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한미FTA협상, 미국측 지재권 강화의도...협상개시 전 이미 정부는 미국에 꼬리내려
그러나, 한미FTA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미국에 불리한 위치를 스스로 허용한 정부의 협상능력 부재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사례가 밝혀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기우 의원(수원권선)은 “한미FTA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을 수 있었던 기회를 오히려 협상에 불리하게 작동하도록 하였다”며 지적하고, “의약품 특허 문제에 있어 정부는 우리나라 제도에서 미국을 압박하고 한국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계기로 삼기 위한 협상전략을 제시하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한미FTA 의약품 협상에서 주요한 이슈로 다루어져야 하는 지재권 관련 사항을 이미 한국정부가 수용한 사례가 드러났다. 국산제약사가 개발한 개량신약에 대해 미국 FDA의 자료독점권과 연계하여 불허한 사례인데, 한미 FTA협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그들의 요구를 반영한 허가결정을 내려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버린 꼴이 되었다.
▷ 동일한 의약품인가? 개량신약인가?
2006년 6월, 식약청은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제약기업 애보트의 비만치료제 “리덕틸”의 개량신약인 한미약품의 “슬리머캡슐”에 대한 허가신청을 반려했다.
신약에 대해 염변경 등을 통한 방법으로 새로운 연구·개발을 통해 신약과 동등하거나 오히려 신약보다 더 뛰어난 안전성과 약효를 가진 새로운 의약품이 개발하는 개량신약은, 기존 신약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으면 제조, 판매에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심사서류를 간소화’하는 등의 조치(「의약품등의 안전성·유효성 심사에 관한 규정(이하 ‘안유규정’)」 제7조6항)를 통해 개량신약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식약청은 한미약품의 “슬리머”가 염이 다른 의약품은 개량신약을 위해 규정한 ‘안유규정’ 제7조 6항에 따라 제출자료를 간소화할 수 있는 규정이 아닌 제5조 10항에 따라 신약허가시 제출을 요하는 모든 자료를 요구하였기 때문에 자료불충분으로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청의 설명은 동일한 의약품의 경우 기존 의약품의 재심사기간 중에는 5조 10항을, 재심사기간 완료후에는 7조 6항을 적용한다고 유권해석하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본 의원실의 자료요구에 답변하였다. 식약청이 판단하기에 한미약품의 ‘슬리머’는 애보트의 ‘리덕틸’과 “동일한 의약품”이라는 개념인데, 염변경을 통한 의약품은 미국 FDA 규정에도 오리지널약과는 다른 “개량신약”으로 규정되어 있다.
* 미국FDA 신약허가신청(NDA) 분류: 기허가된 의약품의 신규염이 포함되어 있어 염변경 의약품은 기허가된 의약품과 유효성분이 다른 것
* US FDA Guidance for Industry 505(b)2 "동일 활성성분이라도 염변경시 유효성분이 다른 것"으로 규정함.
식약청이 이 두 의약품을 동일한 의약품으로 규정한 이유는 개량신약의 자료제출 간소화를 규정한 안유규정 제7조 6항이 아니라, 제5조 10항을 적용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판정할 수밖에 없는데, 슬리머에 대한 허가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개최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도 이 논쟁은 계속된 바 있다.
▷ 미국FDA 규정을 들어 반려? 의약품 주권이 희생돼
미국FDA는 제네릭이 아닌 다른 의약품의 경우, 신약자료독점기간 중에는 신약에 대한 자료를 원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자료독점기간이 종료된 후에 독자적인 안전성·유효성시험없이 임상시험자료만으로 허가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안유규정에 재심사기간과 자료제출 간소화간에 어떠한 명확한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규정을 적용, 유권해석한 것으로 의약품주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의문스러운 사안이다.
국내사가 개발한 품목에 대해 미국의 규정을 적용하여 허가를 반려한 사례는 현재 한미FTA협상에서 중요한 이슈로 논쟁중인 「허가-특허연계」를 받아들인 것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다. 아직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미국과는 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한국정부가 미국 국내법을 적용하여 허가를 반려한 사례는 한미 FTA에 임하는 우리나라 정부의 협상능력 부재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안이다.
