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오늘(28일) 열린우리당의 ‘빅딜’ 주장과 한나라당의 규제완화론의 근거가 되는 재계의 ‘투자부진’ 주장을 각종 통계 자료를 통해 실증적으로 검토한 경제개혁리포트 제3호 「재계의 ‘투자부진’론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번 보고서는 특히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9월 13일 CEO Information 제570호로 발간한 「설비투자에 관한 3大 논란과 평가」(이하 삼성경제연구소의 ‘검토대상 보고서’)를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이른바 설비투자 부진에 대한 재계의 주장에 담긴 일정한 오해와 왜곡을 정정할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 삼성경제연구소의 ‘검토대상 보고서’의 주요 내용

통계자료 분석을 통해 ① 2만 불 진입기의 여타 선진국과 비교하여, 최근 한국의 설비투자 부진이 매우 심각한 수준, ② 설비투자 부진은 중소기업과 서비스업만의 현상이 아니라, 대기업 부문 역시 일부 업종 및 우량대기업을 제외하면 마찬가지이고, ③ ‘경기요인’과 기업의 경영행태 변화에 따른 ‘경영요인’이 설비투자 부진의 양대 요인으로서, 경기가 호전되면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일반적 기대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

경제개혁연대가 재계의 투자부진 주장과 관련하여 ▲ 한국은행의 국민계정상 투자 관련 자료, ▲ 통계청의 광공업통계조사보고서, ▲ 산업은행의 설비투자계획조사보고서, ▲ 한국신용평가정보(KIS-Line)가 제공하는 그룹별 합산재무제표 중 현금흐름표상의 유·무형·리스자산 증가 및 감소 자료 등을 분석하여 내린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투자 부진 여부 : “부진한 것은 맞지만, 실제 이상으로 과장”

최근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실제 이상으로 과장된 측면이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과잉중복투자’라 비판받는 90년대(91년-97년)의 설비투자 추이*를 준거로 하여 2000년대 이후의 설비투자가 부진했다고 판단하는 것. 이처럼 과잉투자의 소지가 있는 시기를 기준으로 하여 최근 시점의 투자의 과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한 경기부양이나 무조건적 규제완화로 이어져 미래에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 각종 투자지표의 GDP 대비 비중을 살펴본 결과, 1991-97년의 총고정자본형성 비중 37.0%는 2001-05년에 비해서는 물론이고, 1971-79년 및 1981-90년에 비해서도 과중한 측면이 있음. 실제로 2001-05년간의 평균 29.5%는 과거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기라 할 수 있는 1971-79년간의 27.0%와 1981-90년간의 30.1%에 비해 낮지 않음. 이는 오히려 1991-97년간의 37.0%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음을 반영. 실제 IMF 외환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기업들의 가잉중복투자라는 것이 학계의 유력한 주장.

또한 최근의 투자흐름을 살펴보면, 유형·물적 자산에 대한 투자 부진과는 달리 디자인, 시스템, 인적자원 등 설비투자로 집계되지 않는 비설비 투자의 확대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 이러한 투자 패턴의 변화가 설비투자와 미래의 성장잠재력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함. 재계의 투자부진 주장은 이러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무형고정자산의 GDP대비 비중 증가추세를 보면 1971-79년간 0.2%, 1981-90년 0.4%에서 1991-97년에는 0.9%로, 다시 2001-05년에는 1.6%로 상승추세이다.

2) 투자 부진 부분 : “8대 그룹은 외환위기 이전 수준 회복, 평균 투자율의 하락보다 기업규모별·산업별 투자 양극화가 더 심각한 문제”

최근 투자 문제의 심각성은, 평균 투자율의 저하에 못지않게, 기업규모별·산업별 투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있음. (계열분리 이전을 기준으로 한) 8대 그룹*의 투자 비중은 이미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 도달하였음.

