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화축제의 한마당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 14일 막을 내리다

서울--(뉴스와이어)--제8회 서울여성영화제가 풍성하고 다채로웠던 여성영화축제의 장을 펼치고, 14일 막을 내렸다. 4월 6일부터 14일까지 9일간 열렸던 이번 영화제에서는 8개 부문에 걸쳐 33개국 96편의 작품이 아트레온 3개관에서 상영되었다. 서울여성영화제를 통해 처음 내한한 <내 남자의 유통기한>의 도리스 되리 감독, <임신 36개월>의 타다노 미아코 감독, 아프리카 특별전의 안느 문가이 감독, 판타 나크로 감독 등을 비롯한 다양한 섹션의 감독들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영화제, 세계 각국의 아트센터나 아카이브 등에서 총 20명의 게스트가 초청되어, 아시아 최고의 여성영화제로 자리매김한 서울여성영화제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이번 영화제는, 한층 강화된 부대행사를 통해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서며 관객과 호흡하는 영화제가 되었다. 배우 심혜진, 방은진 감독, 경순, 이혜란 감독과의 진솔하면서 깊이 있었던 토크쇼(‘매일 그대와’), 첫 방한을 한 <파니핑크>의 도리스 되리 감독, 아프리카의 안느 문가이, 판타 나크로 감독, 배우출신의 일본 감독 타다노 미아코 등 국내외 유명 영화인과의 대담(‘쾌girl-女담’)등 다양한 감독, 스타와의 만남이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이번 영화제는 포럼과 강연 등에 관객들의 관심과 참여도가 높았다. ‘여성의 생식력을 둘러싼 국가와 문화권력’이라는 주제로 아시아 여성학자, 여성운동가, 그리고 영화 제작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국내 저출산 문제와 여성의 몸에 관한 열띤 토론과 질의응답이 이어졌으며, 페미니스트 다큐멘터리와 한국영화 특별전에 관한 섹션포럼, 그리고 시몬느 드 보브와르 시청각센터의 니꼴 페르난데 페레 사무국장의 70년대 페미니스트 다큐멘터리와 비디오 액티비즘의 연대기에 대한 ‘필름인사이드: 특별강연’은 희귀한 영상자료와 깊이 있는 강연내용으로 관객들의 열정적인 호응을 얻었다.

해마다 높은 관객점유율을 자랑하는 서울여성영화제. 관객들의 격려와 사랑으로 매년 성장하고 있는 서울여성영화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매진사례를 이뤘다. 87%의 관객점유율을 기록한 이번 영화제. 하지만 이미 개봉된 작품들이 상영된 한국영화특별전을 제외하면 90%가 넘는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남성 관객들의 점진적인 증가와 더불어 주부관객, 40~50대 장년층 관객 등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관객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젊음과 문화의 공간 신촌으로 옮긴 지 3년, 영화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대행사를 즐기기 위한 시민들의 참여가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전체 100회의 상영횟수, 3만 3천여 명의 관객이 참여한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는 여성영화, 그리고 여성주의 시각을 공유하고자 하는 관객들의 갈증과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전세계 여성들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삶을 공유하는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올해 관객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불러일으킨 작품은, 4기 옥랑상 수상작인 이혜란 감독의 파워풀한 다큐멘터리 <우리들은 정의파다>였다. 이 작품은, 국내 여성노동운동의 동력이 되었으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동일방직 사건을 현대의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환기시키며 적극적이며 열정적인 공감을 이끌어 내었다. 이 외에도 카메룬의 한 작은 법정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개막작 <법조계의 자매들>과 국내 첫 내한한 도리스 되리 감독의 신작 <내 남자의 유통기한>, 그리고 <댈러웨이 부인>을 비롯한 마를린 호리스 감독특별전 작품들과 아프리카 특별전의 <그 밤의 진실>, 페미니스트 다큐멘터리 부문의 <카섹스> <제니의 제니> <딸이 되는 절차> 등의 작품들이 일찌감치 매진되며 화제를 모았다. 또한 국내외 여성감독들이 참여한 총 29회에 걸친 관객과의 대화 시간은, 상영작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들과 재치 있는 답변이 오가는 열띤 토론의 장이 되어 영화제 기간 내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아시아단편경선 및 특별상 심사 결과

아시아단편경선

(본선 진출작 6개국 19편)

제3회 영화제부터 시작된 아시아단편경선은 서울여성영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문이다. 지난해 209편 지원에 이어, 올해에는 14개국 229편의 지원작이 접수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예심을 거쳐 국내 13편, 해외 6편 총 19편의 본선 진출작이 선정되었으며, 영화제 기간 중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주목 받았다.

