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논평, 공정거래위원회는 미국을 위한 기구인가 ?
“문화는 교역의 대상이 아니라 교류의 대상”이라고 하는 시각은 이미 WTO 체제가 주도하는 세계무역질서 속에서 문화 부분에 대한 예외적 조항을 확보해 내는 강력한 대응논리로 국제사회에서 자리 잡았고, 내년 유네스코의 공식 발의문의 공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스크린쿼터 제도는 이 같은 논리 속에서 매우 합리적으로 자국의 영화산업을 지켜내며 다른 나라와 영화와도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이상적인 제도로 국제문화전문가 회의(CCD)에서도 인정받은 바 있다. 이 같은 객관적 사실들을 전면적으로 무시하고 마치 스크린쿼터 제도가 한국영화산업을 해치는 장본인인 것처럼 매도하는 공정위의 망발은 엄연한 현실 왜곡이다.
한편으로는 “질 낮은 국산영화 생산 조장”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같은 문서에서 “국내 영화산업의 질적 향상으로 50%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는등, 자기 논리를 순식간에 뒤엎어 가며 이 무조건 스크린쿼터 때리기에 몰두하는 공정위가 과연 한 나라의 중요한 공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스크린쿼터가 제대로 그 효력을 발휘하던 90년대 후반 이후, 한국영화는 눈부신 질적, 양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고, 그 가운데에는 최근의 잇달은 해외영화제에서의 수상이 입증하듯이 질적으로 우수한 작품도 있으며, 지나치게 상업성과 오락성에
치우친 작품들도 더불어 쏟아져 나온 것이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공정위의 주장과 달리, 스크린쿼터제도의 정착과 한국영화의 성장은 정확히 비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성장의 그늘 속에서 자라난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 있다. 한국 영화의 양적 성장을 주도한 것이 대형 멀티플렉스들이며, 이들이 같은 계열사 내에서 제작, 투자, 배급망을 동시에 장악하는 수직계열화 현상을 강화해 나가고, 계열사에서 제작한 영화들을 하나의 멀티플렉스 안의 여러 관에서 복수 상영하면서, 대형 배급사를 끼지 못한 중소자본의 영화들이 상영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이로 인해영화의 다양성이 심각하게 위축되었다. 또한 흥행성이 예상되는 영화들과 그렇지 않은 영화들을 소규모 영화관들에 끼워 팔기를 하는 불공정한 거래를 통해, 중소자본 영화업자들은 먹이사슬에 묶여 자율적으로 영화를 선택할 권리를 빼앗기게 되는 점 등이 고질적이면서도 점점 심화되어 왔던 영화계의 문제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작 단속하고 시정해야 할 불공정 거래의 대상은 이처럼 다각적 전횡으로 얼룩져있는, 대자본 영화기업들의 내부 거래 관행과 끼워 팔기 등의 불공정 거래이지, 스크린쿼터 제도가 결코 아니다.
스크린쿼터는 자국영화 점유율 95%, 전세계 시장 점유율 85%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영화로부터 한국영화산업의 입지를 확보해 내기 위한 정책이다. 쿼터가 사라지게 되면 전 세계의 다양한 영화들이 고루고루 우리의 스크린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초국적 자본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무장한 미국영화들에게 서서히 자리를 내어 주게 되는 것이다. 이는 멕시코, 캐나다를 비롯하여 미국의 압력에 의해 쿼터를 없앤 모든 나라들이 보여준 한결같은 수순이다.
민주노동당은 한국영화시장을 왜곡시키는 엄연한 문제점들을 좌시하는 직무유기를 하는 동시에 자국이익의 확대에 혈안이 되어있는 미국영화계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근본적인 자질을 의심하며 심각한 반성을 촉구한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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