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사의 주택사업 참여에 대한 경실련 입장

서울--(뉴스와이어)--지난 9일 이춘희 건교부차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비축용 임대주택 펀드 조성에 참여하는 토공에 그에 맞는 권리를 줘야하고, 토공이 택지지구 조성 등에서 얻는 개발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임대아파트 건설권을 주겠다’고 하였다. 이미 정부가 1-31부동산대책에서 장기임대주택 비축물량을 2017년까지 전체주택재고량의 2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황에서 이차관의 발언은 장기임대주택 비축을 위해 연 5만호씩 총 50만호 건설의 시행권을 한국토지공사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내용을 담고있는 ‘임대주택법 개정안’이 열린우리당 문학진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되어있다.

경실련은 정부의 한국토지공사 주택사업권한 부여는 실질적인 주거안정기능도 없는 임대주택 비축을 빌미삼은 공기업 덩치키우기에 불과한 것으로 반대한다. 오히려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성 강화를 위해 지금 주택관련 공기업에 필요한 것은 설립목적에 맞는 공공성 회복과, 경영효율화, 운영의 투명성 확보이다. 나아가 국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주택법을 제정하고, 이를 위한 주택청 신설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1. 참여정부의 주택 공기업 정책은 이율배반이다.

공기업은 정부의 지분 또는 정부투자 및 출자기관이 재출자한 지분에 의해 운영되는 것으로 실질적인 정부의 지배하에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공기업은 정부의 보호하에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고비용 저효율의 비효율적 운영, 공공서비스의 질적 향상 보다는 양적팽창, 예산의 중복 및 과잉지출로 인한 자원배분의 왜곡, 설립당시의 기능이나 필요성이 소멸되었음에도 존립하고, 설립목적을 벗어나 부가적 사업이 주요사업이 되었음에도 교정되지 않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특히, 공기업의 최대 주주인 정부부처들이 경영권과 예산을 통해 공기업을 정책집행의 도구로 활용하거나 인사문제를 해소하는 기관으로 이용하였다.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1998년 기획예산위원회는 ‘2차 민영화 및 경영혁신계획’에서 주공과 토공에 대해 상호기능중복을 해소하고 경영의 효율화를 위해 2001년까지 통합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2001년에 주택관련 공적기능 중심으로 통합하여 정부의 토지/주택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는 목적으로 한국개발연구원과 국토연구원에 ‘토공과주공의통합방안연구’를 맡겨 통합방안을 마련하였으며, 이미 통합법안은 국회에서 발의되었었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과 국토연구원의 ‘토공과주공의통합방안연구’에서는 1)택지개발의 중복기능 조정으로 인력과 운영비의 효율성 제고, 2)선계획 후개발 원칙에 의한 광역적 토지개발과 주택공급을 일원화 하여 국토차원의 계획적 관리를 보다 용이하게 하는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의 일원화 시너지 효과, 3)중복자산매각을 통한 재무구조개선을 이유로 통합을 결론 내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공기업개혁으로 토공과 주공의 통합을 추진하기로 하였음에도, 정부 출범 초기에 ‘통합보다는 각자 분야의 기능을 특화하여 고유의 업무를 중심으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뚜렷한 이유없이 통합을 유보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통합유보 수준이 아니라 아예 공기업의 효율성을 심각히 저해하는 사업의 중복과 예산 낭비를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공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기위해 조직의 통폐합이나 경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정부의 주택정책을 효율성으로 뒷받침하기위한 주택관련 공기업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주먹구구식으로 참여정부가 국정의 기본원리로 설정했던 원칙과 신뢰까지 저버리면서 일관성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2. 정부의 ‘공기업 경쟁’ 논리는 국민이 아니라 건교부에 대한 주공과 토공의 충성 경쟁이 목적.

