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만 있고 사람 없는 정책은 ‘휴지조각’
○ ‘자찬(自讚)’하지 말라
오늘 발표된 정부의 3.30 후속대책 발표는 8.31 대책의 자화자찬으로 시작되었다. 정부가 8.31 이전과 이후 부동산 가격을 들어 8.31 대책이 실효가 있었다고 자평하는 것은 정부의 목표가 서민들의 주거 보장에 있지 않음을 반증한다. 오늘 정부는 정확성이 의심스러운 통계를 들어, 8.31 대책 이후 집값이 ‘조금만 올랐더라’는 한심한 자기만족을 되뇌었던 것이다.
국민이 진정 요구하는 부동산 정책은 집값이 오르는 속도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부풀대로 부푼 집값을 서민들이 부담할 수 있을 정도까지 끌어내리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정부의 변명은 아직도 효과가 나타나기 전이란 궁색한 분석뿐이다.
또한, 오늘 발표한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도는, 당장 도입해야 한다는 지난해 강력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뒤늦은 지금에서야 시행하려 하는 것이다. 눌리지도 않았지만, ‘강남 누르기’가 부동산 정책의 전부가 아니며, 그와 대비되는 ‘판교, 강북 띄우기’도 잘하는 정책이 아니다.
정부 정책으로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집값을 꾸준히 내릴 수 있는 대책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추가대책을 아무리 뒤져봐도 서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살 집을 마련할 가능성은 희미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 임대주택으로 집장사 하지 말라
이번에도 변함없이 등장하는 정부의 공급중심 주택정책은 철저한 자기반성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상위 20%에 해당한다고 대통령이 말한 연봉 3,500만원 월급자도 판교 분양주택에 살기 위해서는, 소득의 전부를 10년이 넘도록 모아야 한다.
분양주택은 그렇다 치더라도 보증금 1억 이상, 임대료 40-80만원에 가까운 임대주택은 도대체 어떤 ‘부자’ 서민을 위한 것인지를 묻고 싶다. 정부는 임대주택의 계층을 다양화하고, 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재고를 위한 것이라고 합리화했다.
그러나 그런 합리화는 그전에 완성해야할 정책실현 단계를 무시한 것이다. 판교의 이상한 임대주택 공급이 임대주택의 우선 대상이 저소득층과 서민이라는 우리 나라 현실에서의 기초적 당위를 무시한 것이며, 그 이상의 소득계층인 중산층의 지갑까지 빨아들일 임대료 사업의 ‘시장 넓히기’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임대료 비싼 고급 임대주택을 짓고 생색내기 전에, 살 집 없는 저소득층과 감당할 수 없는 주거비용에 고통 받는 기존 임대주택 입주자의 임대료 체계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 강북의 세입자, 영세서민들을 서울 밖으로 내쫒지 말라
한편, 이번 추가 대책의 진정한 본질은 지난해 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의원들이 합심하여, 아무런 잡음없이 통과시킨 ‘주택재정비촉진을위한특별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알리는 신호탄임을 주목한다. 강북의 공급물량 확대를 구실로 삼아, 변함없이 추진되는 정부의 물량위주 정책은 비싼 집 120채 지으려고, 서민의 값싼 집 100채를 부수는 것에 불과하다.
강남에 비하여 밀도가 낮은 강북은 주택정책을 돈벌이 시장으로 인식하는 부동산 투기 세력에게는 수익률 높은 도심지의 노다지가 될 것이다. 한나라당 소속의 서울시장이 밀어붙인 뉴타운 지역에서 재정착율이 10% 미만이라는 결과는 정부와 여당의 입장에서는 ‘신경 쓸 바 아닌’ 것이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본받을 만한’ 것인 셈이다.
이 사실을 뒷받침하듯, 정부는 한나라당의 뉴타운 사업과 강북 개발의 주도권 경쟁이라도 하듯이 광역적으로 개발한다는 구실을 붙여, 규모를 더 키워서 뉴타운 3개 이상이 포함될 수 있는 거대 개발사업으로 포장을 가능하게 하였다. 사업이 본격화되면, 해당지역 주민의 절반이 훨씬 넘는 세입자와 그들에게 전세 보증금 되돌려주면 남는 돈이 없는 영세 주택소유주들의 대대적인 전셋집 찾기 유목이 시작될 것이다.
정부 대책은 강북의 광역개발을 서울의 균형발전이라고 장식하지만, 그것은 강남처럼 비싼 건물을 강북에도 골고루 뿌리는 ‘광란 개발’이다. ‘강북을 강남처럼’이라는 구호는 강북에도 더 많은 부자들이 살도록 하자는 말이다. 기존 세입자는 안중에 없고, 새로 지어진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부자 주민’만을 원하는 것이다.
부자들이 들어갈 자리에 있던 서민들은 서울의 어디로 가란 말인가? 정부가 추구해야 하는 균형발전이라는 가치가 비싼 건물을 골고루 짓는 것이 아니라, 살고 있는 지역에 상관없이 누구나 주택을 포함한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공공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2006년 3월 30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의장 이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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