 함께 의료비 급증 견제장치 마련, 저소득층의 의료이용 접근을 제고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공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정보공유체제를 구축하고, 고급진료의 시장진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의료보험에 관한 법률제정으로 사회적 책임성 부여해야”
건강보험공단의 이상이 연구센터 소장은 민간의료보험은 보험사의 수익창출을 위한 보험상품 이상의 의미를 지녀야 하며, 그 기본방향으로 ‘부가급여 보충형’ ‘정액 보상형’이어야 하고, 상품의 투명성과 합리성 제고, 민간의료보험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들었다. 그리고 민간의료보험의 사회적 성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가칭 ‘민간의료보험에 관한 법률’이 있어야 하는데, 그 주요내용으로 ▲보건복지부의 민간의료보험 관장, ▲의한 민간의료보험자 등록신청 및 허가의 보건복지부장관 승인, ▲표준상품 및 표준계약서의 제공 및 제시, ▲가입자격 및 가입제한 금지, ▲구체적 급여내용의 명시, ▲급여지급율의 하한선 설정, ▲고위험 집단의 보험가입 제한금지를 위한 위험균등화 프로그램 실시,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간의 진료상의 차별금지,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과세원칙을 담는 새로운 법률제정을 촉구했다.
“정부의 보장성강화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 필요”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정기택 교수는 “공보험과 사보험의 역할구분을 급여범위를 중심으로 논의하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해 묻고, “민간의료보험의 문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질환중심의 보험상품이 세계 유례없이 확산되어 있는 것이고 개선방안도 암보험 CI 보험가입자를 종합적인 보험상품으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험의 사회적 책임과 보장성 향상을 위한 건강보험의 개선방향 등에 대해서도 말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과의 역할에 관한 논의가 방향을 잡은 뒤에 감독체계와 사회적 책임을 논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80%되어야 본격논의 가능”
건강세상 네트워크의 김창보 사무국장은 “자본과 정부가 보건의료서비스의 산업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논의가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도입과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시민단체의 입장을 피력했다. 민간의료보험의 접근은 과연 국민들에게 유리한가로 해야 하는데 가입자 규모, 이윤의 유무, 국고보조와 사용주부담금 등 모든 면에서 절대적으로 공보험이 유리한 조건임을 들었다. 그리고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개선을 빠른 속도로 추진해야 하며, 최소한 보장성 수준이 80% 이상은 되어야 민간의료보험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논의가 본격화 될 수 있다”고 개진했다.
“비급여 보장상품 만들려면 통계자료 공유해야”
교보생명의 이학상 상무는 “학계, 의료계, 정부에서 민간보험사가 운영하기 원하는 비급여 보장에 대한 보험상품을 만들기 위한 관련통계조차 각종 규제에 묶여서 공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험 통계의 이용 및 현행의 입원, 외래, 처방조제 등의 대분류에 의한 통계자료보다는 좀 더 세부화된 통계자료를 공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의료기관과 보험사간 의료네트웍을 통한 의료비 직불처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가입자의 편익성 증대와 보험사의 심사비용 절감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의료보험 역할이 큰 국가일수록 의료비지출 높아”
보건복지부의 이상용 보험연금정책본부장은 민간의료보험의 문제점으로 고급의료 확대, 의료이용량 증가 등에 의한 국민의료비 지출의 급격한 증가 위험을 들으며, “미국, 스위스, 독일 등 민간보험역할이 큰 국가의 의료비 지출이 OECD 국가들의 8.3%에 비해 10~14%로 1~3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근거자료를 제시했다.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간의 합리적인 역할분담을 위해서는 “민간의료보험이 보건의료정책의 틀 속에서 기능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 세부적 방안으로는 민간보험이 의료남용을 초래하지 않도록 공보험의 법정본인부담금 급여제외 등 급여범위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 소비자의 충분한 선택권 보장을 위한 민간보험상품의 내용·기준 등을 규정, 고위험 집단에 대한 가입기회 확대를 위한 보험자간 위험균등화프로그램 시행을 제시했다. 그리고 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진료내역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가장 중요한 정보로 제공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국민건강보험의 충분한 보장성을 전제로 민간의료보험과의 건전한 발전방향을 모색해 갈 것”
공청회를 주최한 강기정의원은 “오늘의 공청회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에 따른 문제점과 그 실태를 살펴보고 향후 공보험과의 바람직한 역할 설정과 발전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고 밝히고, “향후 국민건강보험의 충분한 보장성을 전제로 민간의료보험은 소비자의 후생을 증가시키고 의료산업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건전한 발전 방향을 모색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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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1일 1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