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경실련 입장에 대한 경실련 입장

2008-01-17 13:04
서울--(뉴스와이어)--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어제(16일) 현행 18부 4처에서 13부 2처로 축소 조정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조직개편은 우리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중대한 사안으로 각계의 의견과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은 출범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으며 또한 공개적인 논의 한번 거치지 않고 소수의 몇 사람들에 의해 밀실에서 추진됐다.

이런 과정으로 인해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은 전체적으로 全세계적인 추세인 작은 정부와 효율적인 정부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되는 점도 없지 않으나 견제와 조화가 필요한 영역까지 너무 작은 것에 집착하여 공룡조직으로 둔갑시켰고, 과거 정부조직 역사적 경험마저 무시하고 있어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본다.

1. 기획재정부라는 공룡부처의 탄생은 명백한 과거로의 회귀다.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통합되어 거시경제 운용과 경제정책 기획·조정 기능, 예산 편성 권한 등 실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되는 기획재정부는 과거 IMF 경제위기를 겪게 했던 재정경제원을 떠오르게 한다. IMF 경제위기는 시장이 끊임없는 위험 신호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재정경제원 관료들의 오만과 독선을 어느 누구도 견제하지 못해 비롯되었다. 견제와 균형을 무시한 효율성의 극대화라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이미 우리 국민은 분명히 경험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기획재정부는 IMF당시와 같이 예산권과 세제권을 가지게 되었는데 모든 중앙부처는 예산을 따기 위해서 기획재정부로 로비할 수 밖에 없으며, 246개 지방자치단체들도 기획재정부로 예산로비를 집중하게 된다. 이러한 부서가 독단적으로 업무를 집행할 때 그 폐해는 상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위가 효율성만을 고려하며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기획재정부라는 공룡부처를 탄생시킨 것은 과거의 아픈 경험은 잊어버린 채 또다시 과거로 회귀한 것이라고 평가 할 수밖에 없다. 경제 부처는 시장의 다양한 반응과 신호에 귀 기울여 그에 따른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권한 집중이 아니라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집중된 힘을 적절하게 분산하고 견제하는 장치가 충분히 마련된 경제부처의 개편이 이루어져야한다.

2. 정책과 감독을 일원화하는 금융위원회의 신설은 관치금융의 악몽을 되살아나게 한다.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 금융정책 부분을 통합한 금융위원회 신설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분리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정권의 경제, 금융정책에서 벗어나 중립적으로 운영되도록 금융감독기구를 행정부와 분리된 독립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간 학계와 경제 시민단체도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한 금융감독체계에 대한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위는 정책과 감독을 일원화하는 금융위원회를 신설한 것이다. 이처럼 한 기관에서 공무원들에 의해 정책과 감독을 모두 담당하게 되면 견제와 균형이 사라지고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결국 금융 감독이 관치의 수단으로 전락해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가경제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금융 감독기능은 정부나 외부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독립돼야 마땅하다. 금융 감독체제의 개편은 경실련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대로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해 독립성, 책임성, 전문성이 보장되는 공적 민간 통합기구를 만드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한다.

3. 개발만능주의를 대표하는 건교부는 확대가 아닌 폐지 대상이다.

인수위가 건교부를 기능 축소나 해체가 아닌 오히려 국토해양부로 확대 개편한 것은 시대의 흐름과 전혀 맞지 않다. 건교부는 ‘개발은 곧 발전’인 개발만능주의라는 구시대적인 가치에 여전히 갇혀있는 대표적인 부처이다. 건교부를 비롯해 산하 토공, 주공 등 공공기관들이 국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상실하고 땅장사, 집장사를 하는 부동산 개발업자로 전락한 지 오래다.

따라서 국토의 공간계획 및 개발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건교부를 해체하여 건설부문을 환경부와 통합하여 지속가능부(국토환경부)로 개편하고, 물류교통은 산자부와 연계하여 개편해야 한다. 주택부문은 주택계획, 금융, 건설, 유지관리를 위한 주택청(또는 주거복지청)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하도록 해야 한다.

4. 통일부 폐지는 과거 대북정책의 감정적 처사에 불과하다

통일부를 폐지한 것은 한반도의 미래를 고려하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처사이다.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헌법에 명시된 민족통일에 대한 대통령의 책무, 통일이 정권과 무관하게 지속되어야 할 민족적 과업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핵문제에 대한 감정적인 처사라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통일부 폐지는 적대관계 속에서 화해·협력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남북관계의 중요성을 방기한 결정이며, 통일부의 업무성격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상징성을 무시한 결정이다. 통일부는 업무내용과 성격도 중요하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의식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다른 경제부처와 같이 조직적 효율성만을 가지고 판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통일부 폐지로 일반 국민들에게 통일의 당위성과 화해협력에 대한 소극적 혹은 부정적 의식을 확산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특히 기존 외교통상부의 기능으로 흡수될 경우, 남북관계가 단순한 국가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국가를 지향하는 특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이익이라는 외교적 논리에 의해 남북관계가 진행될 가능성이 커 향후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5. 인권위와 방송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두는 것은 독립성 침해의 우려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방송위원회는 설치시 입법과정에서 그 지위와 권한에 대한 논란이 일어 오랫동안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는 기구로 설치되었다. 인권위의 경우 국회, 대통령, 대법원장이 위원회 구성을 하도록 하고, 방송위는 대통령과 국회의장, 국회가 구성하도록 하는 한편 이들 위원회에 대해 국회가 책임성을 갖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위가 3권 분립 위배를 운운하며 두 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두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받아야할 기구가 정부에 속하게 되면 자칫 정부의 간섭을 받게 되어 생기는 폐해는 매우 심각할 수 있다. 새 정부는 인권위와 방송위를 독립기구로 설립했던 본래의 취지를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6. 성격이 상이한 청렴위와 고충처리위의 통합은 인위적인 통합이다.

반부패정책을 수립하고 비리를 제보 받아 조사하는 청렴위원회와 행정기관으로부터의 피해 받은 국민들의 권리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옴부즈만 기구인 고충처리위원회는 그 성격이 다르다. 이처럼 성격이 상이한 두 기관을 국민권익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인위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청렴위의 본래 기능인 반부패 정책 수립과 조사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크고, 공권력 피해자인 국민들의 권리구제 기능도 오히려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이러한 기능과 조직통합은 세계적 추세와도 거리가 있다.

공권력 피해자나 소외계층처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기구를 통합한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고 독립적으로 해당 업무를 책임 있게 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청렴위는 부패방지책과 공직자 비리 수사 기구에 대한 종합적이고 명확한 대안이 제시된 후 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이 논의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 할 것이다. 고충처리위 또한 행정 처리에 대한 피해구제 차원의 유일한 대국민 행정서비스 기구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조직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인수위는 이번 개편안에 대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새로운 개편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회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진지하고 심도 있는 논의 과정을 반드시 거친 후 처리해야할 것이다.

경실련은 이른 시일 안에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종합적인 의견을 정리해 국회와 인수위에 제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정부조직개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개요
경실련은 1989년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라는 기치로 설립된 비영리 시민단체로서, 일한만큼 대접받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특히 집, 땅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 근절, 아파트가격거품 제거, 부패근절과 공공사업효율화를 위한 국책사업 감시, 입찰제도 개혁 등 부동산 및 공공사업 개혁방안 제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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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기 국장, 김성달 간사(766-9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