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경제개혁연대는, 참여연대에서 분화하여 지난 8월 24일 창립총회를 개최하였고, 오늘(6일) 안국동 달개비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출범을 공식 선언함과 동시에 이사의 충성의무와 관련된 사후적 규율제도의 강화를 골자로 하는 상법개정 입법청원안을 발표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함께 발표한 입법청원 의견서에서, 현대자본주의에서 경제활동의 핵심주체는 개별기업이 아니라 기업집단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상법체계가 기업집단에 대한 규율 수단을 포괄하고 있지 못함으로써 경제현실과 법체계 사이의 괴리가 심각하게 노정되었다고 진단했다.

지배주주가 둘 이상의 회사를 동시에 지배하고 각각의 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상이한 경우, 특히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을 동시에 지배하는 경우, 근래의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관련 사태와 같은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행위가 발생할 위험이 현저함에도 현행 상법에서 이에 대한 규율제도는 지극히 미비하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의 상법개정 입법청원안은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이사의 경업 금지(상법 제397조) 및 자기거래 규제(제398조)를 강화하고 회사기회의 유용 금지 조항(제397조의2)을 신설하는 한편, ‘이중’ 이상의 ‘다중’대표소송 제도를 도입(제406조, 제466조, 제467조)하는 내용과, 법무부 개정시안 중 이사의 책임 감면 조항(제400조)과 종류주식의 다양화(제344조)에 대한 수정 및 반대 의견을 담고 있다.

‘자기거래 규제 강화 및 회사기회의 유용 금지 신설’

회사의 이익과 이사(지배주주 포함)의 사익이 충돌하는 경우에 대한 규율, 즉 회사법상 충성의무(duty of loyalty)는, 회사가 손실을 감수하면서 이사 및 특수관계인과 거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자기거래 규제’와 회사가 이사 및 그 특수관계인에게 사적인 이익을 허용하기 위해 스스로 특정거래를 포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회사기회의 유용 금지’로 구성된다.

그러나 현행 상법은 자기거래 규제의 경우 등기이사 본인에 한정해 규정하고 있을 뿐, (광의의) 회사기회의 유용 금지에 관해서는 아예 근거규정이 없고 (협의의) 경업 금지만 등기이사 본인에 한해 규정하고 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회사와의 거래시 공정거래의무가 있는 ‘이사의 범위’를 등기이사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기업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회사와 이해상충을 빚는 경우가 빈번한 지배주주 등 업무집행지시자, 이들의 배우자와 4촌 이내의 친족,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로까지 확대(충성의무 부담 주체의 확대)할 것과, 이사와 지배주주 등이 회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거래를 하기 위한 절차를 명확히 규정(충성의무 이행 절차의 명확화)하는 한편, 기존의 자기거래 규제 이외에 ‘회사기회의 유용 금지’ 규정을 새롭게 도입(충성의무 내용의 확대)할 것을 주장한다.

참고로 회사기회의 유용 금지는 미국에서 판례법을 통해 발전한 법리이지만 호주, 싱가폴, 필리핀,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이미 성문법규화한 바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도의 도입’

이중(다중)대표소송은 종속회사의 이사가 회사에 대한 책임을 위반함으로써 발생한 손해에 대해 지배회사의 주주가 책임을 추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업집단에 속한 이사의 의무위반 행위가 반복되는 것을 억제하는데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법무부 개정시안은 이중대표소송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상법의 선진화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으나, 상법상 모자회사관계(지분율 50% 초과)에 한해 ‘이중’대표소송만을 인정함으로써 지배주주가 있는 35개 기업집단의 비상장 계열사 668개사 중 36%인 242개사에만 적용가능한 한계가 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소송제기 지분율 요건을 30% 초과로 완화하고, 모회사 → 자회사 → 손자회사 → … 등의 다단계 출자관계에도 적용되는 ‘다중’대표소송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것을 주장한다. 이럴 경우에는 35개 기업집단의 668개 비상장 계열사 중 63%인 424개사에 대해 회사법적 규율이 가능해진다.

일각에서는 이중(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에 대해 남소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증거개시제도(discovery)가 없고 패소할 경우 모든 방어비용을 원고가 부담해야 하는 등 소송제기의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으며, 오히려 대표소송의 활성화를 위해 단독주주권화(1주의 주식만 갖고 있어도 소송제기 가능) 등의 제도 정비를 추후 상법개정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사의 책임 감면 조항 수정’

한편,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해태하여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에 대한 배상책임에 대해, 법무부는 개정시안을 통해 연간보수액의 6배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정관의 규정으로(즉 이사회 결의로) 감면할 수 있도록 한도를 설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사에 대한 책임추궁 수단이 극히 미미하고, 회사의 부담으로 임원책임보상보험을 제공하고 법원이 판례를 통해 이사의 책임을 감경해주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책임감면제도를 상법에 도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더구나 회사의 의사결정권을 가진 지배주주와 이사들이 스스로 자신의 책임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도덕적 해이의 위험마저 갖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와 관련해 책임한도를 10배로 상향조정하고, 정관 규정으로 책임을 감면하는 경우에도 이사회 결의가 아닌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하며, ‘고의·중과실’은 물론 ‘자기거래·회사기회 유용 등’ 충성의무 위반의 경우 역시 배상책임을 감면할 수 없도록 하는 수정안을 제안한다.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종류주식의 다양화 반대’

또한 경제개혁연대는 법무부 개정시안에 포함된 다양한 종류주식의 도입에 대해서는, 재무적 수단 설계의 대원칙과 부합하지 않으며, 경영권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다양한 자본조달 수단으로서의 편익을 압도할 것으로 판단, 전면 반대한다.

특히 경영권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농후한 거부권부주식, 임원선해임권부주식을 도입할 경우 증권거래법의 개정을 통해 이러한 종류주식을 발행한 기업은 상장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의 사전적 규제를 담은 공정거래법에 대한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 사후적 규율제도로서의 상법을 개정·보완하는 작업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공정거래법·금융관련법 등 기업집단 관련 사전적 규제의 비용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이해관계자 스스로가 피해구제와 책임추궁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상법상의 사후적 규율의 정비는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개혁연대는 입법청원 이후 진행될 국회의 논의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의 기업지배구조가 책임성과 투명성을 확립하는데 일익을 담당할 것을 다짐한다.

웹사이트: http://www.ser.or.kr

연락처

경제개혁연대 담당 신희진 02-3472-5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