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불균형의 고착화
한미FTA 제3차협상이 종료되었다. 김종훈 대표는 "일부 성과가 있었지만 양측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세부적 의견접근 이외에는 협상진전이 크지 않는 것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제3차 협상까지 진전된 현단계에서 짚어 보아야 할 점은 협상속도가 아니라 전체 협상형국이다. 김종훈 대표가 말하는 “핵심쟁점”은 협상막판까지 협상의 전체형국을 좌우하는 중요한 의제들로서, 초반기 어떠한 쟁점이 형성되고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협상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3차까지의 협상은 한국과 미국의 협상주도권이 2:5 가량으로 협상불균형이 고착되고 있는 점을 심각히 드러내고 있다.
한·미 의제형성 2:5의 형국
우선, 3차협상까지 형성된 핵심쟁점들은 조정관세 적용배제와 관세환급금지, 자동차세제개편, 약가정책 변경, 수입쿼터 관리강화, 다양한 지재권 제도변경, 독점 및 공기업의 의무강화 등 50여개 이상의 쟁점(정부 보고자료 기준)이 미국이 형성하여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임에 반해, 우리가 요구하며 형성한 쟁점은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완화된 섬유원산지 적용, 반덤핑 발동요건 강화, 전문직 비자쿼터 등 2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의제형성에서 이미 한미간 극심한 불균형을 드러내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 협상단이 제기한 쟁점 중 10여개 가량은 미국이 강공으로 나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주도권이 오히려 미국에게 넘어가 버리는 형국도 발생하고 있다. 미국 측은 우리측 요구에 대해 연방과 주정부의 권한 관련 헌법문제(환경, 기술장벽 등), 법개정사항(무역구제 등), 미의회 권한(전문직 비자쿼터), 민간소관(자격상호인정), 정치적 이유(개성공단) 등을 근거로 들며 강력대응하여 우리측이 자신의 쟁점조차 주도하지 못하는 형국이 발생하고 있다. 개성공단 원산지인정이라는 우리의 요구가 협상단의 손을 완전히 떠나버린 것은 주도권 상실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벌써부터 꼬리 내리기로 1:5로 전락할 수도 있어
더불어, 미국은 관세법(상품 등), 각종 세법(자동차 등), 지적재산권 관련 법(지재권), 공정거래법(경쟁), 전기통신사업법(통신) 등 최소 20여개 이상의 법개정을 요구하며 이들을 협상의제화를 성공한 것에 반해, 우리의 경우 소수의 제도개편 요구조차 돌파하지 못하고 벌써부터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기업의 요구 1순위인 반덤핑 문제의 경우 미국 측이 협상을 거부하고 있어 우리 협상단이 미국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해결점을 찾으려는 입장으로 후퇴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협상흐름이 지속될 경우 한미간 협상불균형은 2:5가 아니라 1:5로 고착될 수 있는 우려를 낳게 한다. 김종훈 대표가 3차협상에 대해 “탐색전을 마치고 막상 힘을 써보니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으나, 사실상 그간의 협상은 “탐색전”이 아니라 협상의 전체형국을 좌우하는 “기세싸움”이었으며 여기서 2:5로 밀리고 만 것이다. 특히 약제비적정화방안 전체에 대한 FTA 협상의제화 합의(싱가포르 협상)와 쇠고기 수입재개 결정은 마지막 “기세싸움”에서 정부가 완전히 밀린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3차협상에서는 이후 협상이 2:5가 될 것인가 1:5이 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한 “힘싸움”을 우리협상단이 힘들게 마치고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잘해 보았자 한미FTA는 결국 2:5 이상이 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고된 불균형 협상, 우선 협상 정보공개부터 하자
이러한 협상의 불균형은 이미 예고되었다. 미국의 이해가 가장 크게 걸린 쟁점인 스크린쿼터와 쇠고기 문제를 선결조건으로 완전수용을 약속하고, 자동차와 의약품 문제를 부분수용을 약속하며 그 추가적 해결을 위해 별도의 작업반을 구성한 점, 미국 TPA법에 따라 협상분과를 구성한 점, 미국식 FTA 협정문에 기초하여 우리측 협정문 초안을 입안한 점 등은 당초부터 이 협상이 균형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점을 예고했다.
김종훈 대표는 “4차 협상 이전에 화상회의 등 추가 협의를 통해 협상의 진척속도를 앞당기기로 했다"고 발표하며 연내 협상타결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협상이 중반으로 접어든 현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추가협상이 아니라, 전체 협상형국을 재평가하고 최소한의 협상균형을 찾기 위한 모색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정보공개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많지 않은 인력으로 미국의 요구에 전전긍긍하지 말고 국회와 폭넓은 전문가에게 협상정보를 공개하고, 현재의 불균형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여야 한다. 전문성이 보강되지도 않은 한미FTA 특위에 대한 형식적 보고는 부족하다. 국회 특위는 전문위원, 자문위원의 선임을 통해 전체 협상을 재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시급히 갖추어야 할 것이다.
- 2006년 9월 11일 오후2시 국회정론관
- 민주노동당 한미 FTA 특위 원내위원장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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