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공판청구 전 피의사실 공표행위 엄격한 요건 하에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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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2006-08-10 11:46
서울--(뉴스와이어)--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는 “○○○ 인천광역시장 굴비상자관련 사건” 및 “만두소 사건” 수사과정에서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 행위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피해자들의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행정자치부장관에게 경찰청에 대해 경고할 것을, 경찰청장에게는 인천지방경찰청에 대해 경고조치를 취하는 한편 향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교육 및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할 것을 각각 권고했다.

수사기관에 의한 공판 청구 전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대한민국「헌법」제27조 제4항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형법」제126조는 피의사실 공표죄를 규정하고 있는 등 현행법 체제하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피의사실을 공표할 경우에는 엄격한 요건 하에서 제한적으로만 이뤄져야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그동안 수사기관에서 공판 청구 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함으로써 피의자의 인격권 및 초상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반복돼 온 것이 현실이다. 이에 국가인권위는 인권침해적 수사관행을 개선하기로 하고 2004년 11월 “○○○ 인천광역시장 굴비상자관련 사건”, “불량만두 파동 사건” 수사과정에서 특히 이와 같은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인권침해가 이뤄졌다고 보고 이에 대해 직권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하였다.

국가인권위는 △“○○○ 시장 굴비상자 사건”의 경우 인천지방경찰청이 이를 수사하면서 공식적인 공표 전에 이미 비공식적으로 언론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수사내용(○○○시장이 ○○건설사로부터 현금 2억원을 수수하였다)을 유포하고 피의사실 외에 당사자에게 불리한 정황 등을 공표한 사실, △“만두소 사건”의 경우 경찰청이 보도자료에서 ‘쓰레기로 버려지는 중국산 단무지 자투리’ 등 지나치게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불필요한 오해와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유책성을 언급하는 등 공판 청구 전에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에 일단 주목했다.

이에 국가인권위는 전문가 공청회를 비롯해 피의사실 공표자적 위치에 있는 검찰·경찰·언론사 관계자와의 간담회, 학계의 자문, 외국사례 수집 등을 갖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으며 이를 통해 이번 사건들에서의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인권침해 여부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준에서 판단했다.

△피의사실 공표의 대상은 일반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이 되는 사항으로 한정해야 할 것인 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생길 급박한 위해를 예방하기 위한 경우, 언론사의 취재 등으로 이미 사건이 국민에게 상당히 알려져 국민의 중대한 관심의 대상이 된 경우 등은 최소한의 피의사실 공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경찰 등 수사기관은 피의사실을 공표할 이익과 필요성이 있다 하더라도 헌법상 보장된 무죄추정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비추어 그 목적과 방법 · 법익균형성 등에 있어 일정한 한계를 준수하여야 한다.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에 의하여 수사기관 내부의 공식의 절차에 따라 공표하되, 피의자의 신원을 추지할 수 있을 정도로 공표해서는 안 된다.

△공표내용도 공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정도의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사실발표에 한정되어야 하고, 범죄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피의자 인격이나 사생활에 관한 사항 및 재판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증거의 구체적 내용이나 신빙성에 관한 사항은 공표해서는 안 되며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추측 또는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인권위는 두 사건 모두 사건의 특성상 일반국민들의 정당한 알 권리를 위해 피의사실을 공표할 필요성 자체는 인정된다고 볼 수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사항들이 상당한 정도로 위배됐다고 판단했다.

“○○○ 시장 굴비상자 사건”을 수사한 인천지방경찰청의 경우,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다고 하나 공식적인 공표 전에 이미 비공식적으로 언론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 시장의 기존 진술과 다른 수사내용을 유출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수사관계자의 진술을 통해 나오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었고,
△공표과정에서 피의사실 외에도 ○○○ 시장에게 불리한 정황사실을 공표함으로써 범행내용을 부인하고 있는 ○○○ 시장의 진술의 신빙성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치고 불필요한 오해와 추측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으며,
△공표한 내용도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나 자료에 바탕을 두지 않았으며,
△선거로 선출되는 자치단체장에게 뇌물수수 사건과 같은 피의사실이 공표될 경우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음에도 공표의 절차나 방법, 공표 내용 등이 허용한계를 초과(과잉금지 원칙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만두소 사건”을 수사한 경찰청의 경우,
△피의사실을 공표함에 있어 ‘쓰레기로 버려지는 중국산 단무지 자투리’를 수거, ‘폐우물 물로 탈염·세척‘ 등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여 오해와 추측을 불러일으키게 하였고,
△‘악덕업자’라는 용어를 사용해 비난함으로써 지나치게 피의자에 대한 가치평가 내지는 유책성에 대한 언급을 했으며,
△ 피의사실 공표 시 피의 사실 외에도 조사과정에서 촬영한 단무지 공장 등에 대한 동영상을 방송국에 제공함으로써 피의자에게 불리한 정보를 전달토록 하는 등
공표범위 표현방법 등이 허용한계를 초과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는 향후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4조 제1항 제1호의 규정에 따라 경찰청의 감독기관인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경찰청(기관)에 대해 경고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하고, 또한 인천지방경찰청의 감독기관인 경찰청장에게 인천지방경찰청(기관)에 대해 경고조치를 취하도록 함과 동시에, 피의사실의 공판청구 전 공표행위가 범죄행위임을 명백히 인식하고 수사단계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있는 피의자의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교육 및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시행할 것을 각각 권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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