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해도 수사와 재판과정을 거쳐서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헌법상의 기본권리를 상식으로 알고 있다. 또 우리 사회에서 간첩이라고 낙인이 찍히면 그와 가족, 관련자들이 헤어날 수 없이 치명적인 명예를 훼손당하게 되므로 사건의 발표와 보도에서 피의사실공표를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의 국정원이나 언론들의 태도는 확인되지도 않는 사실을 마치 공상소설 쓰듯이 확대, 과장 해석하고, 개인의 실명과 얼굴, 그리고 가족관계까지 공개하면서 선정적인 보도를 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국정원과 언론의 마녀사냥식 사건 부풀리기는 분명히 형사소송법상의 범죄행위, 즉 피의사실공표죄를 저지르는 것이고, 또한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범하는 위법행위이다. 더욱이 국정원장이 직접 나서서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특정언론에 ‘간첩단’ 사건이라고 확정적으로 말하는 일은 수사기밀을 지켜야 하고 헌법상의 책무를 다해야 하는 국가정보기관의 책임자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임을 분명히 밝히고, 또한 국정원법에 위배되는 위법행위임이 분명하다. 이런 사람이라면 국정원장의 직무를 하루라도 더 이상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통해서 마치 민주노동당이 이른바 ‘일심회’라는 간첩단의 지령을 받아 움직이는 정당처럼 비치게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국정원이 수사의 방향을 어디로 잡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고, 정치적 기획수사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정치적 기획으로 간첩단 사건을 확대, 과장 포장하여 국민들을 현혹하려 하는가. 국정원은 지금이라도 대오각성하고, 향후로는 공당인 민주노동당의 정당활동이 침해되지 않도록 만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우리사회에서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는 국가보안법 위반 간첩피의사건을 수사하면서 국정원이 보여주고 있는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지켜보면서 이 사건의 배경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지난 시기 군사독재시절부터 비대한 규모로 운영되어 왔던 공안수사기관이, 국민의 정부이후 국가보안법 적용 구속자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대한 규모 그대로 유지, 운영되어 온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또 공안수사기구의 개혁문제, 국정원 기구축소 여론이 시대적 흐름으로 대두되어 왔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이러한 국민적 여론을 무마하고 공안수사 조직의 현상유지를 위한 ‘실적 올리기, 기획수사’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장민호 씨에 대한 혐의사실을 일찍 포착하고서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북핵 위기 등 남북관계가 긴박한 현재 시점에 이르러 사건을 발표한 점은, 그동안 국가보안법 수사관행에 비춰볼 때, 정치적으로 중대한 시기에 발표되곤 하던 과거의 간첩사건의 전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은 이번 사건이 형사소송법상 기본원칙에 따라 수사되어야 한다는 점에 입각해, 구체적 혐의사실 입증이전에 피의사실을 고의적으로 언론에 흘리는 위법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이렇게 수사기밀을 언론에 누설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이나 국정원법에 명시적으로 반하는 범죄행위임이 분명하다. 국정원은 이제라도 실정법적 절차에 따라 제대로 된 수사를 하고 그 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정도로 가야 한다. 특히 언론은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이 사건의 진실을 엉뚱한 곳으로 몰아가려는 마녀사냥식 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615시대에 수많은 사람들이 남북을 왕래하는 시대에, 만일 국정원이 무분별한 간첩단 사건을 기획수사하여 조작 또는 과장한 것이 이후에라도 확인된다면, 우리는 이에 대한 실정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임은 물론, 국정원이 본연의 설립목적에 충실하도록 국정원의 민주적 재편작업에 나설 것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
아울러 언론의 무책임한 책동에 대해서도 엄히 실정법적 책임과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물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2006년 11월 2일
시민사회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 11월 2일 오전 10시 달개비 (구 느티나무)
웹사이트: http://www.kdlp.org
연락처
02-2077-05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