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HIV감염인에 대한 공포와 감시·통제에서 예방·교육·지원으로 관점 전환 필요”

뉴스 제공
국가인권위원회
2007-02-26 16:33
서울--(뉴스와이어)--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에 대하여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에게 헌법상 기본권 제한 기준에 합치하지 않은 규정의 삭제나 보완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노동부장관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개정안 관련 법령의 개정과 HIV감염인 및 AIDS환자(이하 “감염인”)의 인권과 관련된 정책의 시행을 권고하였다.

HIV는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성적인 접촉 등을 제외하고는 악수나 포옹 등 일상생활을 통해서는 감염이 이루어지지 않고, 전염력도 약한 바이러스로 분류되고 있다. 최근에는 칵테일요법으로 바이러스 수치를 현격히 떨어뜨려 20년 이상 생존하거나 자연사할 때까지 발병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는 아직 HIV/AIDS에 대한 편견과 그로 인한 공포가 만연해 있고, 의료 종사자의 인식 또한 일반국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실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5년에 실시한 실태조사에 의하면, 감염인들은 의료기관에서의 진료 차별, 보건소 감염인 관리에서의 인권침해, 본인의 동의 없이 행해지는 HIV 검사와 부주의한 결과 통보로 인한 인권침해, 사회의 냉대와 편견으로 인한 인권침해 등으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실제 감염인의 숫자는 등록되어 관리를 받고 있는 감염인에 비하여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절한 예방과 치료를 통하여 HIV/AIDS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염인의 자발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태국, 미국 등 우리보다 앞서 이 문제를 고민해왔던 외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HIV/AIDS 발견 초기에 각국은 실명관리, 강제검사 등 통제 중심의 공중보건 정책을 도입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이 감염 관리나 예방 효과를 증대하기 보다는 감염인의 사생활 침해와 사회적인 차별과 낙인을 조장하고, 오히려 감염인이 공중보건체계에서 벗어나게하는 결과를 초래하자, 통제 중심의 정책이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는 감염인 인권보장과 지원, 예방을 위한 교육·홍보 중심의 정책을 실시하는 추세이다. 이제 우리사회도 HIV/AIDS에 대한 편견과 공포, 통제와 감시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감염인에 대한 지원, 예방과 교육이 중심이 되는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감염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적절한 치료와 감염 예방을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며, 공중보건의 목표 달성에도 효과적이라는 관점에서 개정안과 관련 법령 및 정책을 검토하였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에 대하여, △감염인을 진단하거나 검안한 의사 또는 의료기관 등의 관할보건소장에 대한 신고 규정과 관련하여, 감염인이 ‘익명’으로 검진을 할 경우 이것이 자동적으로 ‘실명’ 신고로 전환되지 않도록 신고시 익명성 보장 규정을 보완할 것, △신고 사항을 지방자치단체나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한 규정과 관련하여, 중앙 보건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수립 등의 목적을 위해서 정보가 필요하다면, 이는 현황 파악 차원의 통계(예, 성별, 연령 등)만으로 충분하고, 보고의 목적 달성을 위해 반드시 실명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므로 ‘익명’보고의 원칙을 별도로 적시할 것, △감염인과 그 동거인이나 가족에 대한 의사 또는 의료기관의 고지 및 지도 의무 규정과 관련하여, 전염경로 등을 고려할 때 의사 및 의료기관의 고지 및 지도 대상을 감염인과 배우자에게만 한정할 것, 배우자 고지 및 지도 이전에 감염인의 명시적인 사전 동의 절차를 적시하되, 감염인이 이를 거부할 경우, 합리적인 기준이나 절차 하에 의사 및 의료기관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할 것, △감염인과 그 배우자 및 동거가족에 대한 역학조사 및 역학조사 불응에 대한 벌칙 규정과 관련하여, 검진이 목적이라면 일반적인 검진이나 고지 및 지도 등의 절차로 해결할 수 있고, 전파경로의 파악이 목적이라면 감염인에 대한 역학조사를 통하여 달성할 수 있으므로 배우자 및 동거가족에 대한 역학조사 규정의 삭제, △공중과 접촉이 많은 업소 종사자 및 감염인 배우자와 동거가족에 대한 검진 및 검진 불응에 대한 벌칙 규정과 관련하여, 강제적인 성격의 검진 규정은 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의 삭제, △치료권고에 응하지 않은 자에 대한 치료명령, 치료명령 불응자에 대한 치료 및 보호조치 규정과 관련하여, “치료” 및 “보호조치”의 범위와 의미가 불명확하여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며, 인신구속을 하여 신체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할 정도로 긴급하거나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볼 정당한 근거가 없으므로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등의 의견을 국회에 표명하였다.

