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저는 52년생이고, 허세욱 동지는 53년생입니다. 우리는 한살차이로 그 시대 전쟁의 상흔을 이겨내야 했던 세대였습니다. 또한 우리는 심장을 나눈 역사의 동지로서 오늘날까지 함께해왔습니다. 당원번호 11947번 허세욱 동지. 이제 이 번호는 허세욱 동지의 이름 세글자를 빼면 채울 수 없는 번호가 되어버렸습니다. 11947번 허세욱 동지. 동지는 우리의 투쟁의 산실 서울시청 앞마당에 열사의 이름으로 계실 분이 아니었습니다.

“대표님, 저는 서울시당, 관악구 위원회 당원입니다”라며 이름도 아닌 당원의 이름으로 제게 인사를 건네던 그 모습이 선합니다. 허세욱 동지는 말 그대로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동지는 늘 낮은 곳에서 묵묵히 일하던 그런 분이셨습니다. 동지는 시간이 남는 대로, 돈이 남는 대로, 마음이 남는 대로 베풀 줄 알던 그런 분이셨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으로서, 민주노동당 당원으로서, 참여연대 회원으로서 끝까지 살아남아 작은 실천을 할 분이셨지, 이렇게 열사의 이름으로 남으실 분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할 때 허세욱 동지는 5번이나 농성장을 찾았습니다. 아마도 제일 자주 오셨던 당원이었을 것입니다. 동지는 비가 올 때도 찾아와 혹여 농성장에 비가 샐까 비닐을 남 모르게 손보고 계셨습니다. 자다 일어보니 허세욱 동지가 그렇게 계셨습니다. 이렇게 자상한 분이셨습니다.

단식을 끝내고 병원에 계신 허세욱 동지를 찾아갔습니다. 온몸이 퉁퉁 부은 채로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와중에도 몸을 감싸고 있는 붕대를 눈물로 적시며 몸을 일으키시던, 내 손을 꼭 잡으시던 그분은 결코 돌아가실 분이 아니었습니다.

왜 우리 허세욱 동지가 이렇게 속절없이 세상을 떠나야 했습니까?
우리 허세욱 동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것이 결코 아닙니다. 누군가가 죽였습니다. 우리는 동지를 죽인 자들을 응징할 것을 결의해야 합니다.

허세욱 동지는 3월 31일까지도 분신하실 생각이 없었습니다. 4월 1일 그 협상 시한 마지막 날에 미국의 농간에 놀아난 우리 역사의 참혹한 현실을 노무현 정부가 만들어냈기 때문에 허세욱 동지가 그렇게 가신 것입니다.

저는 단연코 허세욱 동지를 죽인 자들은 미국이요, 노무현 정권이요, 이 땅을 송두리째 팔아넘긴 수구보수 세력임을 확신합니다. 동지들, 지금 허세욱 동지는 어디를 향해 이리 환한 웃음을 짓는 것입니까. 예속이 없는 세상, 평등한 세상, 통일된 나라입니다. 저는 장례 위원으로서 우리 허세욱 동지의 육신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아픔이 있습니다. 지금 텅 비어있는 관과 묘지를 마석 모란공원에 마련해야합니다.

우리 허세욱 동지의 텅 비어있는 관과 묘지를 저 환한 세상을 향한 뜨거운 마음으로 채웁시다. 민주노동당은 이 의지를 모아 대선, 총선을 승리하여 허세욱 동지가 바랬던 민중해방세상,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가져오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4월 18일 (수) 오후 1시 40분 서울 시청 앞 광장
-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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