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가 해명하라
한 개인이 모르쇠로 잡아떼면 그 거짓에 속아 넘어갈 수는 있다.그러나 의혹이 제기되는데 한 쪽 말만 듣고 그것을 진실로 판단했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것도 국정을 브리핑하는 청와대 대변인이 직접 나서서 해명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대단히 심각하다.
우리는 이미 한미 FTA 토론과 관련해서 청와대 대변인이 허언을 하는 모습을 경험한 바 있다. 저 역시 한 사람의 대변인으로서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실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정최고책임자의 입이라는 점에서 추호의 실수도 용납되기 어렵다는 점이 있긴 하지만, 대통령도 대변인도 신이 아닌 바에야 어찌 실수가 없겠는가.
하지만 정책실장의 의혹에까지 청와대 대변인이 직접 해명했다는 점, 그리고 그 해명이 거짓이었다는 점은 실수로 보아 넘길 수 있거나 또는 심하게 비판받고 말 일로 그칠 사안이 아니다.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서 직접 해명했다는 점으로 인해 신정아씨 사건의 몸통이 따로 있다는 의혹이 더욱 크게 부풀어 오르고 있다. 실제로 그러한지 아니면 없는 사실이 부풀어 오르는 것인지는 정보가 없어 알 길이 없으나, 지금까지 청와대의 태도를 보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 나랴 싶다. 그러기에 의혹은 더욱 철저히 해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이상으로 청와대 역시 내에서 벌어지고 의혹을 남김없이 밝혀져야 한다. 또 다시 소설같은 이야기라고 치부하지 말기 바란다. 만약 그것이 소설이라면 소설이라는 근거있는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 남의 것은 의혹이고 나에 대한 것은 소설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결벽증적인 태도일 뿐이다.
○ 코메디 같은 신한반도 구상
무릇 ‘신’자 붙은 정책치고 짝퉁 아닌 것을 찾기 힘든 세상이지만, 이명박 후보의 신한반도 정책이야 말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정책이다. 제시하고 있는 정책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짜깁기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오로지 북이 하면 우리도 하겠다는 식이어서 전혀 주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정책이다.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여전히 ‘떡 하나 주면…’이라는 변장한 할머니의 태도로 어찌 변화되는 상황을 주도해 나가겠는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미 큰 원칙은 정해져 있고 다들 열심히 그 원칙에 따라 길을 가고 있는데, 뒤늦게 어정쩡하게 발을 떼면서 새삼 ‘구상’이라고 발표하는 게 마치 한 편의 코메디를 보는 느낌을 준다.
○ 금산분리원칙
김용덕 금감위원장의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입장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미 금산분리의 원칙은 거의 무장해제나 다름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대형 자본들은 우회로를 만들어 금융을 자신의 손아귀에 틀어쥐고 있다. 자통법은 그 수단을 완벽하게 제공한 것이다. 마지막 남은 은행마저도 재벌들이 사유하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신임 금감위원장의 금산분리 원칙의 재확인을 환영하는 것은, 은행 자본의 지배마저 재벌의 손아귀에 넘겨줘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이유 때문이다.
금융은 혈관과 같다. 혈관이 몸의 구석구석에 필요한 피를 공급하듯이, 금융은 돈이 경제의 구석구석에 산소를 제공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재벌구조의 한국사회에서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장악할 수 있다고 한다면 필히 금융 불균형 현상과 경제 질서의 심각한 왜곡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제2금융권이 재벌의 사금고가 된지 오래인데, 이제 은행마저 재벌의 금고가 된다면 앞으로 경제‘운용’이라는 말마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금감위원장이 세계 100대 은행에서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한 곳은 4개 밖에 안된다고 밝혔듯이, 세계적으로 금산분리 원칙은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다. 비단 은행 뿐만 아니라 보험에도 금산분리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이제 김용덕 위원장의 말을 문제삼는 사람들은 대공황을 경험하면서 만든 자본주의의 마지막 안전핀 조차도 빼버리고 싶은 모양이다.
○ 재벌 유예 공화국
김승연 회장은 또 무슨 사회봉사를 하려나. 폭력으로 구속되었으니, 조폭 모아놓고 사나이 기백을 강의하려나. 기세등등하던 사람들이 구치소만 가면 골골거리는 모습을 보이니, 그 조차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한국의 재판부는 재벌 앞에 앉으면 집행유예나 사회봉사밖에 생각나지 않는지 어찌 그리 천편일률적인 판결이 나올 수 있는지 의아스럽다. 유전무죄를 따지기는 것도 이젠 지쳤다. 사법부는 혹시 재벌 재판 ‘교본’이라도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닌가.
○ 방향 잘못잡은 국민연금기금운용체계 개편안
오늘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가 독립화, 상설화될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의 본질은 독립화, 상설화를 명분으로 국민연금의 주인인 가입자의 연금주권을 빼앗아 정부와 시장이 나눠가지려는 것이다.
현재 21인 국민연금기금위원회에서 가입자가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제 새로 상설화되는 7인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아예 배제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금운용체계의 독립화는 국민연금의 주인인 가입자를 국민연금기금에서 분리시키는 반개혁적 조치이다. 이러한 방안으로는 국민연금의 불신은 더 깊어지고,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민주성도 확보될 수 없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말년에 무리하게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를 개악하려는 가입자 무시 정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가입자의 연금주권을 빼앗는 정부 개편안을 폐기하고, 가입자의 권리가 존중되는 상설화, 독립화 방안을 가입자단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다시 마련하라.
- 9월 11일 (화) 14:40 국회 정론관
- 민주노동당 대변인 김형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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