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열린우리당 채수찬 의원(국회 재경위)이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요건을 완화(비상장자회사: 50% →40%, 상장자회사: 30% → 20%)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채수찬 의원 측은 이번 개정안이 순환출자규제 도입에 따른 기업 부담의 완화와 지주회사로의 전환 촉진을 위해 준비된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자회사 지분 요건을 완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배주주의 사익추구와 경제력집중의 문제점을 심화시켜 국민경제의 위험성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에 따른 순수지주회사와 유사지주회사간의 규제 격차를 지주회사의 규제 완화라는 잘못된 방향으로 풀어나가려는 한다는 점에서 개정안 발의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다.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지분 비율 규제는, 낮은 지분율로 자회사를 지배(현금 흐름권과 의결권의 괴리)할 경우 발생하는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위험과 경제력 집중의 문제를 예방하자는데 그 취지가 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이 낮으면, 예컨대 배당처럼 자회사 소액주주나 지주회사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브랜드 사용료나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지주회사에게만 유리한 방향으로 자회사의 이익을 환수할 유인이 존재하며, 적은 자금으로 많은 자회사를 지배함으로써 경제력 집중의 위험을 가중시키게 된다.

선진국의 지주회사는 대부분 자회사의 지분을 80% 이상 보유하여 완전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모자회사간의 이해충돌 가능성을 줄임으로써 모회사 주도에 의한 그룹경영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지주회사체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오히려 현재의 자회사 지분 비율을 상향조정해야 한다.

그런데, 채수찬 의원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순환출자도입에 따른 기업부담 완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지주회사체제의 장점을 죽이고 그 위험성을 배가시키는 결과만을 가지고 올 것이다.

또한, 현재 재계나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순환출자 규제 도입을 전제로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폐지할 경우, (순수)지주회사체제와 (순환출자만을 해소한 기존의) 재벌체제 사이에 심각한 규제 비대칭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즉 기존의 재벌그룹은 순환출자를 제외하고는 그 어떠한 행위제한도 받지 않은 반면, 이보다 훨씬 간명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순수지주회사는 부채비율, 자회사 지분율, 금융·비금융자회사 동시 지배 금지 등 다양한 규제를 받게 되어 규제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규제격차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유사지주회사(자회사를 지배하나, 자회사의 주식가액이 자산의 50%를 초과하지 않는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주회사 규제는 자회사를 지배한다는 사실에서부터 유래하는 것이지, 자회사 주식가액의 다과가 규제의 필요성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밑바닥을 향한 질주’(race to the bottom)는 이미 시작되었다. 최근 공정거래법 및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주회사에 대한 부채비율 규제를 완화(100% → 200%)하고, 손자회사의 업무관련성 요건을 폐기하기로 한 바 있다. 여기에 출총제는 완전 폐지하는 대신 순환출자 규제는 유예기간 10-20년의 하나마나한 형태로 도입하고,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요건 규제까지 완화한다면, 현행 공정거래법상의 기업집단 규제는 완전히 껍데기만 남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기존의 모든 재벌규제가 정당화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모자회사, 나아가 기업집단에 대한 상법상의 사후적 규율장치가 제대로 정비되지도 않은 현 상황에서 공정거래법상의 기업집단 규제가 완전히 형해화된다면, 이는 기업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공백 상태를 창출하는 것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경제 전체를 건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개혁연대가 채수찬 의원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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