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논평 - 법무부 상법 개정안, 이사의 사익추구 규율에 진일보
그러나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법무부 입법예고안이 여전히 이중대표소송의 범위를 상법상의 ‘모자회사관계’로만 한정하고(제406조의2), 자본조달보다는 경영권 방어 장치로 악용될 소지가 농후한 ‘종류주식의 다양화’ 규정(제344조)을 유지하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이후 국회 법안 심의과정에서 반드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비스 사례처럼, ‘회사기회의 유용’(Usurpation of Corporate Opportunity)을 통해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이를 2세에게 대물림하는 행위가 만연되어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회사기회의 유용을 원칙적으로 금지시킨 이번 개정안은 당연할 뿐 아니라 오히려 만시지탄이다.
문제는 이번 법무부 입법예고안이 회사기회의 유용 금지의 적용범위를 ‘등기이사’로만 한정함으로써, 등기이사가 아닌 지배주주 일가 또는 그들이 지배하는 계열사를 이용한 거래의 규제에서 여전히 심각한 공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이번 개정안은, (회사기회의 유용 금지와 더불어 이사의 충성의무의 또 다른 한 축을 구성하는) 이사의 자기거래(self-dealing) 규제에서는 그 적용범위를 등기이사(집행임원 포함)뿐 아니라 그들의 배우자·직계존비속 또는 그들이 지배하는 회사로 확대하는 내용(제398조)을 담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완전히 균형을 상실한 것이다.
자기거래 규제는 적용범위를 확대하면서 회사기회의 유용 금지는 등기이사로만 한정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회사기회의 유용 금지의 적용 대상을 최소한 자기거래 규제와 동일한 범위로까지 확대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입법예고안은 회사기회의 유용 금지를 신설하였지만, 그 위반시 회사나 주주에 의한 구제수단(즉 회사의 개입권(介入權) 및 주주대표소송의 적용 여부 등)을 분명하게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자칫 실효성이 훼손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자기거래 규제와 마찬가지로, 예외적으로 거래의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조건과 그 위반시 회사의 손해를 보전할 수 있는 구제수단 역시 보다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7월 공청회안은 이사회 결의로 이사의 책임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는 회사의 의사결정권을 가진 지배주주와 이사들이 스스로 자신의 책임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충성의무 위반의 경우에 대해서는 책임감경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선진국(미국, 일본, 독일)의 입법례나 판례의 경향과도 배치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번 입법예고안이 이사의 책임감면에 있어 충성의무의 위반(자거거래, 회사기회의 유용 등)을 배제하기로 한 것은 지난 7월 공청회안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사의 책임감면 폭이 너무 넓고(1년간 보수액의 6배 초과 금액 감면 가능), 책임감면의 결정을 주총이 아닌 이사회의 권한으로 설정한 점은 문제가 있다. 이 부분 역시 이후 국회 심의과정에서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이번 입법예고안은 7월 공청회안처럼 이중대표소송의 대상 범위를 여전히 상법상의 모자회사관계로만 한정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경제개혁연대가 35개 기업집단의 668개 비상장 계열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006.9.14 경제개혁리포트 2호 참고)에 따르면, 입법예고안처럼 50% 초과 지분율의 모자회사 기준으로 이중대표소송을 인정할 경우 소제기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242개사(36.23%)에 불과하여, 그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다. 실제로 최근 대법원은 삼성카드(현재 비상장회사)가 1999년 9월 삼성상용차(주)의 실권주 1,250억원어치를 인수한 것이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는데, 현재 법무부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삼성전자(현재 상장회사)의 주주가 삼성카드 경영진을 상대로 이중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삼성카드의 경우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의 지분율이 46.85%로 상법상 모자회사관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
법무부는 다른 나라의 입법례가 없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로 이중대표소송의 확대를 주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중뿐만 아니라 (3중, 4중의) 다중대표소송도 단독주주권(단 한주의 주식만을 보유하고 있어도 소제기 가능)으로 인정하고 있다. 일본은 비록 이중대표소송제도를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단일)대표소송을 단독주주권으로 하고 있으며, 자회사에 대한 모회사 감사의 감독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법무부와 국회는 성문입법 사례가 없다는 지극히 형식적인 논리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비상장 계열사를 통한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행위가 만연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이중대표소송의 요건을 완화하고 (3중, 4중의) 다중대표소송도 가능하도록 상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한편, 미국의 각주 회사법이 이사회 결의로 발동가능한 다양한 경영권 방어 장치를 도입하고 있는 것은, 독립적 사외이사 및 적극적 기관투자가의 활동에 의한 견제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기업 현실에서는 이러한 전제조건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 장치로 악용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주식을 상업에 도입하는 것은 기업지배구조의 결정적 후퇴로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양한 자본조달 수단으로서의 기능보다는, 경영권 방치로서의 기능이 훨씬 압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류주식의 도입 조항(제344조)은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웹사이트: http://www.ser.or.kr
연락처
경제개혁연대 (담당: 최한수 팀장 (전자우편) 이메일 보내기 (TEL) 019-609-8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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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13일 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