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아르빌 도착 이틀째인 9월 22일, 국회 이라크 실태조사단(임종인, 정청래, 고진화, 배일도, 이영순 의원)은 오전 자이툰부대 민사작전 현장을 조사했다. 오후에는 바그다드와 이라크 정세 파악,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비롯한 한국정부의 이라크 지원실태 청취, 교민간담회를 열어 애로사항 수렴 및 경제 진출 문제 토의 등으로 바쁜 하루를 보냈다.

오전 8시 조사단은 자이툰부대를 출발해 하사로크 마을로 갔다. 하사로크 마을은 자이툰부대가 주민들의 생활전반을 개선하는 다기능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국내에도 알려진 것처럼 자이툰부대는 낙후된 보건소와 학교시설 개선, 컴퓨터 교육, 상하수도시설 개선, 주택개량, 운동장 정비 등을 지원해 주민들로부터 좋은 평을 얻고 있었다.

이날 하사로크 마을 광장에는 나우자드 하디(Nawzad Hady) 쿠르드 자치정부 아르빌 주지사와 40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쿠르드 문화행사도 열렸다. 자이툰부대 주둔 2주년 기념식을 겸한 이날 행사에는 쿠르드 어린이들의 태권도 시범, 양국선수의 씨름 경기, 쿠르드 전통 초피춤 등 양국의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져 주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오후부터 조사단은 자이툰부대가 잡은 일정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조사에 나섰다. 먼저 조사단은 자이툰부대로부터 바그다드 정세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들었다. 이는 전날 저녁 조사단 회의에서 결정됐다. 바그다드 정세가 위험해 방문이 불가능하다는 정부입장을 받아들이는 대신 구체적인 정세브리핑을 요구한 것이다.

보고에 따르면 미군은 바그다드공항 주변(캠프 빅토리)과 국제지역(그린존)만 장악하고 있을 뿐 나머지 지역 치안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라크에는 매일 100여건의 테러가 벌어지고 있고, 그 중 5~60%가 바그다드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최근의 종파간 분쟁양상을 보여주듯 테러는 바그다드 9개 구역 중 주로 시아파와 순니파 혼재지역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적대행위는 계속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05년에는 월평균 2천건수준이었으나 ’06년에는 월평균 3천건이상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적대행위가 급증하자 이라크 신정부는 7월15일 한달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러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10월까지 비상사태를 연장했다. 조사단은 이라크 안정 전망에 대해 거듭 물었고 단기간에는 어렵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라크 정세보고에 이어 조사단은 허창수 한국국제협력단(KOICA) 아르빌 사무소 부소장으로부터 KOICA의 대이라크 지원내용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우리 정부는 ‘03년부터 ’06년까지 모두 2천2백만불을 이라크에 지원했다. ‘07년에도 4천만불을 배정할 계획이다. 지원은 아르빌과 바그다드에 각각 50:50의 비율로 배분되고 있었다.

아르빌에서의 지원사업은 수자원공사, 삼시개발 등이 인력까지 파견해 상하수도 현대화, 살라딘대학 어학실 설치, 교통관리 시스템 현대화 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바그다드의 경우 치안불안으로 프로젝트 계약업체가 요르단 등 제3국에서 간접적으로 사업을 지휘하고 있어 사업이 원활하지 않았다. 조사단 의원들은 무상지원의 효과에 대해 묻고, “무상원조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국익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일정인 교민간담회에서 아르빌 파병의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27년을 중동에서 거주하며 건설업을 해온 김석태(아르코 ARCO 사장)씨는 “정부가 국민의 사업을 돕기는커녕 방해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씨는 자이툰부대 파병 수년전부터 바그다드와 아르빌에 집과 사무실을 갖고 건설업을 하고 있었다.

김씨는 어려운 조건에서도 장비와 물자를 동원해 자이툰부대 숙영지 건설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04년 김선일씨 납치사건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교민안전조치에 따라 아르빌의 집과 사무실을 떠나 자이툰부대 영내로 들어와 살고 있다. 그러나 영내라 바깥활동이 제약되고, 안전문제를 이유로 정부가 아르빌에서 우리 기업의 사업참여를 제한하고 있어 큰 고통을 겪고 있었다.

김씨는 “자이툰부대가 오기 전부터 아르빌에 거주하며 사업을 했다”며, “정부 방침에 따랐다가 사업이 망하게 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씨는 “아르빌은 치안도 안정적이고 쿠르드정부가 도시를 새롭게 개발하고 있어 적지 않은 사업제안이 오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의 불허방침 때문에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이툰부대 영내 코리아센터에 거주하는 교민들은 대체로 김씨와 같은 견해를 갖고 있었다. 교민회장 유양호(나라전자 사장)씨와 PICO 부사장 김남선씨 등은 “정부가 안전을 이유로 교민을 수용해 활동을 통제하니 생계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아르빌에는 터키, 미국, 러시아, 중국, 네덜란드 기업이 들어와 사업을 하고 있는데 우리만 통제하고 있다”며, “자이툰부대 철수와 기업진출은 자연스럽게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사단 의원들은 “자이툰부대는 아르빌에서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하고, “이제 군대는 철수하고 기업인들이 사업을 통해 국익을 실현할 때”라고 동의를 표시했다. 그리고 “본국에 돌아가면 교민들의 이라크 출입과 사업참여를 막고 있는 정부방침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도 의원들은 자이툰부대 영내에 떨어진 포탄위치를 파악했고, 유엔 아르빌 사무소를 봤으며, KOICA사업을 위해 들어온 기업체 직원, 외교부 사무소 파견 직원, 외환은행 아르빌사무소 직원 등을 만나 이라크 파병의 다양한 측면을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의원들은 내일 쿠웨이트로 이동해 24일 오후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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