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간 공정거래법 개정 협의 관련 경제개혁연대 논평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우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과 관련된 부처별 논의가 ‘경제력집중 억제와 지배구조 개선’ 이 아닌 ‘규제완화’라는 본말이 전도된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현재의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는 노무현 정부 초기 작성된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의 일정에 따른 것으로, 그간 시장개혁의 성과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어떠냐에 따라 재벌정책의 개정 방향이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소유지배구조의 괴리도나 대내외 견제시스템 작동 정도, 그리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 등 각종 양적·질적 지표들은 총수일가의 사익추구행위를 견제할 내부규율과 시장규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경제력 집중에 따른 국민경제적 폐해가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자부나 재경부가 개혁의 기본원칙을 망각하고 현실에 대한 균형감각을 상실한 채, 출총제 폐지를 주장하고 순환출자 규제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재벌의 로비에 포획된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만약 공정거래법 개정이 정부부처간의 적당 타협주의에 의해 지리멸렬하게 종료될 경우, 과거 금산법 개정이나 부동산 대책과 마찬가지로, 건전한 경제질서의 확립은커녕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성만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내년의 대통령 선거, 그 후년의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재벌정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데, 과연 어느 기업이 5년, 10년 후를 내다본 투자계획을 수립할 수 있겠는가. 원칙을 무시한 적당주의야말로 경제활력의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편, 열린우리당의 일부 의원들은 한 술 더 떠서 경기부양과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출총제를 폐지하는 것은 물론 순환출자 규제와 같이 기업에 부담을 주는 규제는 도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개혁포기 주장을 공공연히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계열사간 출자 규제가 실물 투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 있으며, 특히 환상형 순환출자의 경우 기업집단 외부로부터 새로 유입되는 출자자금 자체의 실체가 없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규제가 실무투자를 저해한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다.
백번을 양보해서 설사 출총제가 폐지되어 단기적으로 몇몇 재벌그룹의 투자가 증가한다하더라도, 산업별·기업규모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현 상황에서 재벌의 투자 확대에 따른 과실이 국민 대다수에게 확산될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은 철지난 ‘재벌투자 선도론('trickle down effect')에 기대어 시장경제의 역동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마저 포기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열린우리당이 앞장서서 개혁정책의 포기를 선동하는 정체성 상실이야말로 현재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냉소의 근본원인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재벌총수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정책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한나라당과 아무런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는 열린우리당에 지지를 보낼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출총제 유지와 순환출자 규제 도입 여부는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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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13일 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