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성명-고려대학교는 부당하고 가혹한 징계를 즉각 철회하라.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는 학교 측의 결정에 대해 과도한 징계라는 우려를 넘어 고려대학교의 ‘교육방침’자체에 심대한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고려대학교의 이번 결정은 이번 ‘사태’를 둘러싼 그 동안의 과정이 어디에 원인이 있었는지를 간과하고 일방적으로 강요한 것이다.
고려대학교는 학생들의 징계 조치를 발표하면서 ‘제살을 깎아내는’ 심정으로 출교 처분을 결정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실제 고려대학교의 모습은 제살을 깎는 고통을 감내하는 스승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마치 전쟁터에서 적을 전멸하려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번 일의 시초가 된 보건대 통폐합 문제에서 학생들은 수업권 보장과 평등한 학사관리를 요구하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고려대학교는 논의를 하는 것조차 거부하고 학생들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무시하였다. 그리고 이로 인해 고려대학교가 주장하는 이른바 ‘교수 감금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의 학생들의 행동이 학교와 언론에 의해 왜곡, 과대포장 되었지만 적절치 못했다는 데 대해 인정하고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학생들이 교수님들을 의사에 반해 한정된 장소에 ‘억류’한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정도의 차이를 떠나 분명 옳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화를 제의하는 요구서한을 접수조차 하지 않으려는 학교 측과 그렇게라도 대화하고자 했던 학생들의 진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학생들의 진정을 일방적으로 무시한 채, 반성의 기미조차 없는 학생들이기에 더 이상 교육할 수 없다는 고려대의 발표는 ‘스승에 대한 태도’를 내세우는 고려대의 말과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제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되면, 가르치는 나에게 문제가 없었는지부터 돌아보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참된 스승의 모습이다. 그런 스승을 어떠한 제자가 감히 그림자라도 밟으려하겠는가. 우리는 고려대학교가 자랑하는 전통이 그런 스승과 제자들이 있었기에 존재하였다고 익히 들어왔다. 하지만 군대의 교관처럼 오로지 일방적인 명령과 지시만이 존재한다면 스스로 전통을 짓밟는 것이며 스승으로서 인정받기를 거부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는 이번 고려대학교의 결정을 단순히 고려대학교 한 대학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고려대학교와 유사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항공대, 산업대, 동덕여대 등등의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제적을 포함한 징계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의 광풍에 휩쓸려 들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에 편승해 교육당국과 각 대학들이 대학사회 또한 힘 있는 자의 일방적 패권과 살벌한 경쟁의 공간으로 만들려고 하는 시도의 일환이다.
그러하기에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는 고려대학교가 이번의 부당한 징계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고려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각 대학들, 제 사회단체와 연대하여 투쟁할 것이다.
그에 앞서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는 고려대학교가 참된 스승으로서의 모습과 진리를 추구하는 대학 본연의 모습에 대해 깊이 숙고하고 징계조치를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
2006년 4월 20일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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