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논회의원, 아프리카 4개국 한국교민 교육 현장을 다녀와서
사실 국내에서 산적한 현안들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어 발이 떨어지지 않고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한 측면도 있었다. 또한 한국교민들의 현실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터라 그들의 교육 현황을 살피고 무엇을 얻어 와야 할지 처음에는 막연한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방문 목적을 듣고 관련 자료를 전달받아 읽어보면서 대한민국 땅을 밟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도움이 절실한 곳으로 생각되었고 자랑스럽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교민들의 고민과 경험을 직접 접해보는 것도 매우 의미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결국 방문 약속을 지키기로 결심하고 어렵게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다시 비행기에서 내려 대한민국 땅을 밟는 순간 어려운 결심이 소중한 성과를 가져다 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빡빡한 일정으로 비행기와 공항에서 상당부분의 시간을 보낸 탓에 몸과 마음이 지치긴 했지만, 자칫 우리가 잊고 살 수 있었던 한국교민사회의 교육실태에 대해 뼈저린 체험을 하고 돌아와 뿌듯함이 가슴에 차오름을 느꼈다.
이번에 방문했던 아프리카 4개국 중 정부차원에서 학교를 세워 운영하고 있는 곳은 이집트 밖에 없었다. 그나마 직접 방문했던 이집트 카이로 한국학교도 교사 수가 부족해 상당 수를 강사로 대체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학습여건이나 재정여건도 생각했던 것보다 열악해 보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짐바브웨에서는 이와 같은 한국학교도 없다는 사실이 방문 내내 가슴을 짓눌렀다. 이들 나라 한국교민들은 자체적으로 주말에 비정규 학교인 ‘한글학교’를 개설해 운영하며, 우리 말과 글, 문화를 가르치고 있었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낯선 땅에서도 우리의 말과 글, 문화와 역사를 지키며 살아가려는 이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마땅한 시설도 마련되지 않았고 정부의 재정지원 또한 매우 적은 상태인데도 한글학교는 한국교민 사회내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과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케냐와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각각 만난 한글학교 관계자들의 열성은 대단했다. 한국교민회 인사들도 하나같이 우리의 말과 글 그리고 역사와 문화 등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어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 역설했다.
더불어 이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에도 목소리를 모았다. 정부의 지원은 이들의 열의에 비하면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외교부 재외동포재단을 통해 연간 2천불 가량 지원되는 것이 고작이었으며 교육부는 교재를 보급해주는 정도에 그쳤다. 한국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이들 한글학교에 보급되는 교재로 책정된 예산은 연간 11억 정도에 불과했다.
우리 정부는 한국교민에 대해 세가지 방식으로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가 교육공무원을 파견해 운영하는 한국학교, 교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외교부 재외동포재단에서 지원하는 비정규학교 형태의 한국학교, 정부에서 한글, 사회, 문화교육 등을 담당하는 한국교육원 운영 형태다. 그런데 한국학교는 25개교, 한국교육원은 35개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다 예산도 부족해 교원 임용에도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한국학교나 한국교육원이 설치된 국가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유럽 등 주요국가나 선진국이어서 제3세계 국가 한국교민은 한글학교 정도에 의존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제3세계 국가 한국교민사회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한글학교에 교재 보급 외에는 별다른 지원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생활여건이 열악한 타지에서 땀흘리고 있는 교민들에게는 이중고가 되고 있는 셈이다.
현지 교민들은 일본은 학생이 50명만 돼도 학교를 설립한다며 우리 정부의 무관심에 대해 무척 서운해하는 눈치를 보였다. 중국도 아프리카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고 대규모의 경제원조는 물론 교류확대 등을 꾀하고 있으며 또한 자국민의 생활편의와 교육여건개선 등에도 지원을 아끼고 있지 않고 있었다. 교역규모가 연간 3천7백억불이나 되는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을 자랑하면서 한편으로 이런 그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노동력과 자원이 풍부한 대신 기술과 자본이 부족한 제3세계는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그만큼 우리 기업의 진출이나 교류가 지금보다 훨씬 활발하게 이뤄질 것을 의미한다. 제3세계 국가가 질병과 가난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도와주고 활발한 교역을 맺을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한국교민들은 제3세계 국가에서 한국의 외교관 역할을 할뿐더러 교민 사회 역량을 높이는 것이 국내 기업의 진출과 각종 교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제3세계 국가의 열악한 교육여건 속에서도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양질의 교육환경을 지원해야하는 이유이다. 게다가 한국교민들의 국가 정체성 확보는 우리들의 교민 교육에 대한 관심 여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가 교역을 통해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세워나가게 된 데에는 6백만(1천만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음) 해외 교민들의 피와 땀, 조국애 대한 사랑이 밑바탕이 되어왔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들에게 봉사와 희생만을 강요할 순 없는 셈이다. 특히 교민사회가 탄탄하게 형성된 선진국이나 주변국가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제3세계 교민들에 대해 획기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들을 지원하는 별도의 창구를 일원화해 효과적으로 지원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당장 파격적인 예산을 들여 지원하긴 어렵더라도 지금처럼 방치상태에 두는 것이 아니라 조국에서 보내오는 관심과 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다각도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제3세계 국가에서 우리 교민들이 보내오는 조국에 대한 사랑을 이제 조금씩 갚아나가야 될 때가 됐다고 본다.
웹사이트: http://www.nh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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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16일 1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