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 영화에 대한 찬반논쟁으로 뜨거운 관객과의 대화
관객과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제목이 왜 <귀여워>인가?”였다. 김수현 감독은 “사실 별로 귀엽지는 않죠.”라는 답변으로 관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며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화기애애하게 이끌어갔다. 그러나 간혹 “무슨 의도로 이 영화를 만들었는가?”, “흥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 공격적이고 민감한 질문도 나오기도 해 현장에 긴장이 감돌기도 했다. 이에 감독은 침착하고 의연한 답변으로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Q: 제목이 왜 <귀여워>인가?
A: <귀여워>에 나오는 인물들은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고, 사회의 룰에 맞춰 사는 것에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세상을 삐딱하게 조롱하며 사는 네 남자를 바라보는 한 여자의 시선이 따뜻하고 사랑스럽고 귀여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좀 억지같나? (웃음)
Q: 순이는 네 부자에게 어떤 존재이며, 어떠한 의도로 만들어진 캐릭터인가?
A: 표면적인 이야기는 순이가 네 남자 중에 누구를 선택할까에 맞춰 진행되지만, 네 남자가 희망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리려고 했다. 순이는 이런 네 남자의 촉매 같은 존재이며, 현재 상황에서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한 인물이다. 순이의 행동에 어떠한 이유나 동기가 분명한 것보다는 보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어울리는 것 같다. 순이라는 인물을 완성하는데 있어 모호함과 추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필요했다.
Q: 장선우 감독을 배우로 캐스팅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A: 처음부터 염두해두고 있었던건 아니고 다른 연기자 분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분과는 여러가지 사정상 인연이 닿질 않았다. 그 후에 시나리오를 본 많은 사람들이 장선우 감독님을 추천했고 감독님 밑에서 꽤 오랫동안 연출부 생활했던 정을 빌미로 이제는 나를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Q: 각 캐릭터들의 이름이 특이한데, 그렇게 지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퀵서비스 맨들은 편의를 위해 자신만의 고유번호를 만들어 이름대신 사용한다. 963이라는 이름은 여기서 나오게 되었는데 우연찮게도 당시 김석훈의 핸드폰 번호가 011 963으로 시작했었다.(웃음) 그런데 캐릭터 설명이 부족한 것 같아 후까시라는 별명을 하나 더 붙여주었다. 개코는 견인차 기사라는 직업의 특성 상 냄새를 잘 맡고 끈질긴 습성에 잘 맞는 이름이고, 뭐시기는 내가 알고 있는 건달친구의 말버릇이 ‘뭐시기, 거시기’하는 것에서 따왔다.
Q: 마지막에 아파트가 무너지는 장면은 어떤 의미인가?
A: 뭐시기는 맨땅에 헤딩하듯 아파트를 받아댄다. 만들고 세우기보단 무너뜨리고 부숴 버리는 게 그에게 익숙하고, 그게 그의 체질이다. 스티커 사진을 찍는 순이 뒤로 결국 아파트가 무너져 내리는 것은 판타지일 수도 있고 우화일 수도 있다. 무화 시키는 것이 오히려 그들에게는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 속에서 희망을 보려고 했다.
Q: 영화를 본 소감을 솔직히 말하자면 어려웠고 이해가 잘 안 된다.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얘기는 뭔가?
A; <귀여워>를 카니발적인 영화라고 많이 말하는데 카니발은 규칙의 위반을 넘어 그것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엔 답답한 현실의 출구가 되기도 하고 억눌린 삶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꿈을 되찾게 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모든 무례함이 용인되기에 신랄할 수 있고 일상과의 단절이 가능해 습관과 타성에서 벗어나는 의식일 수도 있다. <귀여워>가 구태의연한 무거움을 날려버릴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영화가 흥행은 좀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제멋대로 사는 이런 인생에게 동조해주고 손들어 주는 게 우리가 사는 데에 하나의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직 영화의 흥행에 대해서는 비관적이지 않다고 본다.
평단과 언론이 극찬한 <귀여워>를 관객들은 어떻게 평가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2004 최고의 문제적 영화 <귀여워>(김수현 감독/ 김석훈, 정재영, 예지원, 선우, 장선우 주연 / 튜브픽쳐스 제작) 는 내일 개봉한다.평단과 언론이 극찬한 이 영화를 관객들은 어떻게 평가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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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30일 1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