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경부고속철도 구간에 포함된 경북 경주시 내남면 덕천리 유적에서 신라의 모체인 사로국 시대의 유적이 대규모로 발굴됐다.

지난 2004년 6월부터 덕천리 유적을 발굴중인 영남문화재연구원은 사로국 시대, 마대구, 호형대구 등 유물 2000여 점을 출토했고, 이 밖에도 주거지를 비롯한 청동기시대 유적 29기, 삼국시대 이후 도로 유적 등 유적 300기와 2347점에 이르는 유물이 발굴했다고 밝혔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가 쏟아져 나온 이번 발굴 유적들은 1-3세기의 신라 태동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 등은 고속으로 주행하는 고속철이 노선 우회가 사실상 어렵다는 사업자측의 의견에 따라 예정대로 공사를 실시하고 대신 유물.유적 전시관과 공원 등을 설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최종 결정은 발굴 작업이 완료되는 12월말경 문화재위원회를 거쳐 결정이 되나, 이미 앞뒤로 터널이 뚫려 있어서, 노선의 변경은 불가능하며, 문화재위원회에서는 교각이나 성토(흙으로 덮는 것)의 방법을 어떻게 적절히 활용할 것인가와, 발굴된 유물의 전시를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것이 문화재청 담당자의 전언이다.

문화재청의 발굴 담당 연구원도 고속철도의 먼저 뚫린 터널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상황에서 토건국가 대한민국의 어느 구석에 문화가 개발의 빌미가 아닌, 삶의 흔적과 양식으로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참여와 분권, 지방자치, 환경, 문화 이 모든 그럴싸한 의제들이 결국은 건설사업을 위한 빌미로 둔갑하여, 한민족이 앞으로도 자자손손 지키고 살아가야 할 생명의 터전을 처참하게 짖밟고, 선조들이 남겨준 민족의 삶의 흔적을 이 땅에서 지워가고 있다. 참여정부의 반문화, 반생태적 경향은 천성산에서, 새만금에서, 그리고 갖가지 기업도시 프로젝트들 속에서 빚어지는 자연·문화 對 개발주의의 갈등에서 후자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여실히 입증되어 왔다.

건강한 개발주의는 전(戰)후, 나라 전체가 잿더미에 덮여있던 시절에 써먹었던 것으로 시효를 다했다. 더 이상의 개발주의는 갈등과 파괴를 필수적으로 동반하며 신자유주의 시대의 양극화에 복무할 뿐이다. 상생과 조화 그리고 행복의 가치를 지키고 생산해내야 할 문화부, 문화재청이 개발주의자들의 이익을 옹호하고 문화와 환경의 훼손을 부추기는 일은 토건국가의 집단적 마취 속에 빠져있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당연히 터널을 뚫기 전, 지표조사는 전 구간에 걸쳐 행해져야 했다. “이미 뚫린 터널 때문에” 유적지를 흙으로 덮고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문화재청은 그간의 직무유기를 인정하고, 이제 그만 토건국가의 집단 마취에서 헤어나오기를, 10분 먼저 가려고 20-18세기 전의 대규모 유적지를 흙으로 덮고 가겠다는 지금의 이 단세포적이고 반문화적, 반역사적인 판단을 시정할 것을 촉구한다.

2006년 10월 25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의장 이용대)

웹사이트: http://www.kdlp.org

연락처

02-2077-0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