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의 경제·금융 관련부처 개편방안에 대한 경실련 입장

2008-01-23 12:09
서울--(뉴스와이어)--지난 16일 발표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이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그중에서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한 기획재정부 신설과 금융감독위원회를 금융감독원과 분리시키고 여기에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 기능을 합쳐 금융위원회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제·금융부처 개편방안은 1997년 외환위기 체제 이전으로의 회귀라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인수위의 경제·금융부처 개편방안에 대한 경실련의 입장을 밝히며, 국회 입법과정에서 문제점을 개선할 것을 촉구한다.

1. 기획재정부라는 공룡부처의 탄생은 명백한 과거로의 회귀이다.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의 통합으로 인해 거시경제 운용과 경제정책의 기획·조정 기능, 예산편성 및 조세기능 등 실로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되는 기획재정부는 과거 IMF 외환위기를 겪게 했던 재정경제원으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의 독주 위험이 높아지는 반면, 이를 견제하고 저지해야 할 기능은 거의 상실된다는 점에 있다. 97년 IMF 외환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끊임없는 시장의 위험 신호를 무시한 재정경제원 관료들의 오만과 독선을 어느 누구도 견제하지 못한 것이었음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기획재정부가 조세권과 예산권 등 재정의 투입과 산출의 기능을 모두 가지게 되었다는 점도 무척이나 우려스럽다. 성장률을 중시하는 재정경제부와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기획예산처가 통합되었을 경우 상호 균형점을 찾기 어렵게 될 것이며, 이는 왜곡된 재정운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모든 권한을 쥐게 된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모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예산을 따내기 위해서 로비를 집중하게 될 것이 예상되는 반면, 이를 통제하고 감시해야 할 기능이 사라졌다는 점은 ‘공룡조직’이 독단적으로 업무를 집행할 때 야기될 수 있는 폐해를 막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부처 개편과 관련, 권한을 한 곳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적용되도록 함으로써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거시경제 운용, 기획조정 등 정책집행기능과 예산의 편성·지출 기능은 반드시 분리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순수 예산 기능만이라도 독립성 보장을 위해 최소한 외청 형태와 같이 독립된 조직 형태를 가져야 한다.

2. 본질을 외면한 금융위원회의 신설은 관치금융의 부활을 조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나라의 금융감독기구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공무원조직의 금감위와 민간조직의 금감원의 분리에서 오는 비효율성, 전문성의 부재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책임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못한 채 재경부-금감위-금감원으로 얽혀있어 제대로 된 금융감독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02년 카드사태, 외환은행 불법 매각 등의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재경부의 잘못된 정책수행에 대해 금융감독기구가 이에 대해 감시기능은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책임 떠넘기기식으로 일관했던 경험은 금융 감독기능의 본질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위는 현행 감독기구의 문제점을 개선하기보다는 금융 관련 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을 일원화한 금융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금융 감독기구가 안고 있었던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관치금융의 폐해만 더욱 키울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 기능은 정부나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독립되어야 마땅하다. 이것이 금융선진외국의 엄격한 기준이다. 정책권과 감독권은 이해충돌이 있어 서로 다른 영역이 되어야 한다. 특히 공무원 조직인 감독기구가 정책권과 감독권을 동시에 갖게 되면, 금융시장에 대한 개입이 더욱 더 커져 감독기능의 왜곡은 물론 관치금융의 폐해가 확대될 개연성이 크다.

이를 위해 금융정책의 총괄기능은 다른 정부 부처에서 맡더라도 금융감독기구는 금감위와 금감원을 통합하여 독립성, 책임성, 전문성이 보장되는 시장친화적인 공적 민간통합기구를 만드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이중규제로 인한 비효율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융감독기구의 최고의 모델로 여겨지는 영국의 금융감독원(FSA)의 모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제·금융 분야에 있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무시하고 효율성만을 강조했을 때 나타나는 폐해는 이미 외환위기, 카드대란, 외환은행 불법매각 등을 통해 잘 드러난 바 있다. 경실련은 과거 역사적인 경험을 통해 드러난 폐해에 대해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채 외환위기 이전 체제로 회귀하는 경제·금융부처 개편방안에 대해 반대하며 원점에서부터 논의를 다시 시작할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경제질서와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금융부처 개편방안에 대한 논의가 현재와 같이 밀실에서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에 대해 반대하며, 국회입법과정에서 학계·시민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한 합의과정을 거칠 것을 요구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개요
경실련은 1989년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라는 기치로 설립된 비영리 시민단체로서, 일한만큼 대접받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특히 집, 땅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 근절, 아파트가격거품 제거, 부패근절과 공공사업효율화를 위한 국책사업 감시, 입찰제도 개혁 등 부동산 및 공공사업 개혁방안 제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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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기 국장, 김성달 간사(766-9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