정부에서는 토공의 주택사업 참여를 공기업에도 ‘경쟁원리를 도입해야한다’는 논리로 말하고 있다. 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경제구조에서 경쟁은 이윤극대화를 위한 기본 동력이다. 이는 동일 업종간의 민간 기업들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경쟁을 하고 이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럴 때 경쟁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경쟁논리는 산하 공기업에게 같은 사업을 시키면서 경쟁을 시킨다는 것이다. 이것은 공기업의 존립 근거나 개별 공기업의 설립목적도 무시한 얼빠진 궤변이다. 공기업은 국가적 영역에서 꼭 필요한 공공재를 공급해야 함에도 민간에 맡겨서는 해결되지 않는 시장실패를 보완하기위해 극히 제한적으로 정책적 필요에 의해서만 막대한 세금을 부담해야하는 공기업을 설립한다. 때문에 공기업은 고유의 설립 목적과 역할을 부여하고, 그 설립 원인이 소멸되면 민영화시키거나 해체되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의 공기업에 대한 경쟁원리 도입 논리는 ‘경쟁원리 적용이 부적합하여 공기업을 설립하였는데 이제는 공기업끼리 경쟁체제를 도입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토지공사는 토지를 취득·관리·개발을, 주택공사는 주택의 건설·공급·관리로 양공사의 중심기능을 재편하면서 통합을 유보하였는데, 토공과 주공을 경쟁적으로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토지공사의 주택사업 참여를 허용하는 것은 경쟁의 원칙도, 공기업의 운영의 효율성, 국민의 이익도 보장하지 못하는 궤변이다. 단지 하나있다면, 공기업의 운영권을 갖고 있는 개발부처인 건교부가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에게 충성경쟁을 시키는 것뿐이다. 결론적으로 건교부가 공기업간 경쟁 논리에 따라 토공에게 주택사업을 참여시키겠다는 것은 산하공기업들을 통제하고 충성 경쟁을 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개발관료들의 공급확대를 위한 포장일 뿐이며, 국민들에게는 충성경쟁도 없고 혜택도 없는 것이다.

3. 공공주택법을 제정하고 주택청을 신설하라.

이미 주택관련 공기업인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는 땅장사와 집장사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으며, 국민들로부터 조직 통폐합이나 민영화 주장이 나온 지 오래다. 그런데 설립목적 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장사나 하고 있는 공기업에게 ‘덩치 키우기’를 정부가 추진하려 한다면 어는 국민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한참 잘못 되 가고 있다는 국민의 소리를 겸허히 귀담아 들어야한다.

토공과 주공의 기능중복과 이로 인한 비효율성은 참여정부에서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03년 양 공사는 기능조정 후에도 신도시 건설, 택지개발 이외의 많은 분야에서 업무가 상호 유사·중복되고 있다. 토지공사의 주택사업 참여 사례는 산업단지내 주택건설기능 확보(’07. 3, 산업입지법 개정), 비축용 임대주택 건설 추진(’07. 4, 임대주택법 개정안, 문학진의원), 토공 자회사인 한국토지신탁을 통한 주택건설(연간 2~3만호), PF사업을 통한 주상복합아파트, 단독주택 건설, 실버주택단지 개발 등이며, 도시재정비 분야에서도 도시재정비촉진사업 총괄관리자 지정(’05.12), 그리고 주거환경개선·주택재개발·재건축사업 등 시행자 지정도 현재 추진중이다. 여기에 주택부문까지 추가될 경우 인력·조직 등에 대한 중복투자로 예산낭비를 초래한다는 것은 누구나 예견할 수 있다.

또한 이춘희 차관이 개발이익을 환수하기위해 토공에게 임대주택사업 시행권을 준다는 것도 궤변이다. 토공의 택지개발이익은 비싼 택지공급가가 주택분양가를 끌어올리지 않도록 택지공급가를 낮추는 근본적인 방법으로 해소하거나, 토지공사의 약 350%에 달하는 높은 부채비율 해소 및 사채발행액이 7조원(2006년기준)에 달하는 부실경영을 정상화하는 것이 맞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임대주택 확충을 발표하고도 제대로 택지 확보를 못해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공영개발로 서민주거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타당하다.

건교부는 공기업 충성경쟁이나 산하기관 덩치키우기 같은 허튼짓을 하지 말고 주택관련 공기업의 효율적 운영으로 예산을 절약하고, 주택의 계획·건설·공급·유지/관리 등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원스톱 서비스를 위한 주택청 신설을 준비해야한다. 또한 정부의 주택 분양정책으로 인해 주택보급률이 105%에 이르렀음에도 600만 무주택 가구가 주거문제로 고통 받는 서민들을 위해 공공주택법을 제정하라. 공공주택법은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자 국민의 기본권이며, 토공과 주공이 땅장사 집장사 하지 않고 공영개발로 공공주택을 건설하며, 공공주택이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그리고 질을 갖춘 계획적인 공공주택 건설 등을 담는 것이다.

경실련은 건교부가 주택사업권한을 한국토지공사에 부여하는 것을 반대한다. 정부가 정책의 효율적 추진과 공기업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기본원칙을 배제한 채 산하기관끼리 경쟁을 시키며 충성경쟁을 유도하는 행태를 당장 중지해야한다. 그리고 공공주택법 제정으로 주택시장 정상화와 서민주거안정을 이루고, 주택청을 신설하여 국민들에게 주거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일에 총 매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개요
경실련은 1989년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라는 기치로 설립된 비영리 시민단체로서, 일한만큼 대접받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특히 집, 땅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 근절, 아파트가격거품 제거, 부패근절과 공공사업효율화를 위한 국책사업 감시, 입찰제도 개혁 등 부동산 및 공공사업 개혁방안 제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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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기 국장, 김성달 간사(766-9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