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 시장이 세계증시 혼란의 진원으로 작동하면서 한국시장과 미국시장의 디커플링 가능성이 빈번하게 거론되고 있다. 미국시장의 조정과 다른 궤도를 그릴 수 있는 한국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시장만큼 한국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중국 등 이머징 마켓 시장 동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띠면서 디커플링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기대는 주식시장간의 동조화-탈동조화 차원의 논의를 넘어서 한국의 경제구조 변화를 반영하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즉, 대미 의존도가 크게 낮아져가고 있는 한국의 경제구조가 주식시장간 탈동조화, 즉 디커플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대미 수출비중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이제 중국 - EU에 이어 12.38%로 3위에 해당할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국 경기보다 중국과 유럽의 영향력이 훨씬 커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 주식시장 내 수급상의 구성도 외국인의 비중이 낮아지고(2007년초 37.2%, 현재 31.7%) 국내 투자가들의 지분이 확대되는 등, 대외 시장 변수의 영향력을 줄여나갈 변화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한국인의 시각, 외국인의 시각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한국 주식시장은 미국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는 모습이다. 새해 들어서도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매는 전일 미국 증시의 등락에 직접적으로 좌우되면서 한미 양시장의 동조화를 끌어가고 있다.
이러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대응은 물론 미국경제의 위기가 글로벌 경제 위기로 확산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인식에 기초해 지역을 불문하고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한국시장과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미국 경제에 매우 민감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도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한국의 대미 수출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대미 수출 규모에 있어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총 수출규모 순위 11위에 비해 3단계 이상 높은 순위를 보이고 있다. 또한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주요 국가들 가운데 캐나다, 멕시코와 같이 NAFTA 등 지역블록에 묶여있는 지역과 베네주엘라, 사우디아라비아 처럼 석유 수출비중이 절대적인 국가를 제외하면 선진 경제 가운데 한국의 GDP 대비 대미수출비중은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그만큼 한국경제는 미국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보이고 있고, 이는 미국의 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진다.
한국 이외에도 대만, 말레이시아 등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여타 지역 국가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세계 주요지역 경제성장률간의 상관계수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공업국이 월등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대미 수출비중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투자자의 눈으로는 미국의 경기변동의 영향이 높은 지역에 한국은 반드시 포함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는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 이후 한국시장에서 외국인과 국내투자가들의 상반된 태도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지분율이 31.7%까지 떨어져 그 영향력은 점차 축소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시장 등락에는 외국인들의 영향이 크게 반영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경기 동향은 미국 등 선진시장 뿐 아니라 한국시장에서도 제1의 동인이 될 수 밖에 없다.
2008년 초반 미국의 고용지표 등 경기 동향은 예상보다 더 악화된 내용을 보여주고 있어 미국발 충격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월말에는 28일 부시 대통령의 의회연설, 29,30일 FOMC 회의가 예정되어 행정부의 정책대응과 통화당국의 정책 방향을 확인하게 된다. 정책대응의 수위에 따라 향후 증시의 변곡점이 만들어질 수 도 있겠지만, 월말 시점까지는 더욱 혼란스러운 시장이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당분간 수출보다는 내수경기에 치중한 업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며, 수출비중이 높은 업종 가운데에도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업종에 보다 많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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