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발언]
○ 단식에 대한 소회
단식 26일, 시작하는 날 눈이 휘날리다가 중간쯤 돼서는 뜨거운 날도 있었고, 막판에는 황사가 심해서 목이 좀 상했다. 단식을 끝내고 열흘 정도 복식을 했다. 보통 단식을 하면 단식기간만큼 미음식을 하고, 이후 단식기간만큼 절식이 필요한데 워낙 마음이 급해서 바로 밥을 꼭꼭 씹어먹고 있다. 천정배 의원이 단식을 계속 하고 계신데 저는 이전에 단식을 많이 해놔서 괜찮지만 천 의원은 상당히 힘들 것이다.
○ 허세욱 당원의 죽음에 대해
한미FTA협상 막바지에 분신하신 허세욱 당원이 운명하셨다. 어제 병원 인근에서 밤을 세우고, 아침 7시쯤 조문을 했는데 유족이 거부해서 최대한 갈 수 있는 데까지 갔지만, 유족이 시신을 화장장으로 옮기는 바람에 조문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다.
단식을 끝내던 4월 2일에 허세욱 당원이 입원해 있던 병원으로 갔다. 병원 의사가 만만치 않지만 의식은 있다고 했다. 제가 중간에 복식을 하면서 몸이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허세욱 당원의 몸도 새살로 채워졌으면 하는 소망을 간직하였다. 의사 선생도 70% 정도 소생 가능하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4월 2일 확인했던 화상의 정도로 봤을 때 실제로 많이 위급했던 상황인데 병원 측에서 일정 정도 이를 숨기기 위한 의도가 있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가족의 반대가 심하다. 그래서 가족장대로 치르고, 우리는 우리대로 민중민주열사장으로 치르려 한다. 최소한 조문만을 할 수 있게 해주셔야 하는데 계속 못하도록 막고 있다. 가족의 안타까움이야 이해되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허세욱 당원의 투쟁이 헛되지 않도록 한미FTA 협상 반드시 저지하겠다.
○ 한미FTA 협상에 대한 찬성여론은 반짝 여론일 뿐
국민들 중 다수가 FTA에 찬성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지지도가 30%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두 가지 점에서 한미FTA는 끝나지 않았다. 내용 자체가 공개되지 않았다. 내용이 밝혀지면 국민의 우려와 반대가 높아질 거라 확신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 협상이 과연 타결된 건가 하는 문제가 있다. 노동, 환경, 공산품 등 개방된 모든 것에서 한미FTA는 끝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군부대 정신교육에 열을 올리고 협정문 내용 공개를 꺼리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내용이 속속 밝혀지면 지금의 여론 지지를 반드시 반전시켜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 한미FTA 원내 대책
제가 비록 힘이 들지만 빨리 업무에 복귀한 것은 한미FTA 전선을 당대표가 중심이 돼서 치러내야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주목하는 것은 한미FTA 중단 비상시국회의 국회의원 55명에 더해 현재 농촌 출신 한나라당 의원 15명 정도가 오늘 내일 중으로 참여한다고 한다. 열린우리당의 의원들 또한 개성공단의 허구적 상황이 밝혀지면 이견이 표출될 것이고 최소한 100여 명의 의원들이 반대전선에 설 것이라고 판단한다.
국회에서 청문회와 국정조사는 해도 좋고 안 해도 좋고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당위의 문제이다. 국회가 IMF이후 통상절차법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역사적 과오를 참회하는 심정으로 청문회와 국정조사에 임해야 한다. 그것이 17대 국회의 마지막 역사적 책무이다. 반대하는 의원들이 100여 명에 다다르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 한미FTA 원외 대책
이와 함께 원외에서 또한 한미FTA를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해당사자들의 대중투쟁을 이끌어 내겠다. 이미 상당 정도의 경제학자들이 한미FTA에 반대하고 있다. 협상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 위원회 및 협상평가단을 당이 중심이 돼서 만들어낼 것이다. 내용을 추적하고 파악해서 전문가위원회 및 협상평가단을 기초로 해서 언론이 주목할 수 있는 내용을 생산하도록 당대표가 앞장서겠다.
