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라는 의미가 어느 새부터 이렇게 값싼 레토릭이 된 건지 모르겠으나 말과 그 뜻 사이에서 심각한 혼란에 빠지게 된다. 봉사는 마음이 정결한 사람이 여러 고려 없이 맹목적인 헌신을 하는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잘못에 대한 진정한 참회가 없이 봉사라는 미명하에 다시 실권을 잡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재계는 또한 이번 사면 건의를 계기로 윤리경영의 실천노력을 가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면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계속 비윤리경영을 하겠다는 말인지, 지금도 비윤리경영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인지 헷갈리는 대목이다.
사면청원 추진 배경으로 경제5단체가 “우리사회가 이제 불법 정치자금, 분식회계 등 잘못된 관행을 청산할 수 있는 제도 여건을 갖췄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
최근 JU그룹의 전방위 정관계 로비에서도 볼 수 있듯 음성화된 정치자금 제공 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분식회계는 김대중 정부가 집권 초기 단단히 잡아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대우의 김우중, 두산의 박용성 전 회장의 경우처럼 계속해서 암약해 왔다.
경제인들은 마치 잘못을 범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면을 통해 다시 기업 경영을 재개 하는 것이 관례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린 노무현 대통령에게 출총제 폐지 등 규제 해소와 함께 비리 경제인에 대한 사면요청을 압박하고 있다.
정권이 아무리 힘이 없다고 자기들만의 일방통행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경제5단체가 사면 배경에서 밝혔듯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 각부문간 갈등해소 노력을 다짐한다면 그 실천은 잘못에 상응하는 죄 값을 치른 뒤 진정한 참회를 통해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고, 양해를 얻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면의 처리절차’가 필요하다.
사회적 봉사는 그때서야 가능하다.
2006년 11월 29일 민주노동당 대변인 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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