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PIA 성명- 남북화해협력은 북한주민전체의 권리에 초점을 맞추는 권리에 기반을 둔 접근 방식을 택해야
10월 9일에 강행된 북한 핵실험과 이어서 10월 15일에 UN안보리에서 채택된 결의안 1718호의 해석을 둘러 싸고 각계각층에서 엇갈린 입장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를 초래하게 된 책임의 소지와 앞으로 한국 정부가 택해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들이 한창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 정부의 정책기조는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포용정책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이라는 남북화해협력의 양대 축을 유지한다는 외에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BASPIA에서는 그 이유를 ‘정책적 대상의 상실’에 있다고 본다. 즉 이제까지 남북화해협력의 직접적인 파트너였던 북한김정일 정권이 이번 사태를 야기한 핵심 주체로 등장하게 되면서, 앞으로 포용정책을 고수하는데 있어 국제사회와 한국 국민을 설득시킬 만한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BASPIA는 북한의 식량난이 장기화 되고 사회 전반에 걸친 심각한 인권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정부가 체제의 안전 보장을 위해 핵실험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 북한의 선택은 북한 주민들은 물론 한반도 전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퇴보시킬 수 있는 조치라고 본다. 그러므로 BASPIA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따라, 비군사적인 부분에 한정된 현행의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지지한다.
한국 정부의 포용정책 유지 방침을 지지하는 데 있어서는 조건을 걸 수 밖에 없다. 그것은 포용정책의 궁극적인 대상이 북한의 현 정권인지 아니면 북한 주민 전체인지가 명확히 구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들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BASPIA는 그 동안의 선언적 혹은 편의상의 구분을 넘어 포용정책의 초점 자체가 북한 주민 전체로 옮겨가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것은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판별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초점의 이전을 가능하게 하는 도덕적 명분과 실질적 틀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권리에 기반을 둔 접근(Rights-Based Approach)”인 것이다.
북한을 둘러싼 좌우의 이념적 대립이 고착화된 현 시점에서 “권리에 기반을 둔 접근”이 한국 정부와 시민 사회에 던지는 함의는 매우 크다. 권리에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뿐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들이 모두 포함된다. 그러므로 “권리에 기반을 둔 접근”은 빈곤과 같이 기존에는 권리의 문제로 여겨지지 않던 문제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렌즈를 제공하는 것이다. “권리에 기반을 둔 접근”에서는 개발 협력의 목표가 권리의 증진으로 새롭게 설정되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들 자체도 인권의 규범과 원칙들에 부합되어야 한다. 또한 “권리에 기반을 둔 접근”은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를 요구하며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권리를 보장할 책임이 있는 자들 모두의 역량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그 동안의 대북 정책에 있어, 눈 앞의 결과를 중요시 여기면서 과정의 투명성이나 정당성이 간과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권리에 기반을 둔 접근”은 문제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이해 당사자들 사이의 공통된 인식과 언어를 제공해 줌으로써, 앞으로 한국이 북한에 대해 내려야 할 일련의 어려운 결정들에서 선택의 중요한 판단 근거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북한 주민들의 권리에 대해 최소한의 기준과 방향성 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포용정책은 북한이 야기하는 많은 인권 문제들에 있어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여기서 “권리에 기반을 둔 접근”은 주된 이해 당사자들인 북한정부, 북한 주민, 한국 시민사회, 그리고 한국 정부에 각각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북한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할 일차적인 책임을 지닌 주체로서 핵개발이라는 긴장사태를 해소하고 더 이상의 인권 상황의 악화를 방지할 의무가 있으며, 나아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을 개선하려는 한국과 국제사회의 노력들에 협조해야만 한다.
북한 주민들은 인도적 지원이나 개발 협력 사업들에서 직접적인 수혜자가 되는 것은 물론 그 과정들에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권리의 대한 인식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지속적인 역량강화와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이것은 바로 “권리에 기반을 둔 개발(Rights-Based Approach to Development)”의 핵심이기도 하다.
한국 시민사회는 북한 사회와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접촉 통로들을 통해서 얻어진 정보와 경험들을 다른 이해 당사자들과 공유하고 포괄적인 파트너쉽 형성해야 한다. 아울러 내부적으로도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提高)하고, 자신들의 활동들이 북한 주민들의 권리 증진과 북한 사회의 제도적인 개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는 앞서 언급했듯이, 포용정책의 최대 수혜자를 북한 주민 전체로 설정하는 정책을 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앞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지원을 통합적으로 조율하고 평가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북한에 대한 개발 협력, 정책, 기술적 지원 등을 북한 주민 전체의 권리 실현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틀 잡아 나가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이 위급한 순간에 인권에 대한 강조가 다소 부적절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혼란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북한 주민들의 권리를 중심에 놓고 바라볼 때, 이제껏 우리가 놓쳐 왔던 문제들의 핵심에 다가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BASPIA는 한국 시민사회의 일부로서 위의 제안들을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숙고해 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BASPIA는 기존의 인권과 개발 영역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으로서 최근 국제 사회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은 “권리에 기반을 둔 접근”을 적극 지지한다. 이를 북한의 상황에 효과적으로 적용하고자 할 때 분명 가외의 노력과 지혜가 요구될 것이다. 여기에 있어 BASPIA는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 자체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역량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는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인권의 진정한 가능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국 정부나 다른 행위자들과의 관계에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힘에 있다… (중략)… 인권은 설명과 책임을 요구함으로써 인권침해들의 이면에 숨겨진 우선순위들과 구조들을 드러내주며, 빈곤을 만들어내고 용인하는 조건들에 도전한다.”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위원회, 1998)
2006년 10월 19일 BASPIA(아시아 BAS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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