민주노동당은 당운을 걸고 협상에 반대해 왔다. 그 첫 번재 이유는 한미FTA가 민중들의 삶을 파괴하고, 양극화를 고착화시키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은 미국과의 경쟁력 싸움을 통해 중국과 일본과 개방된 상황에서 이기겠다 하지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몇 개 항목 빼고 대부분은 양극화로 갈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삶을 위해 결사적으로 저지하는 것이다.
올해가 87년 20주년을 맞는 해이다. 87년 체제가 절차적 민주주의를 만들었지만 재벌과 외국자본의 성장에 따른 양극화라는 양면을 갖고 있다. 미완의 투쟁이다. 20주년 맞는 이 시점에서 이제는 민주노동당이 성골이라 생각하고 87년 투쟁의 성과를 역사 속에서 계승하는 진정한 의미의 서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것이다. 87년 체제의 유산을 극복하는 것이 한미FTA를 반대하는 것이다.
앞으로 대선에 이르기까지 당력을 모아서 한미FTA연합전선을 만들어 가겠다. 찬성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이 여론과 정치권을 분명히 갈라낼 수 있도록 전선을 펴겠다. 그렇게 해서 이번 대선에서 1차적으로 국회 비준동의를 못하도록 원내에서 그러한 정치적 조건을 성숙시키겠다. 대통령 선거를 한미FTA 찬반을 놓고 심판하는 장으로 만들겠다. 정부가 초등학교 교과서 수준에서 공세를 펴는 개방대세론에 대해 범여권 후보를 포함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분명하게 찬반 의견을 내놓게 하여 공박하고 추궁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겠다.
○ 언론에 대한 주문
지금부터 시작해서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언론이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이데올로기를 배제하고 실사구시로 찬반입장을 개진하였으면 좋겠다. 한미FTA 방송 토론을 보면 찬성하는 쪽은 협상의 내용을 잘 알고 있고, 반대하는 쪽에게는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왜곡되고 불평등한 정보환경에서 싸우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의 토론은 유효하지 않다. 양비론 내지 양시론으로 여론을 변질시킬 뿐이다. 지금이야말로 언론에서 심층취재와 기획보도가 필요하다. 찬성을 하더라도 사실에 근거해서 내용을 보도하면 받을 것은 받고 공박할 것은 공박하겠다.
○ 한미FTA 국민투표운동에 대해
국민투표는 적절한 시기에 다시 제시할 것이다. 현재 중심적 요구로 내놓지 못하는 것은 아직 내용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여론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용이 밝혀지는 조건과 관계해서 국민들의 판단을 마지막으로 요구하고 관철시키는 국민투표 방안을 다시 제기토록 하겠다.
[일문일답]
- 방대한 협정문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영어본과 국문본이 있다는 것인데 일단 국문본을 중점적으로 볼 것이다. 현재 국회 한미FTA 특위에는 우리당에서 심상정 의원만이 참여하고 있다. 핵심적 내용 중심으로 파악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관세, 세제개편 등의 내용이다. 쇠고기 위생검역 등 중요 쟁점별로 내용을 우선 파악하겠다.
-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구성되어 있나?
당 정책위원회와 범국본 차원의 대국민보고서가 나와있는데 내용상으로 네트워크가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더욱 밀도 깊게 하고 해당분야 전문가들을 끌어들여 협상 내용 평가와 영향 평가 등의 전문가위원회와 협상평가단을 구축하겠다.
- 여전히 한미FTA에 대해 원천 무효 입장인가? 노무현 대통령과의 토론은 더이상 무의미하다고 보는가?
