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분단의 고정관념으로서는 새로운 통일시대를 맞이할 수 없다.

지난 7월 26일 6차 남북 장성급 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이번에도 역시 문제는 NLL(북방한계선)이었다. 북측은 NLL 재설정을 주장하며 공동어로를 NLL이남에 설정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남측은 NLL 논의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군사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제반 대책을 협의하자고 주장했다. 한 치의 양보 없이 서해바다에 팽팽한 평행선만 긋다 온 것이다.

영해문제는 한 국가의 주권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때문에 가장 양보하기 어려운 협상의 난제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지금, NLL을 지키려다 놓치고 있는 수많은 국익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첫째, 한반도 평화체제의 당사자로서의 확고한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북한은 이미 지난 13일 미국에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보장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유엔 대표도 함께 참여하는 조미 군사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이는 곧 종전선언의 당사자를 중심으로 2.13 합의에 명시된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평화체제 논의 초기부터 북미 양자회담이 고착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간 남측은 북측이 의도적으로 남측을 배제하고 미국과의 양자회담에만 관심을 보인다며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장성급회담에서 북측은 처음으로 “남측이 평화체제 수립 당사자가 되려면 평화체제 수립과 직결된 서해상 충돌방지, 공동어로 문제를 당사자처럼 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측의 허를 찌른 셈이다. NLL문제는 단순한 해상경계선 싸움이 아니다. 그것은 북측이 남측의 민족공조 의지를 읽는 ‘최후의 마지노선’인 것이다. 남측은 NLL을 지키려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당사자가 아닌 구경꾼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경제적 손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무역협회가 26일 발표한 <2007년 상반기 남북교역동향>에 따르면 상반기 남북교역은 7억2천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6% 증가했다. 한반도 정세가 안정화됨에 따라 남북경협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군사보장 문제는 지금껏 남북경협의 발목을 잡는 방해꾼이었다. 개성 이북지역의 육로 운송, 철도연결, 한강골재채취 등 남북관계의 질적 도약을 번번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경협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군사보장 문제는 최대의 걸림돌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서해의 풍부한 수자원 역시 남북이 NLL로 대치하고 있는 사이 중국이 어부지리의 이득을 챙기는 형국이다.

셋째, NLL은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안고 있는 지뢰밭과도 같다. 두 차례의 서해교전으로 남북은 수많은 청년들의 목숨을 잃었다. 남북관계가 일시에 경색됐음은 물론이다. 지금도 꽃게철만 되면 서해는 항상 분쟁의 먹구름이 드리워진다.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정착이 되기 전까지 서해는 안심할 수 없는 곳이다. 애초에 NLL은 남북이 합의한 선이 아니다. 1953년 정전협정에는 서해 해상 경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이후 유엔군 사령관이었던 클라크가 북측과 협의 없이 이승만 정권의 북침기도를 막기 위해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 바로 지금의 NLL이다. 해군력이 열세였던 북한은 1972년까지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북이 합의하지 않았던 NLL은 태생적으로 분쟁의 씨앗을 잉태할 수밖에 없었다.

영변핵시설이 폐쇄되고 2.13합의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한반도는 전혀 다른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NLL은 시작에 불과하다. 남북은 지금껏 상상도 하지 못하던 일을 협상의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할 것이다. 북미가 종전선언을 하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정착되기 시작한다면 남북은 그야말로 통일의 문 앞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분단의 고정관념으로서는 새로운 통일시대를 맞이할 수 없다. 긴 통일의 과정을 염두에 두고, 당장 정치적인 이익, 북한에 질 수 없다는 대결적 발상을 버려야 한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공동어로 문제를 북한과 다시 논의해야 한다. NLL도 ‘무조건 안된다’가 아니라 최선의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필요하면 양보도 해야 한다. NLL으로 수년씩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기에는 우리가 지금 당장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2007년 7월 31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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