또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우리 위원회의 실태조사 결과 의료기관 종사자의 업무 영역에서 감염인 인권침해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고, 무엇보다 의료기관 종사자의 인식 변화 없이는 감염인의 사생활자유권과 건강권 등 기본권 보장에 한계가 있으므로, 이들에 대하여 감염인 인권 관련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보건소 담당자에게 업무 투입 전에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규정을 정비할 것 △노동부장관에게, 근로자 건강진단과 관련하여, HIV 및 이에 준하는 병력의 경우에는 검사결과가 타인에게 알려질 경우 인권침해 소지가 많으므로 검사결과를 사업주에게 일괄 통보하지 않고 근로자 개인에게 통보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나 지침에 명시하는 한편, 사업주에 대하여 관련 사항을 권고·홍보하고, 건강진단기관에 대하여 통보절차와 관련한 교육·홍보 등의 조치를 강구할 것을 권고하였다.

위원회는 앞으로도 HIV감염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AIDS(acquired immunodeficiency syndrome 후천성면역결핍증)’라는 용어는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건강한 인체 내에서는 병을 유발하지 못하던 세균, 바이러스 등이 병원체로 다시 활동하거나 새로운 균이 외부로부터 침입·증식함으로써 폐결핵 등을 발병하는 일련의 증상들을 총칭하는 말로서, 증상이 나타난 상태의 ‘환자’에게 적합한 용어이고,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되었으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을 포함하는 경우에는 ‘HIV감염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함. 국제적으로는 PLHA(People Living with HIV/AIDS)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음.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06년 말까지 발견된 내국인 누적 감염인은 4,580명이며, 이중 830명이 사망하여 현재 3,750명이 생존해 있으며, 남성이 4,161명(90.9%), 여성이 419명(9.1%)임. 감염경로가 밝혀진 3,849명 중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 3,795명(98.6%)임.

전염병예방법은 전염병을 크게 1군~4군으로 분류하는데, 후천성면역결핍증(AIDS)는 “간헐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으로 그 발생을 감시하고 방역대책의 수립이 필요한” 제3군 전염병에 포함됨. HIV 감염의 주된 경로는 성접촉, 수혈, 임신·출산, 수유, 주사바늘 사용 등이 있으나, 악수, 포옹 등 일상생활을 통해서는 감염이 이루어지지 않음.

HIV/AIDS 관련 외국의 정책

1. 미국

미국은 1990년, 연방 차원에서 감염인의 예방과 홍보를 위한 재정 지원을 주요 골자로 하는 The Ryan White Comprehensive AIDS Relief Emergency Act(CARE Act)를 제정함.

감염인 관리는 여러 정부기관 및 비정부기관, 병원간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환자는 클리닉에서 검사결과에 상관없이 검사 후 상담을 받고 검사 결과가 음성이면 주로 안전한 성접촉(safety sex practice)에 대해, 양성이면, 환자, 병의 원리, 예후 등 전반적인 사항에 관하여 상담을 받음.

상담을 받을 시 환자에게는 사회복지사가 지정되는데, 사회복지사는 파트너에 대한 고지(Partner Notification)에 대해 알려주어야 하며 환자의 필요에 따라 Medicaid, Medicare, ADAP Plus(AIDS Drug Assistance Program) 등 각종 사회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설명함.

임상의사는 지역 방역당국(local health authority)에 신고하고 지역 방역당국은 주 보건국(state health department)으로 보고하고 다시 보건국은 그 내용을 미국 질병관리센터(CDC)로 보고하는데, 주 보건국에서 CDC에 보고하는 내용에서 개인 신상 자료는 삭제하고 보고하도록 되고 있음.

장애인차별금지법(ADA)은 HIV/AIDS로 진단된 사람을 장애인으로 간주하여 고용, 공적 서비스 및 공적 시설에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음.

캘리포니아주 HIV/AIDS Laws(2000)는 취직이나 보험 가입 시 HIV 강제 검사금지 및 익명 검사의 장려를 하고, 비밀을 폭로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모든 혈액제제에 대해서 HIV 감염 검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으고, 7~12학년생을 대상으로 연 2회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음.

로스엔젤레스시 당국은 비밀보호법을 제정하여, 자신의 HIV/AIDS 상태를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을 권리, 자신의 HIV/AIDS 상태를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중단시킬 권리, 자신의 동의 없이 HIV/AIDS 검사를 받지 않을 권리 등을 명시하고 있음.

2. 태국

태국 정부는 초기단계에 에이즈 감염인과 환자 모두를 의무적으로 실명으로 보고하는 체계를 구축하였는데, 처음 발견되었을 때에는 의무통지 전염병으로 분류되고 보건의료팀이 직접 가정 방문하여 교육과 상담 등을 제공하면서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였음. 법적으로는 보고체계 안에서 비밀유지가 보장되었지만, 의료팀이 방문함으로써 다른 질병과 달리 특이한 사항으로 여겨져 주위 사람들에게 에이즈감염 사실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기도 함.