노무현 정권은 타결했다고 선언했지만 우리는 인정하지 않는다. 협상은 원천무효이다. 한덕수 총리가 한미FTA에 대해 민주노동당이 졸속이라고 반대하는 것을 문제 삼았지만 정부가 남의 당론을 갖고 가타부타 얘기하는 것은 과연 맞는 일인가. IMF는 비록 금융에 국한되었지만, 이번 한미FTA는 총괄적인 것이다. 한미FTA는 경제동맹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미국화하는 것으로 어떻게 보면 IMF보다 더 파국적이다. 미국과의 경쟁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서민에겐 IMF보다 100배는 더한 어려움을 던질 것이다.
현재로서 노 정권과 만날 이유가 없다. 한미FTA와 관련해서는 더더욱 만날 이유가 없다. 한미FTA 반대세력을 무책임하다고 비방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무슨 대화가 가능하겠나. 오히려 국민들을 폭넓게 만나는 데 집중하겠다.
- 반 한미FTA 연합전선의 범위는 구체적으로 어디까지인가?
단식 종료를 타결시한으로 정한 것은 전선을 폭넓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전문가위원회 평가단을 우선 만들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론에서의 이해당사자들, 중소제약업체, 약사와 같은 이해당사자들을 모아나가기 위해서다. 세 번째로 정치권내에서 김근태 의장, 천정배 전 장관, 임종인 의원과 같이 한미FTA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분들과 같이 하기 위해서다. 어느 범위까지 반 한미FTA 전선을 펼지 현재 55명의 비상시국회의 의원들과 함께 청문회와 국정조사 등 비준저지를 위한 움직임을 광범위하게 조직하면서 구체성을 띨 것이다.
시민사회단체와 원내를 두루 묶어내야 할 역할이 민주노동당에게 있다.
- 대선 연대까지도 가능한 것으로 보나?
분명한 것은 사람중심이 아닌 진보의제 중심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지금 진보의제의 핵심이 무엇이냐 하면 바로 FTA라고 생각한다. FTA에 대해 명확히 반대하는 것이 진보대연합의 주요 의제로 제출될 것이다. 또한 현재 심각하게 문제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대한 절박성이다. 사유제한을 철폐하고, 비정규직 양산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일치해야 한다. 세 번째로 한반도 정세에서 평화통일을 명백하게 앞당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 문화 교류뿐 아니라 정치 군사적 교류 등 한반도 의제를 중심으로 토론하면서 구체적 논의가 가능하리라 본다. 현재 시점에서 후보 문제까지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정권 타도투쟁까지 염두에 둔 건가?
지금 당장 노무현 정권 퇴진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 물론 범국본 차원에서 퇴진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나 혼자 결정할 게 아니라 당의 공식적 토론을 통해서 당론을 명확히 밟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당차원에서 FTA 내용이 파악될 것이고, 최종적으로 한미FTA의 정확한 내용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퇴진 여부에 대한 당론이 모아질 것으로 본다. 지금 당장은 당에서 토론이 안 된 문제이지만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라 보고 있다.
- 연내 비준 동의를 넘겨서 18대 국회 FTA 비준동의는 어떻게 보고 있나?
원천무효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비준이 언제 돼야 하느냐를 밝히는 것은 어폐가 있다. 현실적으로 17대 국회에서 비준 동의를 못하도록 하는 것은 전술적으로 배치할 문제이다.
사실상 국가보안법 개정이 안 된 이후로 노무현정권과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은 시작됐다고 본다. 쌀개방, 비정규직법안, 노사관계 로드맵, 한미FTA 비준, 개헌 발의 유보 등에서 맥을 같이하고 있다. 17대에서 비준동의를 못하도록 절대적으로 막겠지만, 17대 비준 저지의 의미는 대선 총선과 연결해서 더욱 절박한 정치적 의미를 띤다. 현재 정부의 일방적인 선전과 보수진영의 노비어천가 속에서도 40%의 국민이 협상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 40%가 비준동의 저지로 가는 추동력이다.
18대 때 가면 정치적 조건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비준 저지 운동을 펼치겠다.
- 2007년 4월 16일 오전 11시 국회본청 2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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