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증권선물거래소 감사 선임 외압 논란 관련 논평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인사 외압 논란에 대한 청와대의 이와 같은 시대착오적인 인식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증권시장의 투명성·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자율규제기관인 증권선물거래소가 그 공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적·정책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 전제조건이다. 삼척동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원칙을 애써 외면하고자 하는 청와대의 저의가 무엇인지 개탄스럽기 이를 데 없다.
경제개혁연대는, 청와대와 재경부가 증권선물거래소 감사 선임 과정에 그 어떠한 형태로든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청와대는 19일 같은 글에서 증권선물거래소는 증권시장의 운영과 관리라는 공적인 사업을 독점적으로 수행하는 법인으로 단순한 ‘민간기업’이 아니며, 형태는 민간기업이지만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이라는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법인인 ‘공공기관’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거래소의 이 같은 공적 성격으로 인해 재경부 장관이 통상적인 거래소 관리감독권 이외에도 이사장 선임 거부권과 영업양도 승인권 등 각종 법적 권한을 갖고 있으며, 지난 10월 4일까지 거래소가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의 적용대상기관이었다며, ‘민간기업의 인사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주장은 전적으로 오류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10월 4일 이후에도 그 사업 내용의 공공성을 이유로 기업공개 논의가 한창인 증권선물거래소의 인사에 ‘협의’차원이라며 정부가 구체적으로 특정 인사를 거론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말인가? 정부가 추천한 인사가 공정성을 보장한다는 발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으며, 해당 인물이 아무리 도덕적인 측면에서 적임자라 하여도 청와대의 말처럼 공공성을 가진 기관의 감사 선임에 대해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식의 추천은 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작태이다.
이미 외압의 존재를 밝히며 지난 10월 9일 증권선물거래소 감사추천위원장인 권영준 경희대 교수가 사퇴한 바 있고, 추천위원이었던 정광선 중앙대 교수 역시 같은 이유로 사퇴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지난 7월 이후 지속된 증권선물거래소 감사 선임 외압 논란을 마치 언론의 근거 없는 매도인 양 무시해버리는 청와대의 태도는 다시 한 번 청와대의 인사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것인지 의심케 한다. 백 번 양보해 그러한 ‘추천’이 말 그대로 ‘추천’이었다고 하더라도 감사추천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가 외압으로 느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문제가 있고, 이에 대해 누군가가 마땅히 책임을 지고 사과하고, 논란이 된 인물은 후보에서 제외해야 한다.
거래소 노조가 청와대 외압 의혹을 제기하며 파업을 선언한 7월 말 정태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거래소 감사 문제는 거래소가 알아서 할 일로 청와대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 16일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박병원 재경부 차관은 거래소 감사 선임에 대한 외압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가 명시적으로 요구했던 부분은 (현재 재경부 출신인) 경영진 견제가 안 되기 때문에 재경부 출신은 안 보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며, "권 교수와 만난 적은 있지만 인사 압력을 넣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의도가 이른바 모피아라고 불리는 재경부 관료들의 전횡을 방지하는 것이라면, 재경부의 권한과 책임을 조정하는 개혁조치를 취하고, 전직 관료의 민간기업 취업과 관련한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언제 청와대가 이러한 개혁조치를 단행하고, 그 결과로서 청와대의 인사 원칙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제고하는 노력을 한 적이 있는가? 모피아를 견제하기 위해 국정철학에 충실한 인사를 추천한다는 청와대의 인식이 모피아의 전횡과 얼마나 다르며, 그것이 이른바 공공기관의 목적 달성에 얼마나 기여하겠는가?
오늘(23일) 증권선물거래소는 로버트 클렘코스키(성균관대 경영대학원 원장) 사외이사와 오명훈(삼성선물 사장) 사외이사를 감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추천위에 포함된 사외이사 중 공익대표와 업계대표 구성 비율이 기존의 4 대 1에서 3 대 2로 바뀌게 됐다. 이번에 새로 구성된 추천위가 상식과 동떨어진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추천위가 정상적으로 독립성을 갖고 작동되리라고 아무도 생각지 않는다. 추천위의 공익대표 사외이사들은 증권시장의 원칙을 확립해야하는 ‘공익대표’로서의 자신들의 역할을 망각한 채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는 거수기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며, 사회통념상 최적임 후보자가 아닌 인사가 추천되는 결과를 반드시 막아야할 것이다.
외압 논란이 불거지자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던 추천 인사가 후보 명단에서 제외되긴 하였으나, 현재 감사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박증환 감사원 심의실 재심의담당관 역시 정부 측 인사라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누가 보아도 능력과 전문성 면에서 최적임자가 아니기에 감사 후보에서 배제되어야 한다. 증권선물거래소 감사는 일반 기업이나 기관의 감사와는 달리 상장기업을 감사하는 공익적 기능을 부여받고 있어 그 위상이 결코 가볍지 않기에 마땅히 최고의 능력을 갖춘 인사가 그 자리에 선임되어야 한다. 따라서 감사 후보 추천은 물론, 선임 과정 모두에 각별한 투명성과 도덕성이 요구된다. 정부는 감사추천위원회의 독립적 활동을 보장하고 ‘협의’를 명목으로 한 어떠한 개입도 중단해야 할 것이다. 인사정책의 난맥상이 참여정부의 신뢰성 추락에 중요한 한 요인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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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13일 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