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대학생 정치활동 금지하는 학칙은 기본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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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2007-03-06 09:30
서울--(뉴스와이어)--“전국 69개 대학교가 학칙에 의하여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교내 집회를 위해서는 반드시 학교 측의 허가를 받게 하는 등 학생활동을 제한하고 있다”며 2005년 5월 민주노동당이 제기한 진정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대학생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학칙은 헌법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이 정한 사상과 양심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 이를 시정할 것을 권고하였다.

문제가 되는 조항들은 20개 국·공립대학교 및 48개 사립대학교(피진정인 중 한성대학교는 개정할 예정이므로 제외)가 학칙 등에서 명시하고 있는 학교의 기본기능과 교육목적 등에 위배되는 활동을 금지한다는 ‘학생활동제한’ 조항과, 강릉대학교와 16개 사립대학교가 학칙 등에서 정당이나 정치적 목적의 사회단체 가입을 금지하고 정치적 성격의 활동을 학내·외에서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정치활동금지’ 조항이다. 강원대학교와 15개 사립대학교의 경우는 정치활동을 한 학생을 퇴학 등 중징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사상·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규정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제21조는 이들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조건으로서 ‘국가안보 또는 공공의 안전, 공공질서, 공중보건 또는 도덕의 보호 또는 타인의 권리 및 자유의 보호를 위하여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것’에 한정하고 있고, 우리 헌법은 기본권 유보의 조건으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세 가지를 제시하면서도 법률에 의하지 않은 기본권 제한은 불가능하다는 법률유보주의를 택하고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라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해서는 아니 됨을 명시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 피진정인들의 ‘학생활동제한’ 조항은 ‘기본기능’과 ‘교육목적’ 등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근거에 의해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국가인권위는 판단하고, 학칙 혹은 그 하위 규정에 제한의 범위를 구체화하여 명시할 것을 권고하였다. ‘정치활동금지’ 조항의 경우는 학내·외를 불문하고 정치활동을 한다는 것이 그 자체가 기본권 제한의 정당한 근거가 될 수는 없으며, 퇴학 등의 중징계 사안은 삭제하여야 함을 권고하였다.

피진정인 대학교들과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학의 중립성 혹은 면학분위기 조성 등의 이유를 들어 동 조항들의 필요성을 항변하였으나, 대학의 중립성은 가르치는 자가 특정 정치적·종교적 신념을 학생에게 설파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원칙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유 없다고 보았다.

특히 ‘정치활동금지’ 조항은 정치활동이 왜 학내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 없이 ‘정치활동’은 언제나 질서를 문란케 하는 부정적 행위라는 선입관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이지 않으며, 또한 이미 성인으로서 투표권을 부여받아 정치 영역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학생들의 정치활동을 정당한 이유 없이 금지한다는 점에서도 불합리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국가인권위는 학생활동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규정 및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규정은 인권침해라 판단하여 이를 개정하거나 삭제할 것을 해당 국·공립대학교에 권고하였다. 그러나 진정내용 중 교내 집회와 시위에 대한 사전 허가제는 집회와 시위에 대한 제한으로서 기본권 침해의 여지가 있다고 할 수는 있으나, 일반 공공장소와 달리 대학은 정숙과 집중을 기본 조건으로 하는 연구와 수업을 위한 특수한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학내에서 집회와 시위가 난립하는 것을 막고 그 빈도와 규모를 조절하는 일정한 제한 조치는 수업권 등 학생 및 교직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허용될 수 있으므로 일정 규모 이상의 학내의 집회와 시위에 대하여 사전 허가제를 실시하는 것은 합리성을 결여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보아 기각하였다.

다만, 사립대학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대상이 아니므로 모든 진정을 각하하였으나, 위와 같은 인권침해적 요소가 다수의 대학교 학칙 혹은 하위 규정에서 발견되었으므로 이를 시정할 수 있도록 주무 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에 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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