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거대 양당원내대표 회담이 있었으나 사실상 결렬됐다.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이 ‘등’자 하나 넣어야 한다는 이유로 아이들 건강을 내팽개친 것이다.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서는 소소한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 있다”거나, “곧 방학이라 급식법이 급하지 않다”는 말이, 계속 이어지는 학교급식 대란 와중에 ‘집권야당’으로 불리는 원내대표가 과연 입에 담을 말인가? 우리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의 건강문제와 교육문제가 소소한 문제로 보이는 것인지 걱정된다. 이는 결코 ‘소소한’ 문제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정치적’ 문제다.
교사 출신 이재오 원내대표가 아이들의 건강을 인질로 삼아 사학법 재개정을 고집하는 속내가 궁금할 뿐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표로 출마하는 이재오 원내대표가 ‘표’를 의식하고 사학법 재개정에 ‘올인’하고 그 가운에 우리 아이들의 건강문제가 인질이 된 것은 아닌가. 결국 이재오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 당선 길에 거추장스럽게 느끼는 아이들의 식판을 발로 걷어차 버린 꼴이 되고 있다.
일부 소장파 당권후보들은 사학법 재개정과 급식법 연계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하던데, 그나마 약간 다행스러운 일이다. 오늘 한나라당 의총 결과를 지켜보겠다. 국회가 사학법 하나에 휘둘려 제 기능을 상실해서야 되겠는가. 한나라당은 임시국회 파행을 어떻게 책임질 건가.
한나라당이 사학법에 ‘등’자 하나 넣자고 온갖 민생법안 무관심에 내팽겨치는 모습에 국민들은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다. ‘등’자 넣자는 한나라당의 기세등등한 태도에 국민들의 분노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가증스런 CJ와 한심한 정부의 감사패
대한민국 정부가 가끔 국민들 허탈하게 만드는 일이 있다. 학교급식에서 손 뗄 것처럼 하던 CJ가 공공기관이나 수익성이 높은 일반 기업체, 그리고 병원 급식 사업과 식재료 유통 사업은 계속한다고 한다. 결국 CJ사업 포기는 ‘돈 안되는’ 학교급식에서만 손 뗀다는 말이었고,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었다. 가증스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더 한심하다. 이번 사고가 터지기 사흘 전에 CJ는 정부로부터 학교급식 시스템을 잘 갖췄다는 이유로 감사패를 받았다고 한다. CJ가 쉬쉬하면서 사고 진상파악에 나선 사이, 산업자원부가 21일 CJ푸드에 감사패를 줬다는 거다.
대한민국 정부가 얼만큼 허탈하게 만들고 어이없게 만드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니까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하지 않겠나. 식중독 사고를 은폐시켰다는 세간의 의혹을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이다. 급식 대란이 복지부 점검 중에 터졌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으며, 정부가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CJ뿐만 아니라 에버랜드, 동원, SF 등에서 공급한 식자재로 만든 급식을 먹은 학생들 사이에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사실도 뒤늦게 밝혀지고 있다.
감사원이 뒤늦은 감사에 나섰다는데, 불행 중 다행이다. 감사원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철저하게 감사하길 바란다. 업계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는 물론이고, 정부의 은폐의혹이나, 위생사고 관리체계의 근본적인 문제까지 짚어야 한다. 감사원이 이번 급식 대란의 원인을 파헤쳐준다면, 국민들은 마음으로부터 감사원에 ‘감사패’를 줄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가 제대로 이뤄져서 정부가 준 감사패와는 다른 감사였다는 평가를 들었으면 좋겠다.
한나라당 취업창구로 전락한 서울시 공기업
서울시 투자기관 비상임이사 25명 중 한나라당 인사가 15명이라는 충격적인 보도가 있었다.
공기업이 한나라당 ‘취업 창구’ 전락한 것이다.
지난 3년 간 매월 백만원의 고정월급과 수당을 받고 있었다니 공기업 경영에 쓰일 것이라 생각하고 세금을 부담하고 있었던 시민들만 억울한 일이다.
한나라당이 그간 현 정부의 낙하산식 인사운영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던 것을 생각하면 민망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지역정권을 틀어쥐고도 이렇게 국민을 기만하고 오만한 행정을 펴는데 대권이라도 잡으면 나라꼴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한나라당이 벌써 집권세력인 양 굴고 오만해져 있다는 지적이 높다는 사실을 한나라당이 부디 새겨듣기 바란다.
- 28일 (수) 11:30 국회 정론관
- 박용진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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