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일외교통상위 한미FTA비준동의안 상정에 대한 경실련 입장

2008-02-13 15:50
서울--(뉴스와이어)--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가 오늘(13일) 오전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별다른 찬반토론 없이 상정하였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저지로 지난 11일 무산된 바 있는 비준동의안 상정을 오늘 회의실을 바꿔 처리한 것이다.

경실련은 국회가 한미FTA 협상결과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도 하지 않고, 피해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비준동의안을 졸속으로 통과시켜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아울러 국회는 2월 국회 일정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토론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합의과정을 거친 후에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

지난해 4월 한미FTA가 타결된 이후 10개월여가 지나고 있지만 과연 정부의 발표대로 한미FTA를 통해 우리나라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시되고 있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경제주권을 침해하고 농업 등 관련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커질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예를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투자자-국가제소제도의 경우 정부는 ‘정당한 공공복지’를 위한 경우는 제소의 대상이 되지 않으니 걱정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당한 공공복지’의 구체적인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집행하는 공공정책에 대해 미국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비위반 제소제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협정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미국 투자자가 합리적 이익을 침해받았다고 생각하면 우리 정부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국제기구에 제소할 수 있다. 하지만 합리적 이익의 산정은 여전히 애매한 영역으로 남아있으며, 제소의 남용을 막기 위해 WTO에서 제시하고 있는 ‘제소자의 피해 입증’도 한미FTA협정에는 없다. 정부의 장담과는 상관없이 해석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우리나라의 경제주권을 침해받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농업, 의료체계, 약값, 서비스, 방송 등의 분야에서 협정 체결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지만 정작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나 피해대책 마련은 아직도 전무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우리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는 쇠고기 문제를 한미FTA와 연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며, 정치권과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우리가 먼저 인준해야 미국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아전인수 격 논리로 2월 국회에서의 비준동의안 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는 이제라도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한미FTA 협상과정에서 체결에 이르기까지 국회가 보여준 모습은 무력함 그 자체였다.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체결하였고, 이에 대한 찬성과 반대로 국론이 극심하게 분열되었지만 정작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지도 못했고, 국민들의 목소리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거수기 역할에 그쳤던 점을 반성해야 한다. 한미FTA특위를 구성하였다고 하지만 대선일정에 밀리면서 제대로 된 검증과 국민 의견수렴은 진행하지 못한 채 결과적으로는 입법부의 책임을 방기한 결과만 낳았을 뿐이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논란이 되고 있는 분야에 대해 학계와 이해당사자, 시민단체 등이 모두 참여하는 검증과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여기에 적극 참여하여야 한다. 엇갈리는 찬반의 입장을 듣고 협정 내용에 있어 우려와 의혹이 있는 부분을 완전히 해소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비준동의안은 이러한 합의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나서 처리하여야 한다.

한미FTA는 단순한 무역협정이 아닌 투자, 서비스, 노동, 환경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나라를 크게 바꿀 새로운 ‘경제헌법’을 제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결정함에 있어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독소조항은 없는지, 국민들은 얼마나 피해를 입게 될 것이며 이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 것인지 등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우선되어야지 상대국의 의회일정을 고려하고 이에 대해 압박을 해야 한다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옳지 못한 주장일 뿐이다. 국회는 한미FTA 비준동의안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입법기관으로서의 제대로 된 소임을 다하기 바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개요
경실련은 1989년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라는 기치로 설립된 비영리 시민단체로서, 일한만큼 대접받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특히 집, 땅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 근절, 아파트가격거품 제거, 부패근절과 공공사업효율화를 위한 국책사업 감시, 입찰제도 개혁 등 부동산 및 공공사업 개혁방안 제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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