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의 사업자 공모에 대한 경실련 입장

2007-09-04 13:50
서울--(뉴스와이어)--9월 3일 한국철도공사(사장 이철)가 정부대전청사에서 수십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인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최대 용적율 608%, 최고높이 620M)의 사업자를 공개 공모하는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이로서 철도공사는 용산역세권 초고층개발사업을 앞세워 민자사업의 대열에 합류했다.

경실련은 그동안 정책이 없는 정치인들과 관료집단이 개발사업을 남발하고, 사업추진을 위해 국가 재정 투입이 최소화 되지만 장기적으로 국민들에게 부담이 되는 민자사업을 이용하면서 극소수 재벌급 개발업자들에게는 폭리를 가져다 주는 시스템이 문제가 있음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이번 철도공사가 추진하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도 과거의 민자사업 형태와 다르지 않고 오히려 더 불투명하고, 담합을 조장하는 공모를 하고 있다. 이에 경실련은 올바른 민자사업의 방향제시와 함께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하며, 향후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밝힌다.

1. 사업수행능력 없는 철도공사는 민자사업에서 즉각 손을 떼라

민자사업은 일반적으로 자본조달 능력과 사업수행 능력이 검증된 집단에서 수행해야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본과 사업 능력을 갖춘 재무적투자자들이 들러리를 서고, 시공만을 담당하는 재벌급 건설회사들이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형국이다. 더군다나 철도공사는 단 한 번도 민자사업을 수행한 경험도 없으면서, 자신들에게 땅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십조원의 사업시행자가 되려고 한다. 그리고 사업진행 과정에서 서울시의 SH공사를 선심 쓰듯 끼워주려 하는데, 이는 서울시로부터 각종 인허가를 손쉽게 획득하기 위한 특혜 배분식 사업방식의 꼼수이다.

따라서 철도공사가 어설프게 나서서 초대형 개발사업을 발주하여 민간 대형건설사들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을 안겨줄 이유가 없다. 만약 철도공사가 용산 민자사업의 진정한 성공을 원한다면, 세계 굴지의 민자사업자들 까지 초청하여 최고의 사업을 시행하던지, 아니면 국민들이 관리권을 맡긴 부지를 경쟁입찰을 통하여 최고가로 판매하여 부채를 조금이나마 해결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2. 감사원은 감사결과를 무시한 철도공사의 민자사업 방식을 철저히 조사하라

가. 3년 전 감사원이 제시한 평가방법 개선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철도공사가 발표한 「사업자공모지침(제23조 참조)」은 감사원이 민자사업의 사업자 선정방식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사항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2004년 10월 「SOC 민간투자제도 운용실태」감사결과 발표에서 민자사업자 평가방법을 ‘종합점수평가’방법이 아니라 ‘1단계로 기술, 재원조달 등 사업능력심사 후, 2단계로 가격조건’이 유리한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바꿀 것을 정부기관에 통보하였다. 감사원은 종합점수평가라는 사업자 선정 방식이 가격조건이 우수한 사업제안자들이 사업권 경쟁에서 탈락하고 국가 재정이 과다 투입되어 낭비되고 있기 때문에 경쟁 유도,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선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의 지적이 3년이 지났음에도 철도공사는 감사원의 시정 통보를 완전히 무시하고 예전의 종합평가방식(사업계획서 평가 700점, 가격평가 300점의 총점 1000점)으로 사업자를 선정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철도공사의 평가방식은 사업제안자들 간의 가격경쟁을 완전히 배제한 채, 주관적인 사업계획서 평가에만 집착하도록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사업계획서 평가로 사업자가 선정된다면, 사업제안자들이 주관적 사업자 선정위원들에게 로비를 하는 것은 로비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며, 철도공사 자신들 또한 로비의 대상이 된다. 즉, 사업평가자나 철도공사가 자신들도 로비의 대상이 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술 더 떠 철도공사는 ‘평가 및 심의과정의 내용 등’에 대해서는 비공개한다(사업자 공모서 제33조)는 원칙까지 발표하여 아예 안전하게 로비를 하라고 권유하는 모양까지 갖추고 있다.

때문에 감사원은 자신들이 감사결과에 따라 지적했던 ‘사업계획 평가 후-가격조건 경쟁’이라는 2단계 평가체계를 무시한 철도공사에 대하여 즉각적인 감사를 실시해야하는 이유이다. 감사원이 사후감사가 아니라 정책감사, 예방감사를 천명한 이상 부정과 부패가 당연히 예견되는 공기업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서 당연히 감사를 해야 하며, 참여정부 후반기의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서라도 주저해서는 안된다.

나. 수십조원의 사업권을 사실상 수의계약 가능토록 하고 있다.

민자사업이 특혜사업이라는 비판은 엄청난 규모의 국책사업을 사업자 경쟁없이 수의계약이 가능토록 한 것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경쟁이 없는 수의계약은 그 과정에서 공사비 부풀리기와 엉터리 수요예측이 난무하고, 공사비를 포함한 사업내용에 대해서는 누구도 검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최근에야 경쟁을 활성화시킨다는 방침은 밝히고 있으나, 근본적인 경쟁 활성화 대책은 아니다.

