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어제(17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박영선 의원( 열린우리당)은 지난 1999년 공정거래위원회의 5대 재벌에 대한 3차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앞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가 계열사에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내부 자료를 폐기하거나 수정하도록 지시한 문건을 공개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일개 기업이 국가기관인 공정위의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오만방자한 행위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공정위가 조속히 그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에 공개된 삼성 구조본의 ‘공정거래 조사 관련 문제점 및 대응방안’이라는 문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997년부터 1999년 3월까지 구조조정본부에 1,226억원, 중앙일보에 323억원, 이건희 회장의 자녀가 대주주인 에버랜드에 221억원, 삼성에스디에스에 131억원 등 모두 1,986억원을 부당 지원했다. 또한 해당 문건은 이런 내용이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문제가 될 것에 대비해 관련 자료를 폐기하거나 고치도록 해당 계열사 등에 지시하고 있다.

이 문건에 담긴 계열사 부당지원 금액 1,986억원은 당시 공정위가 적발한 삼성그룹의 부당지원 거래규모 3,997억원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별첨 자료 1참조). 이는 삼성 구조본의 공정위 조사 방해 행위가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사실 삼성그룹의 공정위 조사 방해 행위는 1999년만의 일이 아니다. 2000년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되던 중 삼성카드의 직원들이 공정위 조사원들의 조사업무를 물리적으로 제지한 일이 있었고, 이에 공정위는 삼성카드 직원 2인에게 각각 과태료 1천만씩을 부과한 바 있다.

또한 2000년 4차 부당내부거래 조사 당시 삼성 구조본에서 자료은폐 등을 지시한 문건이 2001년 언론을 통해 공개되어, 당시 참여연대가 공무집행방해죄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당시에도 구조본의 지시에 따라 관련 증거를 폐기한 결과, 4차 조사결과에서는 e삼성 등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사실이 적발되지 못하였다.

또 지난 1998년에도 참여연대가 제보(98년 8월 5일)한 삼성그룹 계열사 직원들의 삼성자동차 구매 강요 사실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를 삼성자동차가 방해하고, 관련 자료를 빼돌린 사실이 있다. 참여연대가 이에 대해 업무방해 진상확인을 요청(98년 10월 10일)한 바, 당시 공정위는 삼성자동차와 관련자 2인에게 각각 1억원과 1천만원씩의 과태료를 부과한 적이 있었다.

또한 2005년에도 공정위는 삼성전자 계열 반도체 장비 제조사인 세메스(주)에 대한 하도급거래 조사 과정에서 서류조작 등의 행동을 통해 조직적으로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삼성전자와 직원에게 과태료 총 6,000만원을 부과한 사실이 있다.

이처럼 삼성그룹은 물리적으로, 또는 관련 자료를 조작하고 은폐하며, 공정위 조사에 대한 대응 논리까지 개발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국가기관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해왔다. 삼성그룹은 국가기관의 공무집행마저 무시할 수 있는 초법적인 기관인가?

습관처럼 행해지는 삼성 구조본의 이와 같은 조사 방해 행위는 이후 그 사실관계가 드러난다고 해도 법적 제재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큰 문제이다. 현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9조 4항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법의 규정에 위반하는 행위가 종료한 날부터 5년을 경과한 경우에는 당해위반행위에 대하여 이 법에 의한 시정조치를 명하지 아니하거나 과징금등을 부과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악의적 조사 방해 행위가 밝혀진다고 해도 시효 5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제재 수단이 전무한 실정이다.

일개 기업이 국가기관인 공정위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번번이 무시하는 행위가 되풀이되는 것은 처벌의 미흡함과 조사 방해에 대한 공정위의 미온적 태도에도 그 원인이 있다. 따라서 악의적 조사 방해로 인해 당시 조사에서 누락됐던 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며, 공정위 조사의 조직적 방해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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