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미 FTA 특위는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한미 FTA의 협상 분과는 모두 17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회의 한미 FTA 특위 구성원은 고작 20명에 이른다. 수로만 보자면 하나의 분과 당 1명, 많아야 2명의 의원이 관여하는 셈이 된다. 이처럼 적은 인원으로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 협상을 제대로 검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한미 FTA에 대한 정부측의 협상 대표단만해도 150명이 훨씬 넘는 대규모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작 20명의 국회의원들을 모아놓고 특위를 자청하는 것을 볼 때 국회가 진정으로 한미 FTA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 타당성에 대해 제대로 검증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국회가 진정 행정부가 벌이는 협상에 적극적인 견제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 우선 그 규모에 대한 대폭 보강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구성면에 있어서도 각 협상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이 필요하다. 협상의 내용과 그 파급력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벌일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한미 FTA는 대다수 찬성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의원들로 구성이 되어있어 그 형평성과 내실에 있어 모두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한미 FTA 특위가 제 구실을 하기 위해는 조직 자체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 정부부처의 의견이 아닌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가장 먼저 들어야 한다.
국회의 한미 FTA 특위의 일정은 대부분 정부 측의 의견만 듣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위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뒤 가장 처음 한 일은 권오규 경제부총리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김종훈 한미 FTA 협상단 수석대표에게서 1, 2차 협상 결과를 포함한 한미 FTA 협상 추진과정 전반에 대한 종합보고를 받은 것이다. 또한 앞으로는 매주 1차례씩 회의를 열어 관계 국무위원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각 부문의 대책을 협의한다고 한다. 국민들의 의견과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은 전혀 수렴하지 않았던 정부의 폐쇄적인 태도를 국회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국민의 대표라고 하는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한미 FTA 특위는 정부의 협상 내용을 학습하기 위한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정부의 밀실 행정으로 일관되어온 협상 과정에서 소외된 다양한 의견들을 반영하는 것이 이 특위의 임무이다. 따라서 상징적 측면과 실질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해 보았을 때 이번 한미 FTA 특위가 가장 먼저 만났어야 하는 이들은 정부 당국자가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이다. 농업 분야의 대표, 자동차 업계의 대표, 섬유 분야의 대표 등등 협상 결과에 따라 운명이 갈라지는 이해 당사자들을 먼저 만나 그들의 의견을 들었어야 했다. 이처럼 각계의 의견을 우선 경청하고 현재 정부의 FTA 협상 내용을 검토하는 자세를 보여야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가장 부족했던 의견 수렴의 공백을 메울 수 있으며, 매서운 정부 견제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특위는 정부부처의 의견이 아닌 FTA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에 놓인 다양한 그룹의 당사자들을 만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3. 한미 FTA 특위의 활동 시일이 미리 정해져 있어서는 안된다.
한미 FTA 특위는 활동시한을 내년 6월말로 잡았다. 이는 미국 측의 TPA가 만료되는 시기로 정부가 한미 FTA를 서두르는 이유 중에 하나였다. 협상의 일정마저도 국가의 이익보다는 미국의 일정에 맞추는 정부의 태도는 그동안 많은 이들의 비판이 되어왔다. 그런데 이제 정부를 견제하겠다고 나선 한미 FTA 특위가 그 시일을 미국 측에 맞추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의 중요성과 파급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철저하게 그 효과를 분석하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정확한 예측치를 가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 특위는 정부와 함께 미국 측의 일정에 맞추어 자신들의 활동시한을 정하는 것은 정부의 조급한 협상 진행을 지지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경실련은 한미 FTA 특위의 협상 시한이 미리부터 정해질 필요가 없다고 본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들더라도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국민들은 밀실정치로 일관하는 정부의 한미 FTA 협상 태도에 대해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의 대표라고 하는 국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행정부의 독단을 견제하라고 뽑은 것이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에 대한 국회의 첫 대응으로 구성된 특위는 여러 면에서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경실련은 국회가 진정 국민의 대변인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면 특위를 전면 개편할 것을 요구한다. 한편 이와 함께 국회는 가장 시급하다고 할 수 있는 통상절차법의 통과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통상절차법을 통한 보다 적극적인 국회의 개입이, 합리적인 한미 FTA 협상의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거대한 경제 협상 앞에서 막막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어디에서도 국민을 납득시킬만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 대표 국회는 막무가내 식 정부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힘이 있는 단체이다. 한미 FTA 앞에서 눈이 가려지고 귀가 가려진 국민들의 답답함을 이제는 국회가 나서서 풀어줘야 할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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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은 1989년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라는 기치로 설립된 비영리 시민단체로서, 일한만큼 대접받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특히 집, 땅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 근절, 아파트가격거품 제거, 부패근절과 공공사업효율화를 위한 국책사업 감시, 입찰제도 개혁 등 부동산 및 공공사업 개혁방안 제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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