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어제(8일)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 그 적용대상을 기업집단 내의 전 계열사에서 일부 중핵회사로 축소(이하 ‘중핵기업 출총제’로 표현)하고, 순환출자 규제를 도입하되 이미 형성된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방식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재계는 출총제를 유지하면서 순환출자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이중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환상형 순환출자는 상법과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상호출자의 변형물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금지되어야 하는 것이며, 이를 경제력집중 억제와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하는 출총제의 대체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경제개혁연대가 어제 발표한「경제개혁리포트 5호: 경제력집중 억제의 관점에서 본 출총제 존치의 필요성」에서 상세히 논증한 바와 같이, 현행 출총제는 재벌의 경제력집중 현상에 대한 최후의 완충장치로서, ▲ 재벌의 부실화에 따른 국민경제적 위험(System Risk), ▲ 경제성장의 장기적 역동성(Dynamics) 잠식 ▲ ‘정경관언(政經官言) 유착’을 통한 민주주의의 위협이라는 경제력집중의 폐해를 규율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정책수단이다. 따라서 외환위기 이후 소수 거대재벌로의 경제력집중 현상이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출총제를 폐지하는 것은 단연코 시기상조이다.

다만, 강력한 사전적 규제수단인 출총제의 정책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그 적용대상을 기업집단이 아닌 중핵기업 단위로 축소하겠다는 공정위원장의 주장은 고려할만 하다. 현재 출총제의 적용을 받는 14개 기업집단의 출자총액 중 자산 2조원 이상의 중핵기업이 78.6%를 점유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중핵기업 출총제’는 규제대상 기업 수를 현저히 줄이면서도 정책목적의 골간은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비용의 축소를 통한 효율성 제고와 규제의 실효성의 유지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출총제 적용대상 기업집단의 선정기준을 자산규모(현행 6조원)로 하는 것은 규제대상 기업집단의 행동을 심각하게 왜곡(예컨대, 규제회피를 위해 자산을 6조원 미만으로 유지하려고 하거나, 기준금액을 높이려는 로비에 몰두하는 것 등)하는 비용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그 기준을 자산규모 순위(예컨대, 상위 10대 기업집단)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력집중에 따른 폐해는 주로 상위 10대 재벌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출총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종 예외 및 적용제외 조항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예외 및 적용제외를 받는 출자액 중 약 70% 이상을 차지하는 ‘동종업종 및 밀접한 관련 업종’ 조항은, 수직적 계열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의 확보라는 원래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출자회사가 피출자회사의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예컨대, 피출자회사가 상장기업인 경우 30%, 비상장기업인 경우 50%이상) 보유한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순환출자 규제와 관련하여, 이미 형성된 순환출자의 기득권을 인정하여 아예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거나 또는 아무 실효성이 없는 의결권 제한 조치를 취하는 방식에는 반대의견을 분명히 한다. 특히 순환출자 고리 중 어느 한 회사의 출자분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식은, 여타 특수관계인의 내부지분율로 안정적 지배권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에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으며, 지배주주가 순환출자를 통해 지배하는 모든 피출자회사에서 소수주주의 권리 침해를 교정하지도 못한다.

재계는 순환출자 해소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제개혁연대의 조사결과(「경제개혁리포트 1호 : 15개 대규모기업집단의 순환출자 현황 및 규제효과에 대한 보고서」, 2006.8.31)에 따르면, 한두 개 기업집단을 제외하고는 순환출자 해소금액이 자본총액의 1%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시정조치로 매각명령을 택하지 못할 이유가 없으며 동시에 장기간의 유예기간을 부여할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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