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자 회담 5단계 3차 회의 결과로 채택된 ‘2.13합의’ 이후 북미간, 그리고 남북간 대화 국면이 긍정적으로 진행되는 한편,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 또한 전개되고 있다.
바로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한반도 남녘 땅 전역에서 전쟁훈련인 ‘07 RSOI/FE(한미연합전시증원/독수리연습)’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당국은 이번 훈련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며 연례적인 군사대비태세 연습으로 방어적 훈련이지 도발적인 연습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 증원되는 미군이 지난해의 두배인 6,000명에 이르고 전체 훈련 참가 인원도 지난해보다 1만명 가까이 늘어난 2만9,000명에 달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한미연합사의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이번 RSOI/FE에는 제7 항모 타격단, 제14 항모 비행단, 제7 구축함대,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선제폭격무기인 F-117 스텔스기 등 가공할 무력이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RSOI/FE가 주한미군의 설명대로 연례적인 방어훈련인지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RSOI/FE가 ‘2.13합의’ 정신을 훼손하고 긍정적으로 발전하는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게 될 것을 강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반도 긴장 조성의 원인이자 전국민적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는 RSOI/FE와 관련해 우리 민주노동당은 몇 가지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민주노동당은 이번 RSOI/FE의 성격과 실체에 대해 미국 정부의 책임 있는 당국자가 우리 국민들에게 성실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본다. 주권국가의 영토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그 영토의 주인들에게 경위를 설명하는 것은 기본의 기본일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노동당은 미 행정부의 대표격인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에게 RSOI/FE와 ‘2.13합의’ 이행 문제를 주제로 한 공개 토론회를 제안한다. 미군 당국이 밝힌 바대로 RSOI/FE에 아무런 문제점이 없고 ‘2.13합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면 버시바우 미 대사가 공개 토론 제안을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공개 토론회는 미국의 입장을 한국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공개 토론회의 방식과 일정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양자 실무접촉을 통해 협의하면 되리라 보며 버시바우 미 대사가 조속한 시일 내에 이런 우리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 답변을 주리라 기대한다.
둘째,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이번 RSOI/FE에 대해서는 전향적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에도 RSOI/FE로 인해 남북장관급 회담이 4월로 연기된 전례에서 보듯, 그 규모나 성격 면에서 북한을 자극하고 반발을 초래할 것이 명백한 한미합동군사훈련에 참여하는 것은 남북관계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이번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 중인 27일부터 재개되는 이산가족 화상상봉 계획이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한 합의 이행의 지연 차원을 넘어 ‘2.13합의’로 어렵사리 재개된 20차 남북장관급회담의 소중한 합의들을 유실시키는 발단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주한 미군 당국에 이번 군사훈련의 취소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연기 또는 규모 축소를 요청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셋째,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등 여야 정당들은 구두선이 아닌 진심으로 ‘2.13합의’의 온전한 이행을 원한다면 이번 RSOI/FE에 대해 명백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진전에 먹구름을 드리울 전쟁훈련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미국 눈치 보기이거나 전쟁훈련에 대한 찬동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극단으로 치닫던 대북강경정책을 전환할 방침이라면 이번 전쟁훈련에 대한 입장을 공식 표명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각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에게 촉구한다. 차기 정권은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의 한복판에서 국가의 진로를 모색해야 하는 막중 임무를 맡게 될 게 분명하다. ‘2.13합의’ 이후 5개 실무회의를 통해 이에 관한 논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에 관한 구상과 복안을 제시하는 것은 차기 국정 최고책임자의 주요 자격 기준의 하나가 될 것이다. 각당 유력 대선주자들은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 합리성을 갖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제시하여 자신의 정책 구상과 능력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우리 민주노동당은 이번 RSOI/FE 전쟁훈련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훈련 계획의 철회를 위한 다방면적인 노력을 계속 기울여 나갈 것이다. 또한 6자 회담 참가국들이 ‘2.13합의’를 성실 이행해 나가는지를 계속 주시하면서 여기서 제기되는 당의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 2007년 3월 16일 (금) 오후 1:30 광화문 미대사관 앞
- 노회찬 의원, 김은진 최고위원, 박인숙 최고위원, 김동원 자통위원장
2007년 3월16일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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