특히, 식약청이 반려사유로 든 발암성시험결과에 대한 자료의 불충분은 임상시험을 이미 거친 사안이므로 우려할만한 사항이 아니며, 더구나 본 자료는 식약청의 판단에 따라 제출여부가 결정되는 규정이었다는 점에서 미국측에 유리한 해석이라는 주장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 신약 허가시 제출자료는 “○: 제출하여야 하는 것, △: 개개 의약품에 따라 판단하여 제출하는 것이 무의미하거나 불가능하여 면제할 수 있는 것, ×: 자료가 면제되는 것”으로 나뉨 (안유규정 별표1)
▷ 이현령비현령? 다국적제약회사는 OK, 국산제약회사는 안돼!
동일한 사례에서 외국회사의 제품은 허가를 해주었다는 점에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고무줄잣대가 문제시된다.
다국적기업인 로슈사의 “셀셉트”를 염변경한 역시 다국적기업인 노바티스사의 “마이폴틱”은 재심사기간중에도 안유규정 제7조 6항을 적용, 간소한 자료제출로도 허가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식약청은 노바티스사의 “마이폴틱”은 염이 다른 의약품이 아닌 에스테르 화합물의 변경이기 때문에 사안이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마이폴틱” 허가신청서에 노바티스사는 로슈사의 “셀셉트”의 염이 다른 제품임을 명시하고 있다.
재심사기간 중 염이 다른 의약품을 허가할 때 다국적제약회사에는 간소한 자료제출이 가능하도록 해석하고, 국내제약회사에는 동일한 의약품으로 간주, 강화된 규정을 적용한 식약청의 허가행태는 분명 형평성에 맞지않은 처분이었다. 이에 한미FTA를 앞두고 주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쟁점에 대해 국내제약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이미 적용해버린 이유를 적극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다.
안유규정 7조6항을 개정한 사유는 개량신약의 제출자료를 간소화하여 신약개발을 촉진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였고, 이를 최초로 적용해야할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식약청은 7조6항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미 염변경 의약품인 개량신약을 70여개나 허가해 상용화중임에도 불구하고, 재심사기간중에는 5조 10항으로 재심사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는 7조6항을 적용하는 기준이 과연 합리적인가하는 의문이다. 만약 규정이 불합리하다면 개정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현재 「안유규정 7조 6항」의 적용을 받아 70여개 의약품이 제조·판매중
통상압력의 굴복? 한미FTA 개시 전부터 한국정부 저자세
한미약품의 슬리머가 허가를 받기위한 전단계인 임상시험을 할 수 있도록 식약청에서 승인받자, 2004년 7월경 오리지널제약사인 미국의 애보트사와 다국적의약산업협회는 식약청에 공문을 보내 재심사대상 의약품에 안유규정 제7조6항을 적용하여 제출자료 요건을 간소화하는 것은 특혜이며, 적어도 재심사기간 종료후에 허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의견서를 내는 등 압력을 행사하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다국적의약산업협회는 미국FDA와 EU의 자료독점권과 판매독점권에 따라 허가할 수 없음을 주장했고, 이를 식약청은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2005년 1월, 외교통상부가 식약청의 “재심사기간 중 새로운 염류개발 의약품 허가문제의 TRIPs 협정위반여부 질의”에 대하여 답하며, “미국은 의약품 지재권 보호문제를 자국의 가장 중요한 통상이슈로 설정하고 이러한 사안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우리나라와의 통상문제 중 동 건을 가장 중요한 이슈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각종채널(USTR, 상무부, APEC대사 및 주한미대사관은 외교부, 주미대사관, 보건복지부 등을 접촉, 동건에 대한 높은 우려를 표명)을 통해 수차례 전달해오고 있다”며 주요국과의 통상마찰이 우려됨이라는 의견서를 식약청에 전달한 바 있다.