■ 우수상 (3편/트로피, 상금 각 300만원)

* 최우수상이 없이 우수상 3편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녀의 핵주먹 Atomic Punch, My Darling> 선지연/한국/2006/20min/35mm/color

<별난 엄마 Oh! My Mum> 창 나이-윈 Chang Nai-yun/대만/2006/26min/Beta/color

<라디오 연애상담 Cheftzi on Air> 달리트 엘리라즈 Dalit Eliraz/이스라엘/2005/22min/Beta/color

■ 관객상 (1편)

<참!잘했어요 Excellent Work!> 정다미/한국/2005/20min/35mm/color

■ 심사위원

안느 문가이 Anne G. Mungai : <날으는 의사 사이카티> 감독 - 심사위원장

테레사 퀑 Teresa Kwong : 홍콩아트센터

심혜진 : 영화배우

앙현아 : 서울대학교 법학부 교수

이진숙 : 엔젤언더그라운드 대표

■ 심사기준 및 총평

제 8회 서울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선 본선 심사위원단은 아시아 14개국에서 출품된 229편의 출품작 중 예심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19편의 작품 모두와 감독들을 칭찬하고 싶다. 심사위원단은 이들 19편의 본선 진출작이 모두 독창적이며 감독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작년 출품작에 비해 기술적면에서 매우 발전하였음을 볼 수 있었다.

이 뛰어난 19편의 작품들 중에서 세 작품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심사위원들에게는 대단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심사위원단은 서울여성영화제의 주제를 신중하게 고려해서 세 가지 기준을 세웠고, 그 기준에 맞추어 세 작품을 선정하게 되었다. 그 세 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작품이 아시아의 지역적 특수성과 만나는 페미니즘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가. 둘째, 작품의 영화적 완성도는 어떠한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품이 얼마나 단편영화로서의 독창성을 보여주고 있는가. 더불어 부수적으로 고려된 또 한 가지의 기준은 작품이 우리 사회의 다양성 증진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였다.

이번 아시아 단편경선에서 심사위원단은 최우수상을 선정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우리의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작품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 작품들에 분명하게 드러났던 재능과 독창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며, 이 작품들과 감독들의 발전 가능성을 믿는다. 따라서 긴 토론과 고민 끝에 심사위원단은 만장일치로 이 세 작품에게 똑같이 우수상을 주기로 결정했다.

우수상을 수상한 선지연 감독의 <그녀의 핵주먹>은 매우 독창적이며 유쾌한 유머로 가득 차 있다. 동시에 이 작품이 보여주는 성숙한 관점은 관객들로 하여금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창 나이윈의 <별난 엄마>는 감독이 자신의 어머니를 단순히 ‘어머니’라는 이름 안에 위치 시키는 것이 아니라 매우 다양한 입장과 관점에서 그리려 했다는 점에서 높이 살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은 세대간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으며, 그 시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훌륭한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달리트 엘리라즈의 <라디오 연애 상담>은 이 세 편의 우수상 수상작 중 영화적 장점이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훌륭한 연출력을 보여주는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구성과 대본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이러니의 독창적인 사용과 칭찬할 만한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심사위원단은 아쉽게도 수상권에서 밀려났으나,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 다음 두 작품을 특별언급하고 싶다. 아쉽게 수상권에서 밀려난 정다미 감독의 <참!잘했어요>는 감독의 무한한 재능과 능력을 보여주었다. 아동학대라는 말해지지 않은 주제를 다루는 섬세한 시선을 특히 칭찬하고 싶다. 감독은 용감하고 또 독창적이며,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조수진의 <눈물이 생기는 경로>는 영화적 스타일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미술적인 스타일을 보여주는 매우 독창적인 작품이었다. 감독은 음악과 이미지, 그리고 영화적 스타일의 조화를 보여주었으며, 그것은 매우 귀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영화제의 선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부분 때문에 수상권에 들지 못했지만, 그것이 이 작품의 아름다움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제 8회 서울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선 본선 심사위원단은 미래의 출품작들은 주제면에 있어 더 다양해지기를 기대한다.

특별상

 여성신문상 (2편/트로피, 상금 각 100만원)

영화를 통한 여성주의 실천을 격려하기 위해 여성신문에서 마련된 특별상으로 ‘여성영상공동체’ 부문에 출품된 작품 중 영상매체를 통해 여성운동을 하는 단체나 개인을 대상으로 한다.

