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어제(12일) 국회 재경위 금융소위에서는 허위공시, 분식회계 등을 통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친 회사의 이사 및 감사,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의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하여 현행 연대책임 규정을 비례책임으로 바꾸고, 이와 별도로 외부감사인에 대해서는 소송 원고가 금융기관이거나 집단소송일 경우 입증책임을 면해주는 내용의 증권거래법 개정안과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외감법) 개정안이 심의되었다.

그러나, 위 개정안들은 회계법인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옹호하여 투자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며 증권집단소송법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으로, 절대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

상기 개정안은 허위공시 등을 저지른 회사의 이사와 감사, 외부감사인 등이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바꿔 “과실인 경우 각자의 귀책비율에 따라 손해를 배상하도록(비례책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피고 중에 무자력자(자금력이 없는 사람)가 포함되어 있을 경우 그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없어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의 손해배상채권이 침해당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비례책임을 도입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손해배상이 집행되지 않을 경우 나머지 피고들이 그 부분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보완 장치도 없이 연대책임 규정을 폐기하는 것은 투자자의 희생을 근거로 이사와 회계법인의 책임을 덜어주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상기 개정안은 현행 증권거래법과 외감법에서 허위공시 등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감사인이 스스로 책임 없음을 입증하도록 한 것을 고쳐서, 손해배상소송 원고가 금융기관이거나 집단소송 대표당사자인 경우 예외적으로 원고가 감사인의 책임을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회계법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면해주는 것이다.

먼저, 금융기관의 경우, 아무리 재무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할지라도, 회사 내부자 및 감사인과 외부투자자 사이에는 정보비대칭성이 존재하고,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감사업무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감사인의 책임을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금융기관이라고 해서 예외로 취급할 이유가 없다.

집단소송 대표당사자의 경우는 더더욱 예외 취급을 받을 이유가 없다. 개정안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선의의 소액투자자들에게는 입증책임을 부과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집단소송 대표당사자의 경우는 투자자 보호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집단소송제도는 소액투자자들이 개별적으로는 소송을 하기가 어려우므로 집단으로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대표당사자는 바로 그 선의의 소액투자자들 중 한 사람일 뿐 다른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선의의 소액투자자와 집단소송 대표당사자를 차별하는 개정안은 개별적으로 소송을 할 때는 선의의 투자자이고, 이들이 모여서 소송을 할 때는 선의의 투자자가 아니라는 이상한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남소의 우려를 근거로 대고 있지만, 이미 증권집단소송법 자체에도 남소 방지를 위한 조항들(증거개시제도 미도입, 패소시 회사측 소송비용 부담, 소송가액에 비례하는 인지대 부담 등)이 충분히 들어 있다. 지난 2003년 증권집단소송법이 제정된 이후 3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집단소송이 제기되지 않은 것을 보면 오히려 지나친 남소 방지조항 때문에 법이 사문화되는 것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와 같이, 허위공시 등과 관련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가 금융기관이거나 집단소송일 경우 감사인의 책임을 원고가 입증해야 한다는 논리는 전혀 정당성이 없으며, 개정안은 단지 증권집단소송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무력화시키는데 일조할 뿐이다.

어제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개정안은 재경위 금융소위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재경위 소속 의원들은 이 개정안이 증권시장의 건전성과 투자자 보호보다는 회계법인의 이익만을 옹호하는 개악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반드시 이를 부결시켜야 할 것이다. 특히, 어렵게 증권집단소송법을 통과시킨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현 정부의 유일한 경제개혁법안인 증권집단소송법을 앞장서서 사문화시키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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