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에서 제출한 개정안은 접근 태도에서 상당히 전향적이다. 개인정보의 수집과 관리에 있어서 국가와 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엄격히 하려고 한다는 점과 이용자의 보호를 강조한 점, 그리고 서비스제공자의 자율규제를 명시한 점 등에서 전향적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런 긍정성을 의심케 하는 것이 개정안 제44조의5(게시판이용자의 본인확인) 조항이다. 보도에 따르면 당정협의에서 본인확인의 의무를 포털의 경우 일일 방문자수 30만 명 이상, 미디어 사이트의 경우 일일 방문자수 20만 명 이상인 사이트에 부과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본인확인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의 수집이 따르게 되고 이는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제약만이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도 높아지게 된다. 본인확인이 의무 사항이 됨으로써 서비스제공자의 자율규제와도 역행한다.
민주노동당은 인터넷 상의 명예 훼손 등의 문제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으며, 이 문제의 최선의 해결 방법은 다양한 인터넷 공동체에서 각자의 역량과 조건, 그리고 구성원의 합의에 따라 개별 공동체의 규범과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주민등록번호라는 제도 자체가 없고 사이트 가입에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되는 외국의 대형 사이트와 비교해 볼 때, 우리의 많은 포털 사이트나 미디어 사이트는 이미 본인확인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예 훼손 등의 문제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온라인 사이트를 개인적인 놀이의 공간 정도로 취급하는 일부 이용자의 태도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질 높은 정보의 제공과 이용자들의 관계 형성에 대한 서비스 제공자의 낮은 의지와 같은 우리의 인터넷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가정집의 가스 안전 점검표에는 안전 점검 담당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버젓이 써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된 사건이 오래된 일이 아니다. 악의를 가지고 타인의 명예를 침해하려는 사람들이 본인 확인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법은 너무나 많다.
선의의 인터넷 이용자에게 본인확인을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이며, 서비스 제공자에게 본인확인의 책임 부과와 같은 국가에 의한 개입은 장기적으로 서비스제공자가 법률상의 의무만 지키면 그뿐이라는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수 있다. 서비스제공자의 건강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기 위한 의지와 노력이 한층 중요한 시점이다. 인터넷 문화를 국가가 규제를 통해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정부는 실효성도 없이 국민의 기본권만 제한하는 '제한적 인터넷 실명제' 입법을 즉각 중단하라!
2006년 7월 31일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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