그런데 민자사업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철도공사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용산지구 민자사업을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사업자 공모지침서(제28조제1항, 제32조제2항)를 발표하였다. 공공공사는 원칙적으로 수의계약이 금지되고 국가안보와 같은 극히 예외적인 사항에 대해서만 허용하고 있음에도 수의계약을 발표한 것이다. 공기업을 세금을 쓸 때는 최대의 유효한 경쟁을 유발하여 사업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의계약의 가능성을 명문화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며, 일반적으로 수천만원 공사조차 투명성을 고려해 수의계약을 제한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수의계약 조항은 당장 폐기되어야한다.

감사원은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해 즉각 감사에 착수하고, 사업이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하며, 이 과정에 공과가 있다면 관련자들을 문책해야 한다.

3. 공정위는 철도공사의 경쟁제한적 사업공모방식을 즉각 조사하고 시정하라.

철도공사의 사업자 공모 지침서에는 건설회사가 사업제안의 컨소시엄에 참여할 경우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5위까지의 법인 중 2개사 이내로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경쟁할 필요 없이 로비력과 조직력이 뛰어난 건설회사들 끼리 서로 결합하게 하여 결국 사업권 경쟁자를 2개 이내로 제한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철도공사의 목적은 철저한 경쟁으로 최대의 사업 성과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불공정한 거래질서를 조장하는 것이다. 때문에 시중에서는 이미 S사가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5대 기업 중 한 개사 그리고 6위에서 10까지를 묶어 컨소시업을 구성하여 다른 사업제한자들은 아예 참여 기회조차 박탈하는 사업권 담함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들이 참여한다면 사업제안자는 결국 한 개사만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며, 상황에 따라선 수의계약까지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설령, 건설회사가 불가피하게 사업자로 참여하여야 한다면 참여지분을 최소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로비력과 조직력이 월등한 재벌급 건설회사간의 짝짓기(=담합)를 차단해야 한다. 적어도 시공능력펑가액 상위 10위 건설회사간의 컨소시엄(=짝짓기)을 할 수 없도록 하여, 유효한 사업권 경쟁자가 최소 5개 이상이 되도록 경쟁의 확대를 유도하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 정보비공개와 평가방식에 문제가 있는 토지공사의 판교신도시 PF사업의 경우도, 사업권 경쟁을 5개사가 하고 있다

이번에 철도공사가 모집하는 것은 건물 잘 짓는 건설회사가 아니라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철도공사가 발표한 컨소시엄 규정(사업자 공모지침서 제20조제3항)은 명백한 경쟁 제한적 조항이다. 경제검찰을 자임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의 건전한 경쟁질서를 훼손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불공정한 담합 규정에 대하여 즉각 조사에 착수하여 시정토록 해야한다.

4. 재벌급 건설업체들을 사업신청자격에서 제외하라

건설업체들은 시공만을 수행하면서 이윤을 획득하는 사업체이다. 민자사업도 민간자본을 조달할 능력을 갖춘 민간기관 및 금융기관이 재무적투자자로서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건설회사는 시공을 담당하여 노력만큼의 이윤을 갖는 것이 정상이다. 이렇게 될 때 건설금융이 발전하고 건설회사의 기술도 향상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철도공사는 민간자본도 갖추지 못한 재벌 건설회사가 민자사업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엉터리 담합 공모지침서를 만들었다. 건설회사들은 사업자가 선정된 이후에 경쟁을 통하여 결정하면 되는 것이므로, 수십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민자프로젝트를 건설업체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는 잘못된 행태는 수정되어야 한다. 철도공사가 민자사업의 성공을 바라는 목적이 있다면 불투명하고 경쟁제한적인 공모방식을 폐기하지 못할 이유가 없으며, 그렇지 않다면 민자사업을 핑계로 또 다른 반대급부를 추구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바람직한 민자사업자 선정을 위해서는, 과거의 건설회사를 위주로 한 모든 민자사업이 철저한 실패임을 명시하고 아래와 같이 개선해야한다.

5.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비공개 규정을 없애라

철도공사는 공공기관으로서 국민의 요구가 없더라도 모든 정보를 인터넷을 통하여 낱낱이 공개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이번 용산지구 민자사업은 ‘평가 및 심의과정의 내용 등’에 대하여는 공개하지 않겠다는 매우 과감한(?) 비공개방침을 내세웠다(사업자 공모지침서 제33조 참조).

철도공사는 투명한 정보공개가 행정의 기본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무엇이 두려워 시대를 역행하면서까지 국민의 알권리를 막으려하는지 의심스럽다.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비공개방침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정보는 공개되면 투명해지지만 소수에게 독점되면 부패하는 것이 상식이다.

경실련은 이번 철도공사의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민자사업이 그 동안의 잘못된 민자사업을 올바르게 개선하기는 커녕, 오히려 비난을 받아온 재벌급 건설회사 편들기, 로비에 좌우되는 평가방식, 가격평가 배제, 특혜 수의계약 및 가격검증시스템 부재 등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를 강력히 표명한다. 감사원과 공정위는 당장 조사에 착수하고, 철도공사는 잘못된 민자사업자 공모방식을 즉각 취소하고, 다른 주무관청들이 모범을 삼을 선진국형 민자사업권 경쟁제도를 도입해야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개요
경실련은 1989년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라는 기치로 설립된 비영리 시민단체로서, 일한만큼 대접받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특히 집, 땅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 근절, 아파트가격거품 제거, 부패근절과 공공사업효율화를 위한 국책사업 감시, 입찰제도 개혁 등 부동산 및 공공사업 개혁방안 제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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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기 국장, 김성달 간사(766-9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