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빈곤가구 전기·수돗물 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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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2007-12-03 09:18
서울--(뉴스와이어)--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요금을 납부하지 못해 단전·단수되는 빈곤가구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복지부장관, 산자부장관, 환경부장관, 건교부장관 및 각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관련 법령의 개정과 정책의 시행을 권고하기로 결정하였다.

우리 사회에서 단전 또는 단수되는 가구는 매년 약 10만 가구가 넘고, 심지어는 장애인·여중생 등 우리 사회 주요 취약계층이 단전으로 촛불화재로 사망하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어, 인권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간 단전·단수로 인한 인권침해에 대한 진정이 있어 왔고 국가인권위는 이에 따라 2006년에는 관련된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관계부처(산자부, 복지부, 건교부, 한국전력공사 및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와 정책협의를 개최하며 개선방안을 검토해왔다.

주거용으로 공급되는 전기와 수돗물은 일상생활에 필수적 재화인데 그 공급이 중단된다면 일상의 어려움은 물론 최소 요금도 납부하지 못하는 빈곤가구에게는 생존마저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더구나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호범위에도 포함되지 못하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격이 없는 차상위계층 등 다수의 빈곤가구는 보호의 사각지대에서 전기와 수돗물이 끊기더라도 아무런 제도적 지원도 없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빈곤가구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요금체납에 따라 단전·단수 조치를 하는 것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비롯,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고, 「에너지기본법」등 관련 법령에서 국가로 하여금 모든 국민에 대해 에너지를 보편적으로 공급하도록 책무를 부여한 입법 취지에도 반할 수 있으며, 관련 국제규약에도 부합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프랑스, 영국, 미국, 호주 등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국민 모두가 언제 어디서나 최소한의 전기와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국가의 보편적 서비스 공급의무가 형성되어 있고, 취약계층의 주거용으로 공급되는 전기와 물은 그 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원칙적으로 유예조치를 두거나, 공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때에도 이는 연체요금을 징수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토록 하고 있다. 또한 취약계층에게 전기와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사회복지행정의 원활한 협조체계를 마련해 놓고 있기도 하다.

국가별로 처한 사정과 제도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빈곤가구의 현실과 외국 사례 등을 감안할 때, 최소한 빈곤가구에게는 생활에 필수적인 양 만큼의 전기·수돗물이 계속 공급되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사회복지재정을 통한 체납요금 대납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빈곤가구가 아닌 일반체납자라 하더라도 개별적인 사정에 따라서는 빈곤가구와 마찬가지로 단전·단수로 인해 생존의 위협까지도 발생될 수 있다고 보고, 요금징수를 위한 단전·단수는 현행 법제에서 사용가능한 다른 수단이 없을 경우에 악의적 요금체납자를 대상으로 최후 수단으로만 사용하도록 관련 법령에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관련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권고하기로 결정하였다.

보건복지부장관에게는, △체납가구를 전기·수도의 공급주체로 하여금 사회복지담당 행정기관에 우선 통보하도록 하여, 해당 가구가 보호가 필요한 빈곤가구인지 여부를 파악하여 △빈곤가구로 선별된 경우 사회복지재정을 통해 체납요금을 직접 대납하는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산업자원부장관에게는, △「전기사업법」을 개정하여 전기요금 체납가구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관할 사회복지담당 행정기관에 통보하도록 의무화하여 빈곤가구는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전기사업법」을 개정하여 일반가구에 대한 체납요금 징수는 현행법상 강제집행절차 등 다른 사용가능한 법적 수단을 우선하고 공급중단은 최후수단으로써 악의적 요금체납자에 대하여만 사용하도록 그 요건과 절차를 엄격히 명시하고 △현재 단전가구에 대한 보완적 조치(혹서기·혹한기 단전유예조치 등)가 한국전력공사의 전기공급약관이나 내부지시에 근거하고 있어 재량에 따라 운영될 수 있으므로 이를 「전기사업법」에 명시하여 제도적으로 안정화 할 것, △한전이 단전대상가구에 대하여 설치한 전류제한기에 의한 전력량은 최소생활보장수준에는 못 미친다고 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전력량을 재평가하여 공급량을 높일 수 있도록 할 것, △모든 가구의 전기요금 중 3.7%를 징수해 조성한 전력산업기반기금이 그 동안 빈곤가구에 대한 전력 공급에는 거의 사용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보건복지부의 사회복지재정과 연계하여 빈곤가구에 대한 전기의 보편적 공급 사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하였다.

환경부장관에게는, △수돗물 역시 필수 공공재라는 점에서 「수도법」에도 주거용 수돗물의 보편적 공급의무 규정을 명문화할 것을 권고하였다.

각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수도법」을 개정하여 수도요금 체납가구에 대해서는 먼저 관할 사회복지담당 행정기관에 통보하도록 의무화하여 전기공급과 마찬가지로 빈곤가구는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체납요금 징수는 지방세체납처분의 예에 의하도록 한 「수도법」에 의거하여 독촉 등 체납처분절차를 우선적으로 시행할 것, △공급중단은 악의적 요금체납자에 대하여만 최후수단으로 사용하도록 각 「지방자치단체 수도조례」에 그 요건과 절차를 명시할 것, △수돗물의 보편적 공급 지원제도가 현재 미비하므로 장애인·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요금할인 및 단수유예기간(혹서기·혹한기) 설정 등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건설교통부장관에게는, △「주택법」에는 공동주택(아파트) 관리주체가 관리비 연체자에 대해 일정한 조치들을 취할 수 있게 하고 있으나 단전 단수 조치를 명시하고 있지는 않음에도, 일반적으로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연체된 관리비 징수수단으로 단전 단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법」에 관리비가 연체될 경우에도 관리규약에 의거해서는 단전 단수 조치를 할 수 없도록 원칙적인 금지규정을 명시하고, △각 공동주택의 관리규약에 두고 있는 단전단수조치 규정을 삭제하도록 행정지도·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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