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은행 노사가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합의한 가운데, 정부가 사용자의 위치에 있는 공공부문의 경우 대량 계약해지와 무분별한 외주확대 등 고용불안이 커지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공공부문 종합대책>이 안고 있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 없이, 생색내기 대책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그간의 비판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아직도 최악의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한국철도공사의 경우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따라 그동안 직접고용 돼 일해오던 새마을호 여승무원 100여명을 KTX관광례져로 외주화 할 방침을 세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들 새마을호 여승무원을 올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KTX 여승무원과 똑같은 처지로 내몰겠다는 것입니다. 다시한번 큰 노사갈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내용입니다.
경기도 광명시는 실내체육관 청소업무를 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12월말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계약해지를 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도 2~5년 장기근속해온 환경관리직 여성비정규노동자들을 계약해지했으며, 본사청사안내원과 자료실 직원 등 직접고용 비정규직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해온 상태입니다.
이같은 대규모 계약해지 사태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재계약 시점인 2월이 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가 외주계약시 지키도록 한 ‘적정가격 낙찰제’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천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최저가격낙찰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계연구원과 한국전기연구원 등 일부 기관에서는 별도 직렬을 신설하는 방식을 통해, 저임금 구조를 유지한 채 계약기간만 늘이는 반쪽짜리 대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정부대책을 둘러싼 노동현장의 피해사례는 셀 수도 없을 만큼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피해사례는 오는 12월22일 열리는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 증언대회’를 통해 낱낱이 고발될 예정입니다.
이처럼 정부대책이 취지와 다르게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불러온 것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한 뒤 추진단을 꾸려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2007년 예산에 이와 관련한 아무런 증액방침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업무추진비와 여비, 예비비 등을 활용할 것만을 지침으로 내린 상태입니다. 이러다보니 일선 행정관청과 각 기관에서도 정부 대책에 혼란을 느끼거나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9월까지 마무리됐어야 할 무기계약전환계획서 작성도 11월로 한차례 늦춘 뒤, 이마저 잘 지켜지지 않아 내년으로 넘어갈 상황입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내년 5월로 예정된 무기계약 전환일정도 지켜질 지 의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지방의회 의원들이 올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심각한 상태의 저임금과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근로기준법 위반 등 편법행위도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강원도청의 경우 원칙상 한시업무 또는 일회업무에 사용할 수 있는 일시사역인부를 수년에 걸쳐 반복되는 상시지속업무에 편법적으로 사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한 근로계약서에는 ‘매일 출근과 동시에 계약이 체결되는 것으로 보며, 퇴근과 동시에 해지되는 것으로 본다’는 어처구니없는 내용까지 있습니다.
이밖에도 인천 남구청과 부평구청, 서울시청, 대구시, 경기도 과천시, 전북 군산시, 전북 전주시, 등에서 최저임금법 위반과 파업참가자 채용거부, 4대보험 미가입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정부가 선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습니다. 그러나 나타난 결과는 참담합니다. 우리은행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오히려 민간기업보다도 후퇴한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나마 약속한 일정을 계속해서 넘기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고용안정’을 내세웠던 정부대책이 오히려 고용불안을 불러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11월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 관련법도 마찬가지 결과를 불러올 것입니다.
정부는 대규모 계약해지와 외주화 확대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의 실태를 종합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나아가 무기계약 전환이 확정되는 내년 5월까지는 현재의 고용관계를 유지토록 해 더 이상의 계약해지를 막고, 대책의 부작용을 막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예산확보와 정원확대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 2006년 12월 21일 오후 2시 20분 국회 정론관
- 참석자 :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 심재옥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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