즉, 외교부의 공식문서에서도 미국이 위 사례에 대한 전방위적 로비와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고, 향후 한미FTA에서 어떻게 작동될지 전혀 판단하지 못한 식약청이 미국기업을 대변하는 미국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결과를 야기한 것이다.
2005년 3월, EU대표부의 도리언 F.프린스 대사는 직접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미약품 “슬리머캡슐”허가에 대한 우려를 외교부, 복지부, 식약청 등에 전달한 바 있고, 식약청이 관계부처 및 관련협회 등과 “재심사기간중 염이 다른 의약품 허가관리방안”을 위한 간담회를 여는 날 아침에 주한미대사관에서 미국의 제도와 다른 식약청의 허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기자설명회를 갖는 등 자국의 규정을 국내에 적용하고자 애쓰며 향후 FTA전략을 사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한국정부는 “의약품 허가에 대한 권리는 우리나라 규정에 의하고, 우리정부의 권한”임이 분명함에도 불구, 통상마찰에 대한 우려와 걱정으로 미국이 자국기업의 이익을 대변한 강경한 주장을 해오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국내기업을 희생시키며 기득권을 주장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국익을 현저하게 저해하는 행위를 자초하였다.
▷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 「허가-특허연계」
전 세계 제약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1%에 불과하고, 국내 최대 제약기업인 동아제약의 매출액(4.7억불)은 세계적 기업인 미국 화이자(461억불)의 약 1%수준(’04년 기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전반적인 기술수준은 현재 선진국 대비 50~60%수준이지만, 화합물 합성기술, 바이오의약품의 핵심기술 등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혁신신약의 물질특허 만료와 함께 제네릭 의약품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에 따라 신약과 제네릭의 중간단계인 개량신약의 활성화를 통해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0년, 20년이 걸리고 10억달러가 넘게 소요되는 신약개발의 저반이 없는 국내제약회사들은 그보다는 짧은 시간에 적은 노력으로, 단순한 카피약인 제네릭보다는 개량신약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향후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그러한 시기인 것이다. 이에 2003년 4월,「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심사기준」을 개정한 이유로 “개량신약의 제출자료를 간소화하여 신약개발을 촉진하고자” 한 것이다.
개량신약의 개발에 있어 오리지널 신약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함은 당연하고,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개량신약을 개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품목허가를 받는 과정에서의 자료의 독점권 보호 때문에 현실적으로 개량신약개발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지나친 오리지널 신약에 대한 보호가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고 우리나라 허가 및 특허제도 또한 이미 신약재심사기간 제도, 특허분쟁 등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측이 요구하는 「허가-특허연계」를 받아들일 수 없는 점은 당연하다.
우리나라 정부도 반드시 지켜야할 마지노선으로 「허가-특허연계」를 불수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통상협력에 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제약회사의 개량신약 불허사례를 계기로 정부의 통상능력 부재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의약품주권을 스스로 버리고, 협정테이블에서는 스스로가 내린 불허결정을 뒤집는 주장을 하게 되면, 미국이 우리나라의 지재권 수준이 낮게 볼 것이라는 우려로 불허결정을 내리고서도, 정작 미국은 우리나라의 저급한 행정수준을 비웃을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기우의원은, 동일한 사안에 대한 고무줄 잣대를 적용한 식약청의 허가행태를 강력히 비난하고, 한미FTA협상에 불리한 위치를 스스로 자초한 정부에 강한 실망감과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제약산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국가가 육성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으로 비록 현재는 우리나라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정도로 미미하다고 할지라도, 성장가능성 및 자동차 300만대의 수출과 동일한 경쟁력을 갖는 신약개발에 정부차원의 지원이 매우 필요한 정책임을 강조하며,
“대한민국의 국익차원에서 한미 FTA협상에 있어 제약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신약개발의 의지를 꺾는 미국측에 유리한 의약품 특허조항은 반드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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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3일 1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