* (범)삼성[삼성, 신세계, CJ, 한솔, 중알일보], (범)현대[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 현대오일뱅크,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범)LG[LG, GS, LS], SK, 롯데, 한화, 한진, 두산

예컨대 한국신용평가정보(KIS-Line)가 제공하는 자료(그룹별 합산재무제표 중 현금흐름표상의 유·무형·리스자산 '증가'에서 ‘감소’를 차감한 자료를 투자지표로 사용)를 이용하여 8대 그룹의 투자 추이를 분석한 결과, 최근 8대 그룹의 투자 금액과 비중(국민계정상 설비투자+무형고정자산투자 대비 8대 그룹의 투자금액 비중) 모두 과잉중복투자라고 비판받았던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 거의 근접했거나 이미 초과한 상황임

8대 그룹의 투자금액은 ▲ 94년 11.8조원에서 97년 23.9조원으로 증가, ▲ 98년 16.1조원, 99년 14.8조원으로 감소, ▲ 03년 22.1조원, 04년 30.8조원, 05년 33.4조원으로 이미 외화위기 이전의 투자액을 초과.

8대 그룹의 투자가 국민계정상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 94년 23.96%에서 96년 39.21%로 증가, ▲ 98년 34.25%, 99년 23.95%로 감소, ▲ 03년 27.37%, 04년 36.85%, 05년 39.40%로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 도달하였다.

반대로 기업규모별, 산업별 투자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어서, 최근 제조업의 설비투자 회복 과정에서 종업원 500인 이상의 대기업이 투자를 주도하는 현상과, 산업별로는 비제조업에 비해 제조업의 우위 현상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두드러지게 나타남

제조업의 유형자산 증가에서 ▲ 500인 이상의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47.86%에서 2004년 55.86%로 확대된 반면, ▲ 5-19인의 영세기업(13.04% → 9.79%), ▲ 20-49인의 소기업(12.78% → 9.72%), ▲ 50-299인의 중기업(22.08% → 18.47%)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또한 산업별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의 경우 ▲ 제조업은 2001-04년간 평균 5.2%로, 같은 기간 ▲ 서비스업 3.6%, 건설업 △2.7%, 농립어업 △8.7%보다 높음. 외환위기 이전인 1991-97년에는 ▲ 제조업의 평균 투자 증가율은 6.7%로, ▲ 서비스업 8.8%와 건설업 6.9%보다 낮았다.

따라서 향후 투자 활성화를 위한 대책 논의는 대-중소기업간·산업간 연관관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임. 특히 대기업의 선도적 투자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 투자의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대안제시(이른바 trickle-down effect)가 21세기 한국경제에도 여전히 유효한 정책방향인가에 대해서는 차분하고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투자부진 원인 : “재벌 선도론(trickle-down effect)은 舊시대적 발상, 결국 투자부진 주장의 의도는 일방적 규제완화”

또한 최근 설비투자 부진의 근본 원인을 경영환경 악화(이른바 반기업적 환경)에 두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개혁의 성과를 후퇴시킬 위험을 안고 있음. 기업에 대한 건전한 규율체계를 생성·발전시키는 장기적 과제를 단기적 관점에 의해 훼손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며, 따라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루어질 공정거래법 및 상법 개정안이 설비투자와 관련한 왜곡된 주장에 의해 변질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우려는 한편으로는, 현행 기업관련 규제, 특히 재벌규제에 대한 비판(이른바 ‘토종자본에 대한 역차별론’)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외환위기 이후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정책에 대한 비판(이른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연결되어, 결론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규제완화 슬로건의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설비투자의 현황과 관련한 재계의 주장은 앞에서 검토한 것처럼 일정한 정도의 오해와 왜곡을 내포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이는 일방적 규제완화 압력으로 작용하여, 이에 따른 규율체계의 공백은 자칫 감당하기 어려운 국민경제적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설비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유로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조건 없는 폐지를 기정사실화하는 재계와 일부 정치권의 최근 분위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처럼 재계 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대한 객관적 검증 및 대안제시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한 합리적 경제정책 수립과 건전한 경제 질서 창출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이후에도 주요 경제현안을 다루는 재계 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대한 반박 보고서를 추가로 발간할 예정이다.

웹사이트: http://www.s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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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대 담당 신희진 02-3472-5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