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가 낳은 독일의 이산가족 이야기...중앙방송, 레나테 홍 할머니의 사연 방영

서울--(뉴스와이어)--'북한 유학생 남편을 떠나보내고 45년을 기다린 독일 할머니'

이산가족의 아픔은 우리 민족만의 것이 아니었다. 서독과 동독이 이념으로 대립하던 시절, 북한 유학생이었던 남편을 떠나보내고 45년째 망부석이 되어 남편을 그리는 독일 할머니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중앙방송(대표 김문연) 케이블, 위성TV Q채널과 히스토리채널은 독일로 건너가 화제의 주인공, 레나테 홍 할머니의 사연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녀의 45년 긴 기다림의 이야기를 담은 <레나테 홍 할머니의 망부가 “다시 봅시다”>는 Q채널에서 18일(목) 밤10시, 히스토리채널에서 18일 저녁7시에 각각 방송된다.

1955년 당시 열여덟의 예나공대 학생이었던 레나테는 북한 유학생이었던 21살의 청년 홍옥근을 만났다. 첫눈에 반해 교제를 시작한 두 젊은이는 5년의 사랑 끝에 60년 2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다. 둘 사이에는 한국식 이름을 가진 첫째 아들 홍현철이 있었고, 그들의 생활은 꿈만 같았다.

그러나 61년 4월, 레나테 홍은 예상치 못한 생이별을 맞게 된다. 북한 당국이 정치적인 이유로 독일주재 유학생들에게 강제 본국소환을 명령한 것이다. 아들 현철을 안고 남편을 떠나보낼 때, 레나테 홍은 둘째 아들을 임신 중이었다.

남편 홍옥근은 눈물로 그녀와 아들 홍철을 끌어안고, ‘다시 만나자’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하지만 레나테 홍은 그 후로 남편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북한으로 돌아간 남편 홍옥근과 주고받던 편지마저 2년 만에 ‘수취인불명’으로 끊긴 후 할머니는 남편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하고 싶어 북한대사관 등에 청원서를 보냈지만 도와줄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그러나 2006년 겨울, 독일 일간지 ‘디 벨트’ 등을 통해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기 시작하면서 희망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독일 적십자사에서 할머니의 상봉을 논의하기 위해 관계자를 평양에 파견하고,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우리 국회에서도 할머니를 힘껏 돕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못 다한 사랑의 아쉬움이 너무 진했던 것일까. 남편과의 모든 추억을 고이 간직한 레나테 홍 할머니. 할머니는 흔적만 남은 남편의 모습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결혼반지, 마른꽃잎, 사진, 편지, 남편의 필체가 남아있는 노트들. 남편과 다녔던 대학교정과 기숙사를 둘러보며 사랑했던 나날들을 추억하기도 한다. 아직도 남편과 헤어졌을 때의 수줍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할머니는 45년을 한결같이 홀로 두 아들을 키워내면서 긴 세월을 견뎌냈다.

처음에는 생사여부만이라도 알고 싶어 언론에 나선 레나테 홍 할머니였지만, 이젠 혹시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어본다. 할아버지가 직접 만들어 준 한국어 노트를 다시 꺼내 보며 또박또박한 말투로 ‘다시 봅시다’를 천천히 반복한다.

냉전시대, 사랑의 피해자가 된 이는 레나테 홍 할머니만이 아니었다. 북한에서 건너 온 유학생과 생이별한 그들의 가족들이 베를린, 라이프치히, 예나 등 독일 곳곳에 있었다.

임신 3개월째에 남편(최영순)을 보낸 루트 랑게(68세) 할머니 역시 그 때 상황을 생생히 기억한다. 북한행 기차를 타는 350여명의 유학생들 속에서 이별의 눈물을 삼켰지만, 남편이 북한에서 재혼하다는 소식을 듣고 재회를 포기한 채 홀로 아들을 키웠다.

우타 라이히(46세)는 북한 아버지와 독일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2세. 홍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내어 홀로 아버지의 생사를 찾아다녔다. 마침내 자신의 아버지는 바로 북한 과학계의 거물인 김경봉씨이며, 생존해 있다는 소식을 전할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상봉은 이루어 질 수 없었다.

레나테 홍 할머니, 루트 랑게 할머니, 우타 라이히.. 그들은 모두 냉전의 시대가 낳은 짧은 사랑의 그림자를 지닌 사람들이다. 아직도 그 사랑을 기억하며 남편을 또는 아버지를 기다린다. 원망보다는 그리움이 더 크게 남았다는 그들. 우리 모두가 보듬어야 할 시대의 아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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