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물 산업 육성 계획에 대한 논평

서울--(뉴스와이어)--정부(환경부,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는 7월 16일, 물산업육성 5개년 세부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160여개 지방자치단체로 쪼개져 있는 상하수도사업을 30개 이내의 유역권으로 광역화하고, 이와 함께 공사화 또는 민영화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민간기업에게 수도사업을 허용하고, 부가가치세를 감면하며, 핵심기술개발과 전문인력양성 그리고 연관산업을 지원하여, 2015년까지 물 강국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발표는 상황의 진단과 대안 마련에서 방향이 틀렸다. 국민의 1% 만이 수돗물을 직접 마시고(미국, 일본 등은 20-50% 수준), 농어촌지역 수도 보급율이 37%에 불과하고(도시지역 97.5%), 상하수도 시설의 가동율이 50% 수준에 그치는 것은 민영화가 안 된 탓이 아니다. 수도사업자들이 수돗물의 수질검사 결과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는 사건이 나거나(울산 정수장 보론 기준초과 은폐사건), 먹는 샘물과 정수기 시장이 각각 3,000억원대, 1조원 대 규모로 성장한 것은 수도정책의 실패 증거이지, 기업들에게 떠넘겨야 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 상하수도 정책의 실패는 중앙정부의 구태의연한 관료주의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부처간 이기주의로 막대한 시설을 중복 투자하고, 섬세한 계획이 필요한 농어촌지역을 외면하고, 수도 관리에 대한 감독과 평가를 소홀히 함으로써 사건, 사고를 방치해 온 것이다. 지역의 특성과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은 경직된 행정으로, 시민의 외면과 불신을 초래해 온 것이다.

그런데 이제 정부는 민영화를 통해 상하수도 정책의 책임을 민간기업 또는 민간기업의 논리로 운영될 공기업에 넘기겠다고 한다. 그 동안의 도시지역 과잉투자와 농촌지역 과소투자에 대한 시정 없이, 일방적이고 불투명한 수도행정에 대한 개선 없이, 민영화로 책임을 모면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상하수도 민영화에 따라 기업에 충분한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수돗물 값의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외국의 수돗물 값에 비해 우리나라가 훨씬 싸다며 이를 합리화 했지만, 우리나라의 수돗물 가격 체계는 정부가 지원한 댐, 정수장, 관로 등의 비용을 포함하지 않고 있음을 감안하면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국민들은 이미 세금으로 수도요금의 상당부분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민영화는 지금껏 상수도 공급이 지체되는 농촌지역의 상하수도 소외를 더욱 부추길 것이다.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농어촌 지역에 투자할 민간 기업들도 없을뿐더러, 만약 민간기업이 진출한다 하더라도 그 비용이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과천시의 수도요금보다 정선군의 수도요금이 3.5배에 이르고, 섬지역의 해수담수화 시설을 이용한 수돗물 가격은 톤당 3천원에 이르는 수준인데(서울 560원), 민영화 정책은 이들 지역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지난 18년간 상하수도 시설에 30조원을 넘게 쏟아 부었음에도, 농어촌지역의 수도공급에 실패했던 정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농어촌 지역의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외면할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생명의 필수재로서 모든 국민이 보편타당하게 이용해야 하는 공공재인 식수를 가난하고 소외된 국민들에게서 구조적으로 박탈하겠다는 의미다.

또한 환경부가 활용한 자료들은 대단히 부정확하고 선동적이다. 물산업을 황금산업이라며 소개한 ‘2015년까지 두 배 성장한다’는 것은 연간 5.5% 성장의 착시 효과를 노린 숫자놀음이다. 상하수도 민영화가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간기업에서 물을 공급받는 인구는 세계적으로 9%에 지나지 않는다. 그도 상하수도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고 자본도 없는 아시아, 아프리카와 같은 제3세계국가가 대부분이다. 물 산업을 민영화한 선진국은 유럽의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들은 이중삼중의 사회적 감시절차를 통해, 소비자의 안전을 보호하고, 기업들의 횡포를 제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 산업 강국인 프랑스는 민영화 이후 수도요금이 150%나 올랐다. 영국은 민영화 이후 수도요금 인상과 억제로 수질이 저하되고 누수율이 개선되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환경부는 물산업 육성을 정부 정책으로 발표하고, 물산업육성과까지 두고 있다. 이번 발표에도 기업들의 활동을 어떻게 감독하고 사회적 공익을 보호할 것인지는 없다. 국민의 환경권(헌법 제34조, 정부조직법 제40조)을 위해 만들어진 환경부가 깨끗하고 위생적인 물을 마실 국민의 권리 충족보다 우선하여 기업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부서로 바뀐 것이다. 국민의 권리는 없고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사냥꾼과 밀렵감시인이 하나의 부서에 동거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국민의 식수관리를 잘했다는 평가를 못 받는 환경부의 이번 황당한 이벤트는 수용할 수 없다.

이미 정부는 2005년 말, 현재의 구조개편 논의 이전에 이미 위수탁을 통한 수도사업의 민영화를 가능하도록 수도법 개정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상수도 민간위탁은 책임 떠넘기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논산, 정읍, 사천, 예산, 서산, 동두천 등). 전문수도사업자(수자원공사)에게 위탁된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민들은 상수도시설의 운영을 누가 맡고 있는지도 모르며, 여전히 민간위탁 대상에서 농어촌 마을상수도는 제외되고 있고, 요금인상이 진행·계획되고 있어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국민에게 적절한 설명 없이 추진하는 계획이 사회갈등이 되고 있다.

수돗물시민회의와 환경연합은 지금 수도정책의 개편 방향은 물산업이 강한 나라가 아니라 국민들이 좋은 서비스를 받는 나라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민영화 정책은 당장에 수자원공사에 특혜가 집중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유럽의 다국적 물기업에게 상하수도를 모두 넘기게 될 것이다. 골치 아픈 수도관리의 책임을 면하고 싶은 지자체 단체장들에게는 환영받겠지만, 국민에 대한 서비스 질이나 기업 간의 경쟁이 높아질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수돗물시민회의와 환경연합은 인근 수도사업자들(지자체)을 연합시키거나 수자원공사를 광역별로 분사하는 방법 등으로 규모의 경제와 지역 친화적 수도정책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공공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감시를 통한 공공성의 확보다. 기존의 관료적 수도정책이 시민의 감시 밖에 머무르면서 비효율과 무책임을 행사해 온 것이나, 민영기업들이 사익을 위해 공익을 침해할 가능성은 모두 사회의 공적인 감시 아래 정비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의 참여와 사회적 결정 등을 포함하고 있지 못하는 환경부의 정책은 낙제점이며, 시급히 철폐되어야 한다.

연락처

수돗물시민회의 김난희간사 02-735-7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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