이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실명보고체계가 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한 비효과적이며 불필요하고, 국민들의 차별과 편견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실명보고는 예방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게다가 비밀누설 등으로 감염인들이 자살하는 경우가 나타나면서 태국은 전염병 흐름을 전반적으로 파악하는 수준으로 한정됨. 이후, 익명으로 하는 혈액검사 감시체계를 추진하여 전반적인 에이즈환자 추이를 파악하는 데에 더 주력하고, 개인 사후관리를 위한 전통적 실명보고체계 대신 보건부는 혈액검사 감시체계, 행동 감시체계, 보초감시체계 등을 실시하고 있음.

검사는 반드시 익명으로 하고 번호만을 사용하며 연령, 성별, 결혼, 직업, 교육사항을 기재하고, 검사전 상담시 검사결과가 가져올 부정적·긍정적 결과에 대해 알려주도록 하고 있음.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나와도 3달 후에 다시 검사를 받도록 하고 건전한 성생활을 하도록 교육하고, 양성일 경우 의사나 동료감염인에게 의뢰하여 필요한 도움을 받도록 하고 있음. 검사 후에는 필요한 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부서비스 혹은 감염인단체에 연결하여 도움을 받도록 함.

한편, 태국에는 감염인 단체가 많이 활성화되어 있고 감염인들을 위한 쉼터 역시 그 기능과 특성별로 다양하게 존재함. 태국의 많은 감염인 단체들은 주요 병원이나 클리닉 등에서 사무공간을 배정받아 상담실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들 상담실은 병원은 물론, 감염인단체나 쉼터와 긴밀히 연결되어 운영되고 있음. 태국의 감염인 쉼터의 특징은 건강한 감염인을 위한 쉼터와 에이즈가 진행중인 환자를 위한 쉼터가 분리되어 있고 말기환자나 수직 감염된 유아 등 특정 감염그룹을 위한 쉼터가 있다는 것임.

3. 일본

감염인 수에 있어 우리와 비슷한 정도를 보이고 있는 일본은 1989년 후천성면역부정증후군의예방에관한법률을 제정하였다가 1998년 폐지한 바 있는데, 폐지 전문에서 “과거에 후천성면역결핍증 등의 감염증 환자에 대한 이유없는 차별이나 편견이 존재하였다는 사실을 신중히 받아들여 이를 교훈으로 삼아 향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음. 위 법률을 폐지하는 대신, 감염증의예방및감염증환자에대한의료에관한법률에 통합하여 일반적인 전염병 관리로서 규정하고 있음.

에이즈 익명검사가 보건소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에이즈가 의심되면 보건소나 병원을 찾고 보건소는 에이즈 감염여부만을 알려주며 관련 상담을 제공하고, 의사가 역학조사 및 그 결과를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후생성에 보고하게 되어 있음. 의료기관이 정부에 보고하도록 하는데, 보고 내용은 성별, 나이, 국적, 임상단계, 진단일, 검사 실시 방법, 증상, 추정감염경로, 감염지역(국내·외) 등으로 성명이나 연락처 등을 밝히지 않는 등 개인식별 정보를 보고하지 않고 있으며, 일반 보건소에서는 면접을 통해 결과를 알려주며 일체 전화통보는 없음. 또한 전문상담원(치료, 영양담당, 정신, 복지담당)을 두고 있으며 환자를 면역지수에 따라 장애등급을 지정하여 차등적으로 복지혜택을 부여하고 있음. 외국인에 대한 지원은 합법적인 사람은 내국인에 준하여 지원하고 불법적인 사람은 본국으로 자진 출국하도록 하고 있음.

의료혜택을 높이기 위해 각 지역별로 거점병원을 지정하고, 의료기기 설비, 전용 병실 및 전용 진료실 확보사업 등 각종 시설을 투자하여 환자 진료 수준을 높이고 있음. 특히 의사, 간호사, 검사실 요원에 대한 교육훈련사업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 각 지역(현)별로 여러개의 병원이 에이즈 전문병원으로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고, 요양소에 대한 에이즈진료 체제도 강화하여 말기 환자에 대한 대처도 효과적으로 실시하고 있음.

4. 기타

영국 : HIV 감염 검사를 강제로 시행할 의무 없음. 영국 거주자는 일반진료의(graduate in pharmacy)나 모든 비뇨기과 클리닉에서 무료로 검사받을 수 있음. HIV 양성 여성의 출산이 증가함에 따라 임산부 전용의 검사 팜플렛 등으로 검사를 장려하고 모자 감염을 감소시키고자 하고 있음. 진단하지 않는 HIV 감염인의 수검률을 높이기 위해, 모든 비뇨기과 클리닉에서 임의 검사를 확대시키는 것도 중요한 사업임.

호주 : HIV 양성이 발견되면 보고하는 체계이지만, 연방정부 차원에서 관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주 차원에서 다루어지고 있으므로 주 보건당국의 관리책임자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음. 그러나 양성반응자의 이름이 기록되지 않고 이에 대한 추적관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 최근에는 정신건강과 관련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있어, 호주의 2003-2004 국가 에이즈 전략에서는 정신보건과 관련된 사항들도 포함하고 있음.

웹사이트: http://www.humanrights.go.kr

연락처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연구팀 김화숙 02-2125-9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