<속도 무제한 페미니즘 Unlimited Girls>

파로미타 보라 Paromita Vohra/인도/2002/94min/Beta/color

 심사평

<속도 무제한 페미니즘>은 "우리들의 삶에 있어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이슈를 제기하면서 사적인 대화와 농담들을 적절히 절충해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즐겁게 접근한 점이 돋보였다. 페미니즘의 수혜를 받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말하는 여성들에게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페미니즘에 대한 통념과 경계를 뛰어넘어 한계를 짓지 않는 자유로운 페미니즘을 얘기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데 성공했다고 본다.

<생리해주세요 Please, Have the Menses!>

손현주/한국/2004/20min/DV 6mm/color

 심사평

<생리해주세요>는 사람들이 쉽게 말하기 꺼려하는 '생리'라는 주제를 공론화 시키는 방법이 유쾌하고 재미있게 시도한 점이 돋보였다. 또한 남성들에게 생리대 착용을 권유하면서 공감을 얻어내는 방식이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무리 없이 다가간 면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청소년들이 생리에 대한 피해의식이 없이 접근함으로써 이것이 여성의 문제가 아닌 젠더'의 문제이며 남녀가 같이 살아가는 방식의 문제임을 일깨웠다.

■ if상 (1편/트로피, 상금 100만원)

‘새로운 물결’ 부문을 포함한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모든 영화 가운데 페미니스트 저널지 『if』가 주목하는 한국 신인 감독에게 주는 상으로, 미래지향적이고 여성의 역할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정, 수상한다.

<육다골대녀> 이애림/한국/2005/10min/Digi-Beta/color/Animation

 심사평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는 대대로 물려받은 저주 받은 외모에 대한 사회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정형화된 미를 갖추기 위한‘무기’선택을 거부한 채 차라리 쌓인 ‘홧병’을 아름다운 불꽃놀이로 터뜨린 ‘육다골대녀-막내’에게 박수를 보내며, 촌철살인 같은 대사와 깜찍한 캐릭터로 우리 사회 외모지상주의라는 심각한 이슈를 재기 발랄하게 풀어낸 이애림 감독의 애니메이션 작품 <육다골대녀>가 이프의 스피릿, ‘웃자! 뒤집자! 놀자!’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 2006년 제 8회 서울여성영화제 이프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5기 다큐멘터리 옥랑상

(트로피, 1,000만원 이내의 순수제작비)

여성영화인력의 인큐베이터 서울여성영화제가 미래지향적이고 한국적인 문화운동을 벌여온 옥랑문화재단과 함께 진행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지원제. 대안적인 세계관과 감수성으로 영상이미지를 개발하고 긍정적 여성성을 담아내는 여성감독의 다큐멘터리 제작에 안정적인 제작기반을 마련하고자 시작되었다. 올해 5기 옥랑상 수상작은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를 통해 프리미어 상영된다.

 수상작: <이반검열 2> 이영 감독

 심사위원:

김난숙: ㈜동숭아트센터 기획사업부 부장

김선아: 서울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이안숙: 인디다큐페스티발 프로그래머

 심사평

옥랑상은 여성 문제를 도전적으로 제기하고 실험적으로 제작하는 다큐멘터리 작품을 사전에 지원하는 서울여성영화제의 수상제도이다. 옥랑상은 새로운 여성 영화인을 발굴하고 여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환기를 불러일으키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번 옥랑상 지원 응모작은 총 6편이었다. 3인의 심사위원은 1차로 지원 감독의 포트폴리오와 서류심사를 거쳐 3편의 작품을 2차 심사대상작품으로 선정하였다. 2차 면접 심사 대상작품으로는 <이반검열2> (감독: 이영), <그들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주현숙), 그리고 <주홍글씨 (가제)> (김일란)가 선정되었다. 각각은 청소녀 레즈비언, 이주 여성, 에로 영화배우라는, 이전에 제대로 조망 받지 못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 복잡하고도 다층적인 관점으로 이들을 재현하려 했다는 점에서 다른 지원 작품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들 2차 심사대상 작품 중 먼저 <이반검열 2>는 15~ 22세에 놓여있는 청소녀 레즈비언의 섹슈얼리티를 다루고 있다. 작품은 레즈비언 청소녀를 여성과 청소년 시기 섹슈얼리티 문제를 동시에 내재하고 있는 하나의 약한 고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감독 본인이 세대를 달리 한 레즈비언이라는 점에서 대상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 높고, 친밀감 형성이 보다 유리하다는 점도 작품의 장점으로 작용했다. 심사위원들은 등장인물 대부분이 얼굴 없이 처리되어야 하는 데에서 오는 화면의 단조로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걱정했다. 감독은 이를 핸드폰 화면, 화상 채팅 등을 통해서 역동적이며 신선한 청소녀 문화를 보여주는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작품이 동성애혐오 사회를 깨뜨리기 위한 연작 중 한 편이라는 점에서 심사위원단은 제작팀의 치밀한 사전 계획과 작품에 대한 애정을 높이 평가했다.

