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추진과 졸속협상 논란으로 시작한 한미FTA 협상이 개선의 여지없이 벌써 제3차협상에 이르렀다. 협상의 가장 중요한 핵심의제인 4대선결조건의 사전수용, 미국의 이해를 그대로 대변하는 17개 협상분과의 구성 및 협상의제 선정, 국문본이 없어 국내검토조차 힘든 협정문 초안의 입안,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없는 협상목표의 설정 등 한미FTA 협상은 협상개시 이전부터 셀 수 없는 문제를 않고 닻을 올린바 있다.
졸속추진이 개선되지 않은 채 3차에까지 이른 한미FTA 협상은 급기야 양국 간 협상력과 주도권의 불균형을 극명히 보이고 있다. 우리 측 요구는 쟁점에서 벗어난 채, 핵심쟁점의 대다수는 미국의 요구에 불과한 상황이다. 한미FTA협상은 그 내용과 협상능력 모두에서 미국에 의한 그리고 미국을 위한 불균형 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무역구제법의 개정을 요하는 어떠한 협상도 할 수 없고, 전문직 비자쿼터는 미무역대표부의 협상권한이 없으므로 논의할 수 없으며, 국가제소권의 제한은 미 의회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거나, 개성공단은 FTA 협상의제가 될 수 없다는 등 우리 측이 제기하는 주요의제들을 협상과정에서 철저히 배제한 채 논의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이에 반해, 우리정부는 국내정책 및 입법사항과 관련하여 결코 FTA의 협상대상이 될 수 없는 자동차세제의 변경, 약가정책의 변경, 지적재산권 제도의 변경 등 미측의 무리한 요구에 협상장을 박차고 나오지 못하고 질질 끌려 다니는 모습으로 국가적 자존심을 훼손시키고 있다.
우리의 약가정책을 문제 삼아 2차협상으로 의도적 파행으로 만들어버린 미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약제비적정화방안” 전반을 FTA협상의제로 복원하고, 유래없는 미국 상원의원 31명의 협박성 공개서한에 굴복하여 광우병쇠고기 수입재개를 서두르는 우리 정부의 “꼬리 내림”은 비굴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한미FTA 3차협상, ‘대한민국 국민’은 오직 홍보대상일 뿐
맹목적 시장자유화를 지향하는 일부 관료들의 무리한 협상추진은 유래가 없는 국론분열을 야기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한미FTA 경제효과의 타당성에 대한 정밀한 검증보다는 협상추진을 전제로 만들어진 무리한 홍보논리로 참여정부식 혹세무민을 초래하고 있다. 한미FTA가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억지논리, 개방만이 살길이라는 흑백선전, 한미간의 경제 고속도로를 놓는다는 환상론 등은 정부가 냉정한 현실 속에 있기 보다는 FTA라는 우상을 숭배하는 종교집단이 아닌가 의심하게 한다. 중국이 쫒아오기에 FTA를 해야 한다는 중국위협론은 과거 독제정부가 유포하던 안보위협론과 동색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가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 하지 않나 의심을 갖게 한다.
현명한 우리 국민은 한미FTA가 불러올 재앙에 대해 이미 피부로 느끼고 있다. IMF 이후 속도를 붙여온 각종 시장중심 정책이 우리 서민들의 경제를 악화시켰고, 그에 이은 한미FTA는 IMF 체제를 완성시키려는 시도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한미FTA가 국내산업균등발전에 기초한 국가경제 발전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사회 양극화를 악화시킬 대외의존적 양적 경제성장을 한국의 미래로 고착시키는 무모한 정책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국민경제와 국가 주권이 걸린 한미FTA를 일부 관료, 극단적 신자유주의 학자, 아무것도 모르고 관심도 없는 국회에게 맞길 수는 없다. 더 이상 실패한 정부정책에 대한 사후책임을 국민들의 고통과 서민들의 한탄으로 탕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졸속적인 한미FTA 협상 추진을 국민과 함께 저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천명하며, 정부 및 국회에 다음의 사안을 촉구하는 바이다.
1. 국회는 이해관계자의 참여, 국회의 견제, 원활한 부처 간 조정, 선대책후협상의 원칙, 협상정보의 민주적 공개를 제도화하는 “통상절차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2. 전문위원과 미간자문위원 없이 무책임하게 진행되는 국회 한미FTA특별위원회는 적극성과 전문성을 확보하여 국민의 대표로서 정부를 견제·감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3. 정부는 지나친 예산사용을 통한 일방적인 한미FTA 홍보를 중단하고, 국민적 합의를 위한 민주적인 공론장 형성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4. 협상단은 신자유주의식 시장개방 이념이 아닌 국내 이해당사자의 입장과 의견을 우선적으로 대변하는 협상단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5. 대통령은 국가의 미래와 민중생활의 사활이 걸린 한미FTA 추진여부를 개인의 신념이 아닌, 국민투표를 통해 재결정해야 한다.
2006년 9월 6일 민주노동당 한미FTA저지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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