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총제 관련 관계장관회의에 대한 경실련 입장

서울--(뉴스와이어)--정부는 출총제와 관련해 이번 주 중 관계부처 협의를 마무리 하고 당정협의를 거쳐 조만간 정부안을 최종확정하기로 했다. 출총제의 향방을 가름 할 9일 관계부처장관 회의를 앞두고 경실련의 입장을 밝힌다.

역대정부는 정권 말 재벌규제를 완화하고 출총제의 골간을 훼손해 왔다.

출총제는 대기업집단이 가공자본을 통해 회사를 손쉽게 설립하거나 타사를 인수함으로써 기존 회사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문어발식으로 기업을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마련되어졌다. 즉 출총제는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계열사 간 출자를 통한 가공자본 형성을 통해 총수일가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행태를 방지하고자 도입되었던 것이다.

86년 도입된 출총제는 역대 정부가 취임 초기 강력한 재벌개혁정책을 천명했다가 정치논리에 따라 정권말기에 개혁을 포기하고 재벌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으로 회귀함으로서 도입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체 재벌개혁을 요원하게 해 옴으로써 제대로 된 정책수단으로 활용되어지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10월 8일, 경실련이 주최한 대선후보초청토론회에 참여하여 국민의 정부 시절 정권 말에 재벌개혁이 후퇴되는 것을 지적하며‘대기업집단의 왜곡된 지배구조와 불투명한 경영, 불공정한 경쟁, 부당한 세습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이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출총제를 유지할 것을 공약하였다.

지난 3년 간 참여정부의 재벌개혁정책은 실패했다.

재벌개혁을 위한 노력을 구체화하고 출총제의 도입목적에 충실한 재벌개혁을 위해 지난 2003년 11월 ‘시장개혁3개년 로드맵’이 추진되었다. 로드맵이 시행될 당시 공정위는 ‘3년 후 기업집단 소유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시장자율감시장치가 효과적으로 작동될 경우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포함하여 정부 직접규율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지난 7월과 9월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출자총액제한을 받는 대기업 집단의 의결권승수는 7.47로 3년 전의 6.1보다 재벌기업의 소유지배구조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공정위가 당초 로드맵에서 제시한 목표치인 3.0에 크게 미달하는 수치임은 물론이다. 또한 내부견제시스템의 종합평가와 외부견제시스템의 ‘작동수준’은 2003년에 비해 더 악화되었거나 개선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총수가 있는 재벌의 경우 총수가 없는 재벌에 비해 외부견제가 형편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경실련은 ‘시장개혁3개년 로드맵’에 따른 ‘재벌개혁’이 목표달성에 실패하였음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가 제시해야 할 정책수단은 과거의 것보다 더 유효해야 함은 당연한 이치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가 재벌개혁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이 출총제를 완화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규탄 받아 마땅하다.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기업의 불법·편법 행위는 재벌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삼성, 현대, 두산 등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가 드러나고 분식회계, 각종 비자금 조성, 불법·편법 증여 등 과도한 경제력집중과 소유집중문제로 인한 총수 일가 지배체제 하의 그늘은 아직도 우리경제에서 간과할 수 없는 사회악적인 요소이다. 또한 적대적 M&A에 대한 총수의 방어수단으로써 계열사에 대한 투자가 악용될 시 가공자본에 의해 시장경쟁의 질서가 무너져 기업 스스로의 체질개선과 경쟁력제고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재계는 출총제로 인해 투자가 저해된다며 출총제를 폐지하면 신규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출자가 투자를 저해한다는 재계의 비합리적 주장의 이면에는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 아니라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하고 가공자본을 통해 경제력 집중을 강화하려는 잘못된 행태가 자리 잡고 있다. 98년 출총제가 잠시 폐지되었던 당시, 폐지 전 2년간은 4조원에 불과했던 출자액이 폐지 후 2년 동안 28조원으로 무려 7배가 증가하였다. 즉, 재계는 생산적 투자가 아니라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무분별한 출자 확대로 출총제가 다시 도입될 수밖에 없도록 자초했다.

경실련은 적은 지분을 가지고 상호출자, 순환출자를 통한 총수의 지배력장악과 과도한 경제력 집중, 계열사와 개별기업 간 불공정거래, 연관성 없는 산업들의 상호출자를 통한 동반부실화, 소액주주들의 재산권 침해 등의 재벌행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재벌개혁 정책은 지속되어야 하며 출총제는 유지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현재 각종 예외인정과 적용제외 규정으로 재벌개혁의 실효성을 잃어버린 출총제를 유지·개선하라.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집중 및 소유집중 문제는 여전하며 이로 인한 재벌들의 각종 불법·편법행위가 자행되어지는 현재의 상황은 출총제가 도입된 정책목적이 아직도 유효함을 반증하고 있다. 경실련은 역대정권이 정권 말 재벌개혁을 완화해 왔던 것처럼 현 정권이 같은 행태를 반복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현재 재벌개혁과 관련되어 언급되고 있는 정책수단들은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집중과 소유집중 문제를 해소할 수 없는 수단임은 명백하며 경실련은 출총제를 유지·개선하는 것만이 재벌개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출총제가 재벌개혁의 유효한 수단이 아니라는 비판의 근저에는 재계가 지속적으로 예외규정의 확대를 요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경기부양과 집권 말 재벌규제 완화 등의 이유로 지속적으로 에외규정을 확대해 온 것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출총제를 폐지하고 완화된 재벌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출총제를 유지·개선하는 것이다. 경실련은 출총제의 각종 예외규정과 적용제외 규정을 84년 출총제가 도입된 당시의 초기모형으로 단순화시킬 것을 주장한다.

경실련은 재벌의 소유지배구조가 더욱 악화되고 외부의 견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등 참여정부의 재벌개혁은 실패했음을 강조한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재계의 불합리한 주장에 따라 출총제를 폐지하고 재벌규제를 완화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 경실련은 출총제를 유지·개선하고 일관된 재벌개혁 정책을 유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대통령의 핵심공약을 뒤집고 출총제를 폐지·완화한다면 시민들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임을 경고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개요
경실련은 1989년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라는 기치로 설립된 비영리 시민단체로서, 일한만큼 대접받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특히 집, 땅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 근절, 아파트가격거품 제거, 부패근절과 공공사업효율화를 위한 국책사업 감시, 입찰제도 개혁 등 부동산 및 공공사업 개혁방안 제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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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기 국장, 김성달 간사(766-9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