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성적만으로 정독실 입실 순서 정하면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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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2008-02-04 08:48
서울--(뉴스와이어)--“부산광역시 소재 A고등학교가 성적우수자에게만 ‘정독실’(A고등학교의 경우 야간자율학습 시 활용하는 별도의 공간을 말함) 입실을 허용해, 이에 포함되지 못한 학생들이 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2006년 5월 동 학교 교사가 제기한 진정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정독실 입실 기준을 정하는데 있어 성적순이 아닌 능력에 따라 합리적인 입실 기회를 부여하고 양질의 교육환경이 제공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을 A고등학교 교장에게 권고했습니다.

이 사건 조사과정에서 학교 측은 △야간자율학습 시 정독실 운영이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시켜 면학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고 △성적으로 입실기준을 정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유발시켜 학교 경쟁력이 향상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국가인권위 조가 결과 A고등학교의 정독실은 2개의 일반교실을 하나로 합쳐 만든 넓은 공간이었고, 사설 독서실처럼 책상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어 정숙한 분위기에서 자습할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또한 정독실 운영과 관련하여 동학교 1학년 20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3.4%가 정독실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일반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의 91.2%는 야간자율학습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이유로는 성적우수 학생들이 정독실로 이동함에 따라 학교 측의 일반교실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해져 자율학습 분위기가 저하됐기 때문으로 분석됐습니다.

한편 정독실 입실요건을 성적순으로 정한 것에 대해 학생들의 78.8%는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을 밝혔는데, 그 원인으로는 일반교실 학생들의 열등감과 소외감 등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학생들은 “성적순이 아닐 경우 어떤 기준으로 입실순서를 정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학생들의 자율학습 의사, 희망자, 성실성, 학습태도 순으로 답변했고, 소수 의견으로는 성적이 오른 사람, 수행평가 결과, 선착순, 교사 추천, 추첨, 가정형편 등이 있었습니다.

국가 혹은 자치단체에 의해 설치·운영되는 공교육은 헌법 제31조 제1항에 따라 모든 학령아동에게 그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제공돼야 합니다. 정독실은 학교가 학생들에게 부여하는 시혜적 조치가 아니라 학교교육의 일환으로 제공하는 것이므로, 학교가 특정한 자습교육 방식을 선택했을 경우 합리적 이유 없이 학생들을 차별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학생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정독실 입실기준은 자습 의지, 학습 능력, 생활환경 등 다양한 기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A고등학교는 정독실 이용자격을 학업성적으로만 정함으로써 입실자와 비입실자를 성적이라는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 분리시키고 결과적으로 입실하지 못한 학생에게 열등감과 소외감을 심어주었습니다.

또한 A고등학교는 정독실 운영이 비입실자들에게 학습 동기를 유발시켰고, 그로 인해 전체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됐다고 주장했지만, 국가인권위 조사과정에서 A고등학교는 이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A고등학교가 정독실 입실을 성적 우수자에게만 허용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라 판단하고, A고등학교 교장에게 합리적 기준에 따라 학생들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와 양질의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한 것입니다. 또한 국가인권위는 학교 측이 정독실 공간의 한계 등으로 이용자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그 기준은 학업성적뿐 아니라 여타의 지표들(자율학습 의지, 학업개선 및 향상 정도, 교우관계 및 인간관계, 가정형편 등)을 동시에 적절히 고려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이번 권고가 공교육 강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시점에서, 학교교육이 단순히 성적순이 아닌 창의성과 다양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결과적으로 유능한 인재 양성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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