주현숙 감독의 <그들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는 한국에 국제결혼을 해서 살게 된 세 명의 동남아시아 이주 여성을 다루고 있다. 작품은 이 세 명의 이주 여성을 결혼해서 임신을 앞둔 감독의 삶과 겹쳐서 보여주길 원했다. 일단 이주 여성 문제는 현재 사회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행위자들이기에 작품의 시기성은 적절하다고 판단되었다. 그러나 심사위원단이 서류 심사에서 우려한 점, 즉 그들과 우리의 국가-민족의 다름과 여성의 같음을 어떻게 동시에 다룰 것인가에 대해서 감독은 선뜻 대안을 제시해 주지 못했다. 또한 방송에서 요즘 유행처럼 다루고 있는 이주민 소재 다큐멘터리와 어떤 차이점을 부각시키면서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도 역시 기획단계에서 마땅한 배수진을 치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 따라서 작품의 관점은 이성애 여성이 결혼, 출산, 양육 등의 일련의 사이클을 거치면서 부딪치는 남성 중심 가부장제와 국가와 인종의 차이가 당면한 자민족 중심주의를 어떻게 동시에 드러낼 것인가에서 흔들리게 된다. 결국 심사위원단은 그 불안정한 시선을 극복하기에는 작품이 좀 평이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김일란 감독의 <주홍글씨(가제)>는 에로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여자 배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소재 면에서 가장 흥미를 끈 작품이었다. 왜냐하면 남성 지배와 여성 억압이라는 가부장제의 경화된 이분법을 흔들어서 여성주의를 새롭게 제기해 볼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출품작 중 제출 서류에 유일하게 영화의 형식적인 면에 대한 언급을 기입해서 구체적인 화면에 대한 상상을 하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심사위원단은 에로 여배우의 이중적 위치, 즉 남성의 욕망에 봉사하는 가부장제의 적극적인 조력자인 동시에 사회적으로 능동적인 여성 주체라는 에로 배우의 정체성에 대해서 보다 조밀하게 바라보려는 제작 주체의 시선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주홍글씨>는 작품의 뼈대를 이루는 두 인물, 즉 29세 비정규적 여성 노동자와 에로 여배우간의 관계의 작위성, 에로 여배우와 제작주체 간의 관계의 모호함, 한 명의 에로 여배우를 조망해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에 대한 간과, 제작 집단 내의 다양한 관점을 통합할 리더쉽 부재 등을 이유로 아쉽게도 선정 작에서 탈락하게 되었다.

결국 자신이 만들고 있는 주제에 대한 관점을 가장 뚜렷하게 피력하고, 상대적으로 가장 많이 제작 준비가 되어 있는 <이반검열 2>를 5기 옥랑상에 선정하였다.

6편의 작품이 그리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번 응모작품들을 통해서 심사위원단은 오늘날 여성들이 사회에 어떤 문제 제기를 하길 원하는가, 그들이 카메라로 담길 원하는 여성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 담길 원하는가를 알 수 있었다. 여전히 여성 감독들은 보다 더 낮고 보다 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여성을 ‘대상화’시키지 않은 채 어떻게 재현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러한 반-대상화 작업은 감독을 작품에 끌어들여서 여성으로서의 경험의 공통지반을 만들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그래서 여성감독들의 작품은 (감독 혹은 제작주체의) ‘자의식성’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러한 ‘자의식성’이 나르시시즘 아니면 인물 중심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쉽다. 이전 여성 다큐멘터리가 감독 자신의 어머니를 주로 다룬 가족 중심의 서사가 중심을 이루었다면 이번 지원 작들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대상화’와 ‘자의식성’이 협상되는 장소로 가족이 아닌 사회에 퍼져있는 사회적 여성 주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옥랑상을 통해서 한국 다큐멘터리를 이끄는 여성들이 더 많이 나오길, 여성의 삶과 분리될 수 없는 다큐멘터리 미학을 보다 더 도전적으로 보여주는 장이 되길 바라면서 심사평을 마친